사드보복 해제? 체감 온도는 냉랭해 아직은 '시기상조'

한산한 명동 거리. 사진=동효정 기자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지금 당장 먹고 살기 편해진 건 아니지만 활기차진 것은 있습니다. 앞으로 기대를 해 봐야죠"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보복 조치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서울 중구 명동 상권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면 아직까지 중국정부가 자국민의 단체관광 비자는 물론 우리 국민의 중국행 단체비자도 불허하고 있어 회복을 느끼기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날 기자가 찾은 명동거리는 크리스마스 준비로 분주했다. 자취를 감췄던 중국 관광객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실상 현장에서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상징인 '깃발부대'를 보기는 힘들었다. 영하권으로 떨어진 날씨에 상인들의 마음도 얼어붙은 듯 했다.

명동거리에서 먹거리를 판매하는 한 30대 점원은 "중국인 관광객이 돌아온다는 희망은 있는데 여전히 보기 힘들다"면서 "사드 보복 전엔 중국어를 잘 하는 직원들을 원했지만 요즘엔 중국인보다 동남아 관광객이 많아 영어나 다른 외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이 우세하다"고 최근의 분위기를 전했다.

명동 한복판인 유네스코 거리의 상징과도 같은 노점상에 서서 시끌벅적하게 길거리 음식을 즐기던 중국인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사드 해빙 기류로 인한 유커의 귀환에 대비해 업계는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해빙기는 아닌 모양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사드보복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50% 급감했는데 최근 회복 조짐이라고 하지만 명동이나 강남 등에서 깃발부대를 보긴 어렵다"면서 "쇼핑의 큰 손이라고 하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수는 미미한 수준이라 매출 회복 등에는 아직 큰 변화가 없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저녁에도 한산한 명동 거리의 모습. 사진=동효정 기자

명동의 치킨골목도 온기가 돌기는 시작했지만 여전히 빈 자리가 많았다. 10여 개의 치킨프랜차이즈가 몰려있는 명동 치킨골목은 사드보복 이전만 해도 문전성시를 이루던 곳이었으나 이날은 몇몇 테이블만 채워졌을 뿐 한산해 보였다.

치킨업계 관계자는 "김수현과 전지현이 출연했던 '별에서 온 그대' 영향으로 중국인들이 '치맥'을 엄청 찾았지요"라면서 "한동안 뚝 끊겼다가 최근 다시 돌아오는 것 같은데 예전만큼 회복하려면 아직 멀었어요"라고 말했다.

실제 한중 외교부의 공동 발표 후 10월, 11월 입국하는 '싼커'(散客·중국인 개별관광객)들이 늘어났지만 아직은 기대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지 여행업체의 단체 한국 관광 프로그램이 마련되지 않았고, 중국 정부의 한국 단체 관광 비자 발급도 전무하기 때문이다.

명동, 광화문 일대의 시내 면세점 역시 분위기는 비슷했다. 22일 서울 명동 시내면세점도 얼핏 보기에는 사드 보복 직후 보다는 활기를 띠었지만 내국인과 외국인 비율이 비슷한 모습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쇼핑의 상징인 깃발부대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관련 상권은 여전히 암울한 상황"이라며 "중국 현지에서 사드보복 이후 1년 가까이 일본이나 동남아로 여행루트를 변경했던 것을 다시 한국으로 회복하려면 시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동남아나 일본을 경험한 관광객들이 다시 한국을 찾을만큼 경쟁력이 갖춰져 있는지도 고민해야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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