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인 서울대 교수“2016 글로벌 탑5 기업이 플랫폼 기업, 전력 플랫폼 기업 준비해야”

안남성 한양대 교수“CO2 감축 위한 해외 투자와 국내 재생에너지 투자 효과 같아”

최중인 서울대 교수는 "역사적으로 다양한 플랫폼이 제공됐으며 현재는 AI가 중심이된 클라우드 플랫폼 혁명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데일리한국이 21일 개최한 '2030 에너지 시스템 전환을 위한 세미나'가 최중인 서울대 교수(융합기술대학원)와 안남성 한양대 교수(공대)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 최 교수는 에너지 플랫폼 비즈니스를 강조했고 안 교수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로 재생에너지 보급과 티핑포인트(전환점)를 견인할 것을 주문했다.

이들은 재생에너지 등 분산발전을 활용한 플랫폼 비즈니스 개발과 확대가 에너지 시스템 전환을 궁극적으로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중인 서울대 교수는 전력 플랫폼 기업 도입을 요청했다.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 최중인 서울대 교수 “전력기업의 플랫폼 비즈니스로의 전환”

플랫폼이란 재화의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장이다. 핵심 기능은 정보와 과금이며 부가기능은 광고와 쇼핑이다. 이 분야 선두 주자인 고프리 파커는 저서 ‘플랫폼 혁명’에서 미래 기업이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플랫폼 기업의 대표적인 예가 애플이다. 애플은 주요부품을 다른 기업에서 들여와 조립하고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내놓으면서도 2017년 2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을 훌쩍 넘겼다.

아이폰X의 경우 디스플레이는 삼성SDI의 OLED, 반도체는 SK하이닉스, 듀얼카메라는 LG이노텍에서 들여온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한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같은 스마트폰을 생산해도 애플처럼 영업이익을 못낸다. 높은 마진은 플랫폼 기업이 지닌 매력 가운데 하나다.

플랫폼은 시대마다 변한다. 농업혁명 시대엔 부동산, 중상주의 시대엔 동산, 인터넷 시대엔 온라인, 모바일이 순차적으로 플랫폼 역할을 했고 현재는 AI가 플랫폼 역할을 한다. 삼성SDS의 브리티, SK C&C의 에이브릴은 AI를 기반으로한 한국어 플랫폼 서비스다.

1차 플랫폼 혁명은 농업혁명이고 2차는 산업혁명, 3차는 PC혁명-인터넷 혁명-스마트폰 혁명-클라우드 혁명 순으로 진행되고 있다.

클라우드 혁명 시대의 플랫폼은 AI이며 서비스는 무인자율자동차와 로봇, 인프라는 5G 통신망과 양자컴퓨터다.

기술이 배경이 된 플랫폼 기업들이 득세함은 글로벌 기업 순위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06년 글로벌 탑5 기업에 엑손모빌, GE, 토탈, 시티뱅크 등 석유, 전기, 금융이 대부분이었고 기술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 하나였고 2011년엔 기술기업은 애플 혼자였고 나머진 엑손모빌, 페트로차이나, 쉘 등 석유기업이었다. 그런데 2016년엔 탑5 모두 기술기업으로 바뀌었다.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이 주인공이다.

전력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 일류로 도약하려면 플랫폼 기업으로 발돋움할 필요가 있다.

이미 모바일 플랫폼 기반의 신사업이 성공사례를 낳고 있다. 아이폰,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되고 통신망에 연결된 애플 iOS, 안드로이드 등 플랫폼이 개방적 혁신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과금 장벽을 뛰어넘고 있다. 결과는 일자리 창출이다. 에너지 플랫폼 기반 신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삼성, 두산, LS, 포스코, 효성, LG 등 제조기업과 석유공사, 가스공사, 한전 등 네트워크와 결합된 KPX, KT,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은 분산발전 자원 거래 사업자와 함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 요컨대 분산발전 서비스 플랫폼이 전력기업의 미래 발전형태라고 말할 수 있다.

이미 변화는 준비되고 있다. 요새 인구에 회자되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은 무인자율전기차로 발전돼 전력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성장할 수 있다.

엔런 케이는 “미래는 예측하는 것보다 직접 만드는 것이 더 쉽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미래를 기다리지 말고 만들어가는 혜안을 갖자.

안남성 한양대 교수는 "매년 2조2000억원을 투자하면 2030년에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20%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 안남성 한양대 교수 “디지털 기술 혁명과 에너지 정책의 전환”

붕괴(disruption)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기존 상품 카테고리, 시장, 산업을 약화, 전환하거나 파괴할 때 붕괴가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교통에서 대표적인 붕괴는 1900년대 초반 일어났다. 1900년만해도 뉴욕 맨하탄 5번가는 마차로 가득찼고, 내연기관차는 한두대 뿐이었다. 그런데 1913년 같은 장소를 찍은 사진에선 내연기관차 천지다. 마차를 찾을 수 없다.

에너지에서 붕괴는 무얼까? 레이 커즈와일이 쓴 ‘기술적 특이점(singularity is near)이 가까워왔다’라는 책에 따르면 에너지 섹터엔 탈탄소, 분산화, 디지털화, 탈규제 등 4가지 요소가 메가 트렌드다.

피터 다이아맨디스는 이미 3가지 빅 트렌드가 에너지 산업을 뒤흔들었다. △풍부한 태양에너지 경제를 창출하고 △전지 기술이 변곡점(inflection Point)에 다달았으며 △전기차 보급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고 썼다.

토니 세바는 2016년 에너지와 수송 분야에서 클린 붕괴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클린 붕괴의 핵심은 에너지저장장치, 전기차, 자율주행차, 태양 에너지다.

산업 발달에 따라 사회와 경제 이론의 패러다임이 변화했다. 대량 생산시대에서 대량 맞춤형생산(Mass Custonmization) 시대로, 파이프라인 비즈니스에서 플랫폼 비즈니스(지수함수적 기술)로의 변화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런 메가 트랜드 변화를 지원하기 위한 경제 이론도 변화하고 있다. 대량생산 시대에서 대량 맞춤형 시대를 지원하는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종전엔 대량생산을 통해 비용을 절감했다면 앞으론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대량 맞춤형생산을 이뤄진다. 제레미 리프킨의 말한대로 디지털 기술에 힘입어 한계 비용이 제로가 되는 시대가 열린다.

종전엔 수직 계열화가 산업의 화두였다면 앞으론 사물 인프라와 연계된 분산형, 협업적, 수평적 규모의 경제 기반, 즉 플랫폼 비즈니스를 통해 생산성이 증가된다.

종전엔 규모의 경제를 이용한 대형 에너지 시스템이 중시됐다면 앞으론 디지털 기술과 에너지 기술의 융향을 이용한 소형 에너지 시스템이 중심이 된다.

종전엔 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됐다면 앞으론 수확 체증의 법칙이 적용된다. 기술이 학습을 통해 혁신하기 때문이다.

한계비용 체감의 법칙을 따르지 않고 지수함수적 증가를 보이는 기술(Exponential Technology)는 3D 프린팅, 산업용 로솝, 드론, 솔라에너지, 3D 라이다 센서 등이 있다. 소비자의 복잡한 요구를 기능적으로 풀어내 매출을 확대하고 비용을 감소시킨다. 이러한 지수함수적 기술이 에너지에 적용되면 어떨까?

일단 문재인 정부는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을 2030년에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목표달성이 가능할까?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태양광 모듈의 가격가 크게 떨어지고 전지의 성능이 크게 늘어났다. 이는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큰 폭으로 개선하고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의 설치비용을 크게 낮추는 효과를 거뒀다.

최근 미국 에너지부(DOE)에선 에너지 분야의 지수함수적 기술인 풍력,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 LED의 비용 감축 트랜드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육상풍력은 2008년 대비 2015년에 가격이 41% 줄었고 분산형 태양광발전설비는 54%, 발전소 규모의 태양광발전설비는 64%, 전지는 73%, LED전구는 94% 감소했다.

이른바 티핑 포인트를 지나면 재생에너지는 정부 보조금이 줄어들어도 비용이 하락해 계속 보급량이 증가하는 선순환을 이룰 것이다. 보급이 많이 되면 비용이 하락한다. 규모의 경제가 보급에도 적용되는 셈이다.

시스템다이나믹스 모델을 그려보니 우리나라가 매년 2조2000억원씩 태양광에 투자하면 현재 3GW 조금 넘는 태양광 누적 설치량이 2030년 55GW를 넘기고 전체 발전량의 8~9%를 태양광으로 보급이 가능하다.

보급이 늘어날수록 태양광의 균등화발전단가(LCOE)도 떨어진다. 태양광에 매년 2.2조원씩 투자 시 태양광 LCOE가 한전의 전기요금은 물론 원자력이나 석탄발전보다 보다 낮아지는 시대가 2020년 전후로 열린다. 이러한 추세는 분산발전에 기반한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한 선진국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다.

매년 2조2000억원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냐고 질문할 수 있다. 나는 한국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재원에서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은 BAU대비 37%의 온실가스를 줄이기로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이 가운데 11.3%를 해외에서 감축할 예정인데 비용으로 환산하면 연간 5조원 가량된다. 나는 해외에 5조원을 투자하기 보다 재생에너지 내수시장에 투자할 것을 제안한다. 그러면 재생에너지의 티핑 포인트가 조기 달성돼 온실가스도 감축하고 재생에너지 보급률도 높일 수 있다.

그렇다면 재생에너지의 산업 경쟁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재생에너지의 경제적 영향력은 모바일 인터넷,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기술, 자율주행차, 에너지저장장치 등 12개 붕괴 기술(disruptive technology) 가운데 중 가장 낮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선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필요하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비즈니스 모델은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인 마이크로그리드다. 디지털 기술들과 융합된 마이크로그리드와 같은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이 재생에너지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마이크로그리드를 이용한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확대 노력과 에너지 프로슈머 제도 도입 등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면 재생에너지가 일자리 확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안남성 한양대 교수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로 재생에너지을 보완하자"고 제안했다.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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