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사퇴 예고…그룹 경영 지각변동 전망

재계 일각 “혹시 모를 경영권 분쟁 대비하고 '세습' 박차 가할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데일리한국 이정우 기자]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3일 자진 사퇴하겠다고 전격적으로 밝히면서 삼성그룹의 경영체제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재계에선 이를 ‘이재용의 사람’을 전면에 내세우는 세대교체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건희 시대’의 인물인 삼성그룹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이 물러난 마당에 ‘총수 대행’ 역할을 수행한 권 부회장 마저 퇴진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권 부회장 역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을 총괄하던 2013년 주주총회에서 대표에 오른 이건희 시대의 인물로 분류된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대대적인 임원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4~2015년 연말 사장단 인사 때 부친인 이건희 회장의 인사를 존중해 소폭 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는 '세습'에 속도를 내는 한편 조직쇄신 차원에서 이 부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인사들을 경영 전면에 배치하는 등 대폭적인 인사 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재계 소식통들은 내다보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3일 삼성전자가 3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하는 호실적을 낸 가운데 자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권 부회장은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는 부품부문 사업책임자에서 자진 사퇴와 함께 삼성전자 이사회 이사, 의장직도 임기가 끝나는 2018년 3월까지만 수행하고 연임하지는 않기로 했다. 또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직도 사임할 것으로 전해졌다.

권 부회장은 "저의 사퇴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민해 왔던 것이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IT 산업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할 때라고 믿는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권 부회장은 1985년 미국 삼성반도체 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 삼성전자 시스템 LSI사업부 사장과 반도체 사업부 사장을 거쳐 2012년부터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아 왔으며 2016년부터는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도 겸해 왔다.

권 부회장이 용퇴를 선언하자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의 총수 공백 장기화에 더해 '리더십 위기'의 또다른 국면에 진입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과)는 “사장급 이상이 임기 도중 미리 퇴임 의사를 밝혔다는 것은 통상적인 경우는 아니다”라며 “이 부회장이 구속된 가운데 총수 대행 역할을 해온 권 부회장 마저 떠나면 삼성이 리더십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반면 리더십 위기에 대해서는 후임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른 만큼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의견도 흘러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행정학과)는 “이재용 부회장의 친위세력이 후임으로 온다는 가정 하에 전문성에 의구심이 드는 인물이면 안 좋은 시그널이 될 수 있지만 전문성을 갖추고 시장에서 인정받는 사람이라면 시장에 충격은 덜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권 부회장의 전격 사퇴 선언으로 삼성의 인사·조직 개편작업이 속도를 내고 이 부회장의 색깔이 담긴 인사가 반영돼 세대교체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인 셈이다.

이는 권 부회장이 사퇴 입장 발표를 통해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 할 때"라고 밝힌 것과 맥락이 닿아 있다.

박 교수는 “권 부회장의 사퇴는 대규모 세대교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는데 이는 이재용 부회장의 2심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며 “이 부회장이 2심에서 1심처럼 징역형을 받게 되면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당히 있어 이를 대비해 이 부회장 친위세력들을 전진배치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것은 아닌가 싶다”는 나름의 분석을 제시하기도 했다.

박교수는 이어 “이 부회장이 2심에서 풀려나오게 되더라도 세습에 박차를 가해야 하므로 자신의 친위세력들로 물갈이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이양이 완료되지 않은 만큼 속도를 내려고 할 수 있을 것”며 “그런 차원에서 이번 인사는 자기가 믿을 수 있는 소위 이재용의 사람으로 판을 미리 짜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권 부회장과 함께 대표이사격으로 '전문경영인 3각 체제'를 구축한 윤부근 CE(소비자가전) 부문장(사장), 신종균 IM(IT·모바일) 부문장(사장)의 역할이 앞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자연스레 제기되고 있다. 특히 권 부회장 다음으로 연장자인 윤부근 부문장이 차기 총수대행으로 유력히 거론돼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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