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한국지엠 노사가 임금협상 재개를 앞두고 또다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푸조시트로엥그룹(PSA)이 유럽 내 오펠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한국지엠이 수출해오던 물량을 직접 생산키로 결정하면서 노사 양측 모두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창원공장의 ‘인소싱’ 방침에 노노 갈등양상까지 나타나면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14일 한국지엠 관계자는 “사실 유럽 수출길이 막힌다는 전망은 쉐보레가 유럽에서 철수할 때부터 나왔던 사안”이라며 “새로운 사실이라기보다는 PSA가 오펠을 인수할 당시 맺은 계약 사항과 미래사업 운영방안 등이 순차적으로 발표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앞서 GM과 한국지엠은 2013년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면서 유럽 생산기지였던 오펠을 ‘마지막 보루’ 삼아 수출길을 마련해왔다. 하지만 영국에 공장을 둔 계열사 복스홀을 포함해 유럽 전역에 11개 공장을 갖고 있던 오펠은 지난 3월 PSA에 매각됐다.

당시 PSA는 오펠을 사들이면서 한국지엠 창원·부평 공장에서 각각 생산되는 경차 ‘칼(국내명 스파크)’과 소형 SUV ‘모카(국내명 트랙스)’를 일정 기간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PSA는 8개월여 만에 그 약속을 깼다. 지난 9일 ‘오펠 회생 계획’에 따라 한국지엠에서 수입하던 물량을 유럽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현재 부진한 판매 실적에 임단협에서 비롯된 노사 갈등 등이 얽혀 있는 상황 속에서 PSA의 이 같은 발표는 철수설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지엠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철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부 공장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 또한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한국지엠 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PSA 발표를 호재삼아 유럽 수출길이 막히면 당장이라도 망할 듯 호들갑 떨고, 불안 심리를 조성하고 있다”며 “이는 '노조가 어려운 회사 상황에도 돈만 받아내려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해 임단협에서 유리한 고지에 앉으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앞으로 5년동안 2000여명에 이르는 조합원들이 정년퇴직하게 되는데, 사측은 신입사원은 뽑지 않은 채 ‘희망퇴직’을 무기 삼아 매년 사람들을 내보내기만 하고 있어 노조는 상시적인 구조조정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 때문에 사측에 새로운 차종과 시장을 확보, 앞으로 차를 만들고 팔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달라는 ‘미래 전략안’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임단협을 타결하는 것이 목표지만, 미래 전략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해를 넘길 수도 있다”며 “자동차 회사에서 차를 팔 생각도 안하고 적자를 모면하자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것으로, 미래 전략안이 나오기 전까진 카허 카젬 사장을 만날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관계자는 “이미 매각한 회사를 좌지우지할 수 없는 상황으로, 회사는 사업 영위성 및 수익성 향상을 통해 경쟁력있는 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조에 대한 인소싱 건에 대해 한국지엠 측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는 일부 공정에서 품질 문제가 발생, 이 문제를 막기 위해 업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 도급직들이 계약 종료에 이르게 됐을 뿐”이라며 “이들이 파업에 들어서면서 발생하는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해 정규직 직원들을 대체 투입해 일하게 하고 있는 상황으로, 무작정 사측이 ‘해고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회사는 생산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임단협을 비롯한 모든 문제가 하루 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지엠 소속 비정규직지회는 지난달부터 △노조 활동 보장 △업체 폐업 시 고용·노동조건·근속의 3승계 보장 대책 등을 요구하며 4개 공정 인소싱에 반대, 10여차례 2~4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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