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섭 한수원 사장 “일부 웨스팅하우스가 특허 가져. 미국의 핵 확산 통제 일환”

문신학 산업부 국장 “기술자립되도 미국의 기술, 부품, 장비가 들어가면 통제받아”

국산이냐 복제품이냐 논란에 휩싸인 원자로 APR-1400이 국회 국정감사 무대에 올랐다. 사진은 2017년 산업위 국감에 출석해 APR-1400에 증언한 이들. 왼쪽 서 있는 이가 박종운 동국대 교수, 테이블에 앉아 있는 이가 백운규 산업부 장관, 뒤편 맨 오른쪽에 앉아있는 이가 이관섭 한수원 사장, 그 옆 조환익 한전 사장. 사진=안희민 기자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복제품’ 논란에 휩싸인 원자로 APR-1400이 국회 국정감사 무대에 섰다.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일부 기술에 대해 웨스팅하우스가 특허를 갖고 있음을 시인했다. 다만 기술 자립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미국의 핵 확산 통제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APR-1400은 두산중공업이 ‘국산 원자로’라고 표방하며 제작한 한국 원자력 기술의 상징과 같은 존재다. 국산을 표방했지만 원천기술이 미국 기술을 기반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논란이 많았다.

APR-1400이 도마에 오른 이유는 간단하다. 기술 자립 여부가 기술료 지급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APR-1400은 현재 한전 원자력기술이 아랍에미리트(UAE)에 건설 중인 바라카 원전에 적용 중이다. 이때 막대한 기술료가 지불됐다는 시비가 붙였다.

기술료 규모는 천차만별이다. 2015년 윤하중 국토연구원 건설경제연구센터장은 “2조9000억원이 원전 건립을 위한 종합 설계와 기술자문을 맡은 미국 벡텔사가 가져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 참여하는 시민단체의 공사 중지 논거가 됐다.

이에 반발한 원자력학회는 “원전 3대 핵심기술인 △안전해석 및 노심설계 코드 △계측제어 시스템 △원자로 냉각재펌프를 모두 국산화하는데 성공했으며 벡텔사에 실제 지급한 금액은 300억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 논란은 12일 개최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기업벤처위원회의 국정감사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 당 등 야당의원들은 국산 원자로 기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폄하하고 에너지 전환의 희생양으로 삼는다고 파상공세를 이어갔다.

여당의원들은 국감에 참석한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과 이관섭 한수원 사장을 추궁했다. 여당 의원들은 조 사장에 대해 “미국에게 합당하게 실시권을 받으면 실시 가능하다”라는 말을, 이 사장에게는 “일부 웨스팅하우스가 기술을 갖고 있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물론 이들 두명의 사장이 언급한 것은 한국이 국산 원자로 기술자립을 이뤄내지 못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국의 핵확산 방지 전략의 일환 때문에 한국이 기술이 있어도 이를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이 미국의 눈치를 보는 이유는 한국 원자력 기술이 미국 기술을 바탕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2015년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전인 2013년 1월 28일에 작성된 미국 의회조사국보고서 원문엔 “한국이 1970년 미국 웨스팅하우스 원자로를 도입해 원전을 지었지만 1987년 한전이 미국 컴버스천 엔지니어링의 원자로 시스템 80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국형 표준원자로 디자인을 완성했다. 이 기술 이전 덕택에 한국이 APR-1400을 개발했다”는 문구가 적시돼 있다.

이 문구는 한국 원자력 기술이 미국에 종속된 상태라는 유력한 근거가 됐다.

박종운 동국대 교수는 국감 현장에서 “웨스팅하우스에 물어보면 된다. 미국 국회 자료엔 웨스팅하우스가 설계한 원전을 한국이 수출할 경우 거기에 얼마나 이익이 있는지 짚는 문구가 있다. 한국의 원전을 미국은 자기 기술로 간주한다. 원자로 시스템 일부 부품을 국산화했다고 해도 이는 우리 생각일뿐이며 전체 고유기술은 미국 것이라고 보는 것이 미국의 시각”이라고 일갈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산업부는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전사업을 수주해 APR-1400을 수출해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원자력협정이 체결되지 않는다면 수출 여부를 미국에 물어봐야하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문신학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관은 “(APR-1400이) 기술자립이 돼 있어도 미국의 기술, 부품, 장비가 들어가고 미국과 사우디가 원자력협정이 체결돼 있지 않다면 미국의 원자력기술통제를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일단 APR-1400의 기술자립 논란은 한고비를 넘겼다.

기술자립과 상관없이 미국 핵확산통제의 일환으로 미국산 고유기술을 쓰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관련 협정이 맺어져 있지 않다면 수출할 경우, 미국의 통제를 받아야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실제 수주와 수출 국면에서 원자력계와 산업계 나아가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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