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스피커 씽큐 허브로 생활가전 상태 파악 가능’ 대대적 홍보

삼성전자 IoT 냉장고 매출 4배↑, SK C&C 한국어 AI 에이브릴과 비교

강희찬 인천대 교수 "현재 수준 뛰어넘는 투자해야 ICT DNA 확보가능"

LG전자가 가전제품에 인공지능을 심겠다고 선언했다. 업계는 소비자 요구 성능을 충족시키기위해선 대규모 투자가 선행돼야한다고 입 모은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LG전자가 인공지능 스피커 ‘씽크 허브’에 네이버의 인공지능 플랫폼 ‘클로바’를 탑재하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LG전자는 독자 개발한 플랫폼 외에 구글 어시스턴트와 아마존 알렉사에 클로바가 LG 스마트가전과 연동됐다고 밝혔다.

LG전자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전자레인지, 청소기 등 소비자가전을 일컫는 H&A 사업부의 누적 매출액이 14조8749억원, 영업이익 1조41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 19.1% 상승했다고 3분기 실적을 밝힌 바 있다.

공장 가동률도 100% 돌파해 3분기 누적 생산 가동률은 냉장고 102.3%, 세탁기 95.7%, 에어컨 114.5%으로 알려지고 있다. TV의 경우 83.6%로 다소 떨어지지만 2016년 대비 13.9% 오른 수치다.

삼성전자의 가전사업부서인 CE(생활가전+TV) 부문의 3분기 매출은 11조1300억원, 영업이익 44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3.25%, 영업이익 44.3% 줄어들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QLED TV 본격 판매로 60인치 이상 초대형 시장에서 4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북미 시장에서 에어컨, 세탁기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로 매출이 증가한 사실을 강조했다. 다만 수치를 단순 비교할 때 가전 부분은 여전히 LG전자가 강세를 띠고 있다.

LG전자는 가전에 ‘인공지능’이라는 날개를 달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LG전자는 네이버 클로바가 탑재된 인공지능 스피커 ‘씽큐 허브’를 가전제품과 연동해 관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연동되는 제품은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에어컨, 공기청정기, 로봇청소기, 오븐 등 LG전자 가전 7종, 스마트 전구, 스마트 플러그 등 사물인터넷 기기 2종이다.

LG전자는 냉장고 문이 열려있다고 말해주거나 에어컨이나 공기청정기의 필터 교체, 세탁기의 통세척 시기 등을 스스로 알려준다고 소개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올 6월 발표된 인공지능 중심 연구조직 확대 정책을 상기시키며 “소비자 가전 분야에서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LG전자가 인공지능과 결합하면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역설했다.

LG전자는 6월 1일자로 인공지능과 로봇 전담 연구소를 신설한바 있다. 인공지능연구소는 전사 차원의 인공지능 플랫폼을 구축하고 로봇 선행연구소는 지능형 로봇 선행 기술을 개발한다.

인공지능과 가전제품의 결합이 시너지를 일으킬 것이라는 자신감은 LG전자 임원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안승권 LG전자 CTO는 인공지능과 로봇 연구소 개소식 때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기존 사업들과 융합시켜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으로 지노화시켜 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동종 전자업계와 통신, ICT 기업과의 경쟁 견뎌낼까?

밖으로 눈을 조금만 돌리면 인공지능과 결합된 가전제품으로 승부하겠다는 LG전자의 구호는 신선도는 떨어진다.

올 10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개발자 컨퍼런스에선 △기존 사물인터넷 통합계획 △AI 비서 ‘빅스비’ 차기버전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 등을 발표했다.

특히 삼성 갤럭시S8에 장착된 빅스비를 통해 음성으로 ‘에너톡’이라는 스마트미터에 명령해 가전제품의 전력소비량을 파악하는 내용이 소개되기도 했다. 에너톡은 LS산전 사장 출신인 최종웅 사장이 설립한 인코어드라는 회사에서 만든 제품인데 500원 동전 크기의 센서로 가전제품의 진동수를 수집해 빅데이터 분석으로 분리, 가전제품의 전력소비량을 파악할 수 있다. 에너톡 2세대는 전력 소비량 제어가 가능하도록 개발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한국전력과도 손잡고 냉장고 등 가전제품의 전력소비를 제어하는 사업에 뛰어들었고 CE부문은 윤부근 사장 시설 이미 사물인터넷(IoT)와 접목된 가전제품을 출시했다. 특히 IoT 냉장고 패밀리허브는 올해 연말까지 전 세계 판매량이 작년의 4배에 이를 전망이다.

인공지능 산업생태계. 진정한 인공지능은 IBM의 왓슨이며 한국에서 선보이는 서비스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서비스인 API다. 그림=삼성SDS 제공.
통신공룡 SK텔레콤은 세계 3위 통신사 인도 바르티에 인공지능 네트워크를 심는다고 9월 밝혔다.

AI 네트워크 솔루션을 인도 내 구축해 5G와 사물인터넷 등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국내 6~7개 중소장비사와 함께 글로벌 동반 진출을 추진하며 서비스 혁신 원하는 이통사에 차세대 솔루션을 보급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SK텔레콤은 사물인터넷 전용망인 로라망을 활용해 스마트시티를 구현하고 특히 CCTV 등을 활용해 치매노인이나 어린이의 행방을 서비스하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14일 밝히기도 했다.

SK C&C는 10월 인공지능 대중화를 선언하고 한국어로 대화 가능한 ‘에이브릴’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SK C&C는 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기반으로 한국어로 대화가능한 API 8종을 공개했다. 대화, 자연어 이해, 자연어 분류, 검색과 평가, 문서변환, 언어번역, 이미지 인식, 성향분석이 주요 내용이다.

API는 인공지능(AI)를 활용해 제공하는 서비스로,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의 약자다. 사실 국내에서 인공지능이라고 일컫는 것은 거의 API 서비스다. 인공지능은 다양한 분야로 응용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구글 등은 AI 알고리즘을 개방해 다양한 API 서비스가 생산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SK C&C의 에이브릴도 하위의 다양한 서비스가 출현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API 서비스다.

삼성SDS도 브라이틱스 기반 홈 IoT 스마트 월패드를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삼성SDS는 올해 데이터분석 AI, 대화형 AI 등 인공지능 플랫폼을 잇달아 공개했다. 수많은 센서와 디바이스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 저장, 관리하는 자체 IoT 플랫폼인 브라이틱스 IoT를 기반으로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 LG 진정한 ICT DNA 심으려면?

LG전자의 20일 장마감 주식 가격은 9만2200원이다. ‘가전왕’ 답게 실적 호조에 힘입어 올 연말 10만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언이 있다.

가전왕 LG전자의 실적은 미국 월풀의 세탁기 제소 등으로 위협받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LG를 탈피하기 위해 인공지능연구소와 로봇 선행연구소를 세우고 외부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지난 6월 이후 내세울만한 연구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

올해 들어 딥 러닝 기술을 적용한 딥씽큐 스마트가전을 선봬고 공항과 쇼핑몰에 상용화한 안내 로봇과 청소로봇을 배치했다. 최근에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인 에스지로보틱스와 협력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 중이다.

올해 주식가격의 오름새를 여전히 가전 제품 등 제조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ICT의 부각이 쉽지 않음은 분명해 보인다. LG CNS가 빅테이터와 AI 부문에서 KAIST와 협력하기도 하고 독자적으로 AI 개발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경쟁사에 비해 규모나 투자가 부족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강희찬 인천대 교수는 “클라우딩 컴퓨터, 빅데이터, 인공지능, 딥러인과 머신러닝 등 디지털 혁명이 다가오고 있음은 명확하다. 전기차 부품,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으로 상징되는 LG전자가 이 분야에 뛰어든 것은 최신 트렌드에 발맞춘 일로 환영한다.

다만 삼성전자나 삼성SDS, SK텔레콤과 SK C&C 수준으로 올리려면 현재 수준을 뛰어넘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그래야 사물인터넷이 연결됐다는 LG전자의 가전이 소비자의 기대 성능을 충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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