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의 노조 설립이 가시화되면서, 택배업계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택배노조는 노조의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면, 산별노조(동일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하나의 노조로 조직한 것) 체제로 택배업체의 부당 해고 등을 적극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택배업계는 “‘박리다매’(薄利多賣)의 택배업계 특성 상 택배노조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3일 택배노조 설립 필증 교부 결과 나와”

택배노조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택배노조에 노조 설립 필증 교부 결과를 3일중 통보할 예정이다. 김태완 택배노조위원장은 “노동부에서 3일에 택배노조 설립 필증 교부 결과를 알려주기로 했다”며 “필증 교부 결과가 나오면 다음 주께 공식적으로 택배노조 설립 필증을 발급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택배노조 측은 노동부가 이번에는 노조 설립 필증을 교부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김영주 노동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택배노조 설립 신고에 대해 “긍정 검토”하겠다고 답변한데다, 노동부가 특수고용직의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보장을 위해 법률을 제·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대해 수용 의사도 밝혔기 때문이다.

다만 노동부는 택배노조 설립 필증 교부와 관련해 여전히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택배노조 설립 필증 교부에 대해 현재 검토 중인 단계”라며 “교부 결과가 3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노조 설립 필증 교부에 대해 “마무리 단계인 것은 맞다”고 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2일 서울시 중구 CJ대한통운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창훈 기자

◇택배노조, 노조 설립 ‘총력’…왜?

택배노조가 노조 설립 필증 교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그동안 특수고용노동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돼, 노동 3권을 보장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수고용노동자는 사업주에게 노동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지만, 형식상 개인 사업자로 분류된다.

택배노조는 노동 3권을 보장받지 못해 노조 활동을 하는 조합원을 대리점 사장이 일방적으로 해고하고 있으며, 그 배경에 택배업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택배업체와 교섭할 수 있는 노동 3권을 확보해야, 부당 해고 등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게 택배노조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 2일 택배노조 측은 서울시 중구 CJ대한통운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운이 노조 활동을 벌인 최윤경 조합원을 31일부로 부당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택배노조 측은 “최윤경 조합원이 노조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대리점 사장이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했다”며 “CJ대한통운 직원이 ‘노조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면 근무할 수 있다’고 회유하는 등 부당 해고 뒤에는 사실상 CJ대한통운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윤경씨는 “현장에서 같이 일한 동료들과 택배를 받아보던 고객들이 빨리 복직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서명을 해주고 있다”며 “해당 대리점에서 3년 동안 성실히 근무해왔는데, 노조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나가라’는 말을 듣고 쫓겨나는 것이 택배기사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택배노조 측은 노조 설립 필증 교부로 법적 타당성을 확보하면, 산별노조 체제를 통해 노조원의 부당 해고 등 택배업체의 횡포를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김태완 위원장은 “노조 설립 필증이 교부되면, 산별노조 형태의 택배노조가 출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업계, 노조 설립에 ‘전전긍긍’…“택배업계 구조적 한계 감안해야”

반면 택배업계에서는 택배노조 설립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윤은 적고, 최대한 많은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택배업계 특성을 감안하면, 노조가 법적 정당성을 확보해 교섭을 진행해도, 택배업체가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택배업계에 따르면 현재 평균 택배 단가는 2000~2500원 수준이다. 택배 단가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택배업체와 택배기사, 대형차 운송기사 등이 나눠 갖는 구조다. 이에 따라 실제 택배업체가 확보하는 수익은 택배 단가에 2~3% 정도로, 50~70원이라고 한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택배 가격은 유통업체들이 결정하고, 우리는 가격 경쟁을 통해 입찰을 받는 구조다”며 “택배업체 간 가격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이라, 수익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택배업계 관계자는 “택배업계는 적은 수익으로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물량을 확보하는 전형적인 박리다매 산업이다”며 “향후 노조가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한다고 해도, 택배업체가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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