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S 지열발전이 미세지진 유발하지만 포항 지진은 일본 열도 지진의 영향 더 큰 듯

안희민 경제부 차장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11·15 포항 지진이후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21일 오후 현재 여진이 이미 60차례를 넘어섰다.

지난 주 일어난 포항 지진에 생뚱맞게도 시공 중인 포항 지질발전소가 연루돼 입방아 오르내리고 있다. 모 지질학과 교수가 ‘가설’ 차원에서 언급한 얘기가 포항지진이 준 충격으로 인해 증폭돼 여기저기서 회자되기에 이른 것이다. 급기야 포항 지열발전소를 시공하는 넥스지오측은 반박 보도문을 내기에 이르렀다.

지열발전소는 천연 온천수를 이용하는 방법, 지하의 뜨거운 암반층에 물을 인위적으로 삽입해 증기를 회수해 발전하는 방법, 물보다 쉽게 기화하는 프로판 가스 등을 이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지하 뜨거운 암반층에 물을 넣고 증기를 회수하는 방식을 인공지열저류생성기술(EGS)이라고 한다. 포항 지열발전소는 이 방식을 사용한다.

포항 지역은 한반도의 다른 지역 보다 이른 시기인 신생대에 형성됐다. 지하에서 마그마나 화산활동이 발견되지 않아도 그로 인해 뜨거워진 화강암 암반층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포항 지열발전소는 뜨거운 암반층까지 깊이 4.3km의 시추공 2개를 뚫었다. 앞으로 한쪽 시추공에서 물을 넣고 다른 시추공에서 증기를 회수하는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EGS 방식의 지열발전소는 유럽에선 흔히 볼 수 있다. 라인강을 따라 독일, 프랑스, 스위스 접경에 위치한 라인지구대에 EGS 지열발전소가 집중적으로 설치돼 있다. 프랑스 솔트수포레에 위치한 솔트 지열발전소, 독일의 란다우인데르플라츠에 위치한 란다우 지열발전소, 스위스 바젤의 복수의 지열발전소는 라인지구대 지하의 뜨거운 암반을 이용해 발전을 한다.

유럽의 지열발전소에 관한 논문이나 에세이에는 EGS 방식의 지열발전소가 유발하는 지진이 언급돼 있다. 가령, 프랑스 솔트 지열발전소는 시추공을 3개 뚫어 한쪽에 물을 집어 넣고 나머지 2개에서 증기를 회수해 미세지진을 줄였다는 보고가 있다.

민간, 공공 주도의 지열발전소가 많은 스위스 바젤에서는 시추공에 입수할 때 집중적으로 미세지진이 발생했고, 2.7~3.4 규모의 지진도 일어났다는 보고가 있다. 입수가 끝난뒤 물을 빼면 확연히 지진이 줄었으며, 입수 후 두 달까지 미세지진이 일어났다는 보고도 있다. 지진은 바젤 시민이 생활에 불편을 느낄 정도로 발생했으며, ‘펑’하는 폭음이 동반됐다고 한다.

지진의 원인에 대해 프랑스 솔트 지열발전소와 스위스 바젤 지열발전소에서는 서로 다른 내용을 보고하고 있다. 프랑스 솔트 지열발전소 보고서는 시추공내 입수~증기 회수 때문으로 진단하고 있다. 반면 스위스 바젤 지열발전소는 입수와 증기 회수 과정보다 지질학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포항 지열발전소의 모습. 사진=넥스지오 제공

이를 바탕으로 포항 지진과 포항 지열발전소의 상관관계를 추론해 보면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희박해 보인다. 넥스지오의 해명처럼 포항 지열발전소는 시추공만 뚫었지 입수와 증기 회수 등 본격적인 운영단계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포항 지진의 최대 규모가 5.4로 4.6과 3.8보다 비교적 센 강도라는 점도 고려해볼만 하다. 포항 지진이 스위스 바젤에서 일어난 지진의 규모를 능가하므로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지진의 원인을 지질학적 스트레스로 볼 때 포항 지열발전소가 동일한 원인 때문에 발생했다고 보기는 더욱 어려워 보인다. 한반도는 동일본 대지진과 규슈 대지진의 영향을 받아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이 발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더욱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현재 포항 지진에 대한 관심은 지표의 액상화로 옮겨와 있다. 포항 지열발전소와 연관이 없다고 결론나지는 않았지만 논란이 묻혀버릴 공산이 커 보인다. 포항 지진으로 인해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는데 이들이 애꿎은 포항 지열발전소를 탓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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