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부문장과 사장단 인사 발표, 해설 보도문으로 수위 조절 꾀해

조직안정위해 '2회장, 3부회장 체제' 개편, 이재용 부회장 위상 강화< BR/>

안희민 경제부 차장.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2일 오후 삼성 뉴스룸에서 다급한 소식이 들려왔다. ‘권오현 회장 승진’.

10월 31일 삼성전자 부문장 인사가 있었고 사장단 인사는 11월 중 있을 것이라는 관계자 귀띔을 받아놓은 상황이어서 불과 이틀만에 사장단 인사가 단행됐다는 소식은 갑작스럽기만 했다.

게다가 이미 용퇴를 선언해 업계를 떠날줄 알았던 권오현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는 소식은 '충격' 그 자체였다. 삼성전자에서 회장은 '지존'으로 여겨져왔던 이건희 회장 한명 밖에 없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가 난지 하루가 지난 3일에도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보통 삼성전자의 정기 인사는 일반적으로 12월 초 단행돼왔다. 이건희 회장 와병과 이재용 부회장 수감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감안하더라도 삼성전자뿐 아니라 그룹사 전체 인사의 향방을 가늠할 삼성전자 부문장과 사장단 인사가 10월 31일과 바로 이틀뒤인 이달 2일 연속해 난 것은 말그대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11월 1일은 삼성전자 48주년 창립 기념일이기 때문에 사실상 하루 간격으로 인사가 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2일 사장단 인사결과를 담은 보도문에는 ‘노고 위로’, ‘성과주의’, ‘세대교체’, ‘경영쇄신’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또 31일 부문장 인사 보도문만 낸 것과는 달리 인사 보도자료 외 해설 보도자료까지 별도로 냈다.

전날 부문장 인사가 난 이후 대다수 언론은 ‘이재용 부회장 친정체제 구축'이라는 용어를 키워드로 삼았다. 사실 31일의 부문장 인사 보도문에는 ’이재용 부회장‘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해설 보도문을 별도로 배포한 점은 언론의 확대 해석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일 해설 보도문에는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을 각 2회씩 언급했다. “이번 인사는 이건희 회장-권오현· 이재용 부회장‘ 체제를 ’이건희·권오현 회장-이재용·윤부근·신종균 부회장‘ 체제로 개편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핵심사업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인 50대의 ‘젊은’ 사장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세대교체를 통한 과감한 경영쇄신을 단행할 수 있게 됐다”며 “‘회장, 2부회장‘의 기존 체제를 ’2회장, 3부회장‘ 신체제로 큰 그림을 바꾼 셈”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2회장, 3부회장 체제로 바꾼 것에 대해선 여전히 해석이 분분하다.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과 맞물려 수감생활이 오래 가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권오현 회장, 윤부근-신종균 부회장이 종전과 마찬가지로 함께 간다는 신호를 임직원들에게 보냄으로써 급격한 인적 쇄신이 가져올 수 있는 직원들의 동요를 사전에 차단해 조직의 안정성을 꾀한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첫번째 해석에 대해선 펄쩍 뛰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오랜 수감 생활 때문에 깨진 M&A도 한두 개가 아니다”라고 안타까워 하면서 “이 부회장이 어서 빨리 삼성전자 태평로 사옥으로 돌아와 우리와 함께 사업을 펼쳐나갈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삼성전자 직원들의 반응은 역설적으로 이번 인사가 이재용 부회장 체제가 출범했음을 반증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비록 이 부회장이 수감 중이어서 불완전한 상태지만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모호해졌던 내부 서열이 분명해지고 이재용 부회장 체제가 실질적으로 가동되고 있음을 대내외에 알리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내년은 삼성이 창립 80년을 맞는다. 20년의 업력만 더 쌓으면 '100년 기업'의 반열에 당당히 오를 것이다. 삼성그룹이 명목상 사라져 80주년 창립행사가 열릴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재용 부회장의 위상과 영향력은 앞으로 더욱 공고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은 이참에 신체적 부자유가 경영능력까지 구속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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