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접대 관행 근절로 긍정적인 변화

외식업계 매출 감소로 소상공인 어려움 호소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오는 28일로 시행 1년을 맞는다.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평가는 엇갈리지만 큰 틀에서 볼때 불필요한 접대 등 그릇된 관행이 근절되면서 우리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데 기여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농축산물과 수산업·화훼업 등에서 매출 감소가 발생,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어 법 개정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년간 김영란법 시행으로 외식업체 10곳 가운데 6곳이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도 예정된 최저임금 인상까지 덮칠 경우, 경영상 타격이 큰 외식업체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10곳 중 7곳은 인력 감축도 고려 중으로 조사됐다.

최근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공개한 ‘김영란법 시행 1년 국내 외식업 영향조사’에 따르면 외식업체 66.2%가 김영란법으로 매출이 줄었다고 답했다. 이들 업체들이 밝힌 매출 감소율은 22.2%였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장수청 미국 퍼듀대학교 교수는 “현재 외식업계가 겪고 있는 매출 감소는 단기에 해결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서 "‘최저임금 인상’등 비용 증가 요인이 확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희망을 잃은 사업자들이 줄지어 휴 ·폐업에 동참하는 상황이 진행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장 교수는 "정부에서는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김영란법 음식접대 상한액 인상 등을 포함해 실질적 지원책을 빠른 시간 내에 마련해 시행하지 않으면 많은 영세 사업자들뿐 아니라 우리 경제를 막다른 골목에 가두는 시작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김영란법 시행 전에는 유통업계의 소비 위축 우려가 있었으나 오히려 '가성비'를 높인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고가의 선물 문화가 사라진 대신 합리적인 가격대의 선물을 주고받는 관행이 자리잡은 것이다.

롯데마트는 그 동안 돼지고기의 경우, 명절 선물세트로는 선호도가 낮아 취급하기 힘들었으나, 김영란법 시행 이후 5만원 미만의 실속형 선물세트를 선호하는 고객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이번 추석에 처음으로 돼지 갈비 선물세트를 출시했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올해 설 선물세트로 ‘미국산 냉동 찜갈비 세트(1kg*2)’를 5만원에 선보여 준비된 물량 3톤을 모두 판매했으며, 지난 9월 18일까지의 추석 사전 예약 기간 동안 판매된 선물세트 매출도 5만원 미만의 실속형 선물세트 매출이 전체의 85%를 차지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홈플러스는 김영란법을 의식해 5만원 미만 가격대 선물세트 종류를 대폭 늘린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홈플러스가 올해 준비한 5만원 미만 가격대 선물세트는 총 251종이다. 지난해 추석(184종)과 비교해 약 36.4%(67종) 확대했다. 올해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매출상위 품목 1~10위 가운데 2~8위가 모두 5만원대 미만 선물세트다.

백화점 업계 역시 추석선물 세트판매 실적 준수한 편이다. 김영란법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프리미엄 상품군은 완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법성수라굴비세트(360만원)는 준비한 20세트가 모두 팔렸고, 9등급 한우로 구성한 ‘L-No.9세트’(130만원)도 매진됐다. ‘울릉칡소 명품세트’(95만원)는 200세트 중 180세트가 판매됐다.

현대백화점 역시 지난 15∼21일 추석 선물세트 본 판매 매출은 작년보다 61.3% 증가했다. 품목별 매출 증가율은 정육 82.1%, 수산 63.2%, 청과 62.1% 등으로 전 제품이 고루 팔려나갔다.

하지만 편의점 업계는 김영란법 완화를 반기지 않고 있다. 편의점은 김영란법의 최대 수혜업종으로 불린다. 김영란법으로 회식이 줄어들면서 편의점의 주류, 안주 판매는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편의점은 김영란법 시행 뒤 한 달간 냉장안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1% 늘었다. 맥주와 소주 매출도 각각 20.4%, 20.8% 뛰었다.

국내 편의점 ‘빅3’인 BG리테일, GS리테일, 코리아세븐은 김영란법 시행 뒤 모두 매출이 늘었다. BGF리테일의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3% 늘었고 GS리테일 편의점부문과 코리아세븐의 매출은 각각 14.9%. 4%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김영란법의 취지는 공감하나 식대나 선물, 경조사비 등 수정되거나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느낀다"면서 "시대에 맞게 조정해 나가면 경제활성화에 역행한다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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