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공장 올해말 기계적 완공…총 36만L 생산력 확보

3공장 상업생산 시작 2020년 '글로벌 챔피언' 발돋움

삼성바이오로직스 전경. 사진=고은결 기자

[송도(인천)=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쾌청한 초가을 날씨의 22일 오전, 인천지하철 1호선 테크노파크역에서 택시를 타고 10여분간 달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도착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메카'가 된 송도를 가로지르는 송도바이오대로에 위치했다.

현재 상업생산 중인 제1, 2공장은 각각 3만L, 15만2000L의 생산력을 갖췄다. 약 8500억원을 투입해 건설 중인 18만L 규모의 3공장의 전체 공정률은 85% 수준이다. 3공장이 올해 말 기계적 완공을 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1위의 생산력을 보유한 CMO 기업이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로슈, BMS제약 등 9곳의 글로벌 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삼성만의 제조 경쟁력을 고스란히 적용한 바이오의약품 플랜트는 기존의 부품 조립공장과는 성격이 다르다. 단순한 대량 조립을 위한 하청 기능에 한정된 공장과 달리, 신약 상용화를 위한 양산공정 개발까지 아우른다. 생산 대행을 넘어서 공정 개발까지 맡는 사업 협력의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 안전모와 안전화를 착용하고 페인트 냄새가 가득한 3공장 안으로 들어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2공장 바이오리액터홀.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바이오의약품 원료는 1g의 가치가 평균 1만달러 수준으로, 배양-정제-충전 등의 과정을 거쳐 생산된다. 3공장은 18만L 규모의 바이오리액터(세포배양기), 클린룸, 물탱크 등 주요 시설과 사무실 공사가 막바지 작업 중이었다. 바이오 의약품 플랜트는 생산 라인 전체를 클린룸으로 운영한다. 교차오염을 막아 최상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다.

유리창 너머로 바라 본 클린룸에서는 반짝이는 파이프 사이를 분주히 돌아다니는 작업자들이 먼저 눈에 띄었다. 마스크와 모자, 클린복을 입은 생산인력은 주로 다큐멘테이션(문서화)를 담당한다. 전사적으로는 성비가 6대4로 여성이 조금 적지만, '꼼꼼함'이 요구되는 다큐멘테이션 업무가 많은 부서의 성비는 5대5에 수렴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여성 임직원의 비율은 물론, 20대 직원의 비율도 높다. 임직원의 평균 나이는 '만 28.4세'다. CMO 산업의 특성상 경력직을 많이 데려오기 어렵고, 신입사원들을 교육시켜 투입시키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과거 삼성 신사업추진단의 초창기 멤버인 박세강 엔지니어링프로젝트매니지먼트 팀장에게도 바이오의약품 플랜트 건설은 만만치 않았다. 박세강 팀장은 "기초공사부터 시작하는 신규 공장은 11번째인데, 그레이드가 높은 반도체 공장 경험도 있어 처음에는 수월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바이오 플랜트는) 다소 남성적인 특성의 공장들과는 달랐다"고 운을 뗐다.

박 팀장은 "바이오 공장은 방도 많고, 디테일해야 하며 작지만 손이 많이 가는 공장"이라며 "컨셉부터 건설 과정, 검증 과정, FDA 승인 과정까지 일일히 다 문서로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3공장에는 약 250개의 클린룸이 들어선다. 바이오 플랜트는 교차오염을 막기 위해 공조를 따로 운영한다.

룸 안에는 가늘고 굵은 수많은 파이프들이 복잡다단하게 자리잡고 있다. 시뮬레이션 단계에서 파이프들이 이상없이 흘러가고, 다른 동선과 부딪히지 않는지 철저한 계산을 거친 설계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의 표현대로 '거대한 화학·정유 공장을 축소시켜 건물 안에 넣은 듯'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옥 인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슬로건인 '2020 CMO Champion' 문구가 눈에 띈다. 사진=고은결 기자

지난 2015년 11월 착공한 3공장은 약 2년 만인 올해 말 기계적 완공을 이룬다. 시생산은 내년 4분기, 상업생산은 2020년 4분기 예정이다. 만5년 만에 완벽한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삼성은 플랜트 설계와 건설 및 밸리데이션(검증) 등의 전 과정을 동종업계 대비 약 40%(19개월) 단축했다.

2공장의 경우 시생산까지 29개월 걸렸다. 경쟁사의 최신 공장은 같은 과정에 48개월이 소요됐다. 이는 삼성 그룹 고유의 엔지니어링·반도체·화학 플랜트 건설 노하우를 바이오플랜트 건설에 접목했기에 가능했다. 설계, 조달, 시공 등 공정을 동시 진행하는 '병렬공법'이 활용됐다. 이를 통해 줄곧 강조해온 슬로건인 '2020 바이오 챔피언'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홍보관을 방문하기 전에 먼저 찾은 품질관리(QC) 부서에는 캐주얼데이를 맞아 가벼운 옷차림의 직원들이 오픈 테이블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QC 조직은 미국에서 온 스캇 빙맨 팀장을 필두로 총 5개 파트를 두고 있다. 이 중 4개 파트는 1, 2공장을 지원하며, 3공장을 위한 별도의 QC 조직이 있다.

클라이언트들이 모두 외국인이므로, QC 부서 내 외국인 직원은 팀장 1명을 비롯해 총 7명이 있다. 파트는 원자재 분석 파트, 면역화학 분석 파트와 미생물 분석 파트, 품질 지원파트 등으로 나뉘었다. 장성환 QC 파트장은 "요즘은 타임라인이 정해진 3공장과, 새로 수주하는 신규 고객사의 기술이전에 가장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1공장 바이오리액터홀.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홍보관에 설치된 공장 조감도에는 3공장의 맞은편에 4공장이 들어설 수 있을만한 규모의 부지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CMO 업체는 고객사 수주에 따라 생산량이 가변적이므로, 연 생산량이 아닌 생산 용량으로 공장의 규모를 산정한다. 수주 물량이 확대되면 새로운 공장이 충분히 더 세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4공장, 5공장의 건설은 시장 상황을 봐서 검토할 것"이라며 "실질적인 공장 가동까지 약 5~6년 걸리므로 최소 5년 후의 상황을 관측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보관을 거쳐 들어선 2공장 내부에서는 유리벽 너머로 1만5000L 규모 바이오리액터 10개를 볼 수 있었다. 바이오리액터는 특수용접과 섬세한 기울기 적용을 통해 원료가 고이는 것을 방지했다. 배양을 마친 세포에서 목표로 한 항체 단백질만을 분리하고, 동결건조한 분말형태나 부형제를 넣은 액상형태로 포장해 고객사에 배송한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챔피언'을 넘어서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고 공언한 글로벌 CMO 시장은 2015년 74억달러에서 2025년 303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 4월 창립 6주년 기념식에서 김태한 사장은 "CMO 챔피언에 만족하지 말고 고객 만족에 중심을 두고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며 "바이오의약품 생산 업계의 '게임체인저'로 거듭나자"고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바이오업체들이 자가 공장 증설이 아니라 CMO기업들에 위탁생산을 맡기도록 패러다임을 바꿔, 바이오 위탁생산 비중을 현재의 두 배로 늘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2011년 설립 직후 6년간 3개의 공장을 잇따라 건설하며, 약 두달여 뒤면 글로벌 CMO 기업 중 최대의 생산 규모를 갖추게 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속도전'이 어떻게 펼쳐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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