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9월 수입차판매 1~2위 벤츠·BMW, 디젤모델 여전히 인기↑
가솔린차대비 저렴한 가격과 고연비가 강점, 올 판매량의 절반차지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최근 유럽시장에서 가솔린차가 디젤차 판매를 넘어섰다. 디젤차가 강세를 보이던 유럽에서 가솔린차가 판매 순위를 뒤집은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반면 국내시장에서 디젤차는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젤차가 국내시장에서 여전히 잘 팔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정부 규제 강화에도 디젤차, 올해 8만4900여대 판매
1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국내시장에서 판매된 수입차는 17만3561대다. 이 가운데 49%인 8만4983대는 디젤차다. 올해 판매된 수입차 절반은 디젤차인 셈이다. 반면 가솔린차는 7만1935대가 판매, 41.4%의 비중을 차지하며 디젤차를 뒤쫓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디젤차는 16.3% 줄었고, 가솔린차는 35.7% 늘었다. 하지만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임기 내 미세먼지 30% 감축’을 실행에 옮겨 디젤차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상황과 디젤판매가 주력인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판매중단도 영향을 미친 것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국내시장 수입차 판매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에서도 디젤차의 강세를 엿볼 수 있다.
벤츠는 올해 1~9월 5만4067대를 판매 기록을 세웠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시장에 판매된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가장 높은 실적이다. 특히 벤츠의 주력 중형세단 E클래스는 2만7061대를 판매, 그 인기를 증명했다.
특히 가솔린 엔진이 적용된 E300(4륜포함)은 9698대로, 벤츠를 ‘판매왕’으로 견인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디젤 엔진이 적용된 E220d(4륜포함) 또한 9697대가 판매, 벤츠의 판매 실적을 올리는 데 기여했다.
같은 기간 BMW는 4만8554대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BMW의 주력 모델은 5시리즈 내 디젤 엔진이 적용된 520d와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 530이었다. 두 모델은 각각 8907대, 4426대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디젤차의 인기는 최고급 사양으로 갈수록 두드러졌다.
벤츠의 최고급 세단 S클래스의 경우 디젤 엔진이 탑재된 S350d(4륜포함)는 2281대, 가솔린 엔진이 적용된 S500(4륜포함)은 771대가 판매됐다. BMW 7시리즈 중 디젤 모델인 730d(4륜포함)은 958대의 판매량를 올렸다. 반면 가솔린 모델인 750Li(4륜포함)는 562대에 그쳤다.
◇ 디젤차, 가격↓ 연비↑ 소음·진동도 많이 줄어 경쟁력 충분
전문가들은 디젤차가 국내 시장에서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해 ‘소비자가 외면할 수 없는 디젤엔진의 매력’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정부의 부정적인 시각에도 디젤차는 가솔린차와 비교했을 때 저렴할 뿐만 아니라 연비도 높고, 전과 달리 소음과 진동도 많이 줄어들었다”며 “소비자들에겐 여전히 ‘가성비가 좋다’는 인식이 작용하기 때문에 경쟁력은 충분한 상태”고 설명했다.
그는 또 “디젤차가 노후화돼 매연 여과 장치 등에 고장이 발생하는 게 문제가 될 뿐”이라며 “이 같은 상황을 정책적으로 막는 게 정부이지, 디젤차의 선택 여부는 결국 소비자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아직까지 국내 시장엔 ‘환경은 내 문제가 아니고 당장 경제적으로 이득만 되면 구매를 하겠다’는 견해가 상당하다”며 “디젤차를 줄이기 위해선 연료값을 올려 소비자 부담을 늘리는 등의 시도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