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양강 삼성페이·네이버페이 가입자 수·결제액에서 카드사 앱카드 모두 앞서

카드사 “가입자 수·결제액 동일 비교 무리”…전문가 “카드업계 통일 플랫폼 개발을”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스마트폰 등 모바일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결제가 소비생활의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간편결제 시장이 카드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 시장의 강자들은 카드사들의 간편결제 시스템인 앱 카드를 가입자 수나 결제액 면에서 따돌리면서 경쟁에서 한 발 앞서나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간편결제 시스템과 아예 손을 잡고 특화 카드 상품을 내놓거나 자사 앱 카드 시스템 강화 및 개편 등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한 클릭 한 번으로 결제가 가능한 간편결제의 편리함을 오프라인 카드 실물 상품이 상대하기엔 태생적으로 버거워 보인다. 이에 카드사들이 연합해 통일된 간편결제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소비자가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을 이용해 삼성페이로 오프라인 결제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간편결제 시장 양대산맥 삼성페이-네이버페이…카드사 ‘앱 카드’ 다 비켜!

지난 2014년 9월 카카오페이가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의 문을 연 이후 간편결제 시장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7년 1분기 중 전자 지급 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하루 평균 44만200여건 수준이던 간편 결제 건수는 올해 1분기 133만3200여건으로 1년새 3배 이상 증가했다.

간편결제 서비스를 통한 결제액 증가폭은 더 가파르다. 최근 1년 새 하루 평균 135억원에서 447억원으로 3.3배 폭등했다.

현재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는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가 양분하는 모양새다. 삼성페이는 카카오페이보다 한 발 늦은 2015년 8월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삼성전자 스마트폰인 갤럭시 기본 프로그램으로 플랫폼을 구성하면서 스마트폰을 통한 결제의 편의성을 내세워 시장의 선두로 치고 나갔다.

2015년 누적 결제액이 2조원 수준이던 삼성페이는 지난달 말 기준 누적 결제액이 10조원을 돌파하며 서비스 시작 2년만에 결제액이 5배나 증가했다. 가입자 수도 1100만명이나 된다.

네이버페이는 가입자 수에서 2400만명으로 삼성페이의 두 배를 뛰어넘는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이용해 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한 삼성페이와 달리 네이버페이는 온라인 상에서만 결제가 가능한 태생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어 누적 결제액은 약 5조원대로 추산된다.

카카오페이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최초로 선보였지만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과 대한민국 최대 포털인 네이버 사이트라는 막강한 지원군을 등에 엎고 양강 체제를 구축한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에 밀려 현재는 3위권으로 밀렸다.

그러나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만큼 카카오페이도 누적 가입자 수 1670만명에 누적 결제액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반해 카드사들의 간편결제 시스템인 앱 카드의 경우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신한FAN이 지난달 말 기준으로 가입자 수 870만명으로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는 물론이고 3위 간편결제 업체인 카카오페이에도 뒤진다.

다만 신한FAN 누적 결제액은 시장 점유율 1위 카드인 신한카드 결제 시스템과 연동되는 덕택에 16조원대로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를 앞선다.

카드사 앱 중 2위인 KB국민카드의 앱카드인 K-모션도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 수가 578만1000명에 총 이용금액은 4조2670억원으로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에 못 미치며, 현대카드의 현대앱카드나 우리카드의 우리페이, 하나카드의 하나1Q페이 등도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에 비하면 가입자 수와 결제액 면에서 뒤진다.

실제로 앱 분석업체인 와이즈앱 조사 결과 지난 5월 기준으로 사용자가 가장 많았던 모바일 결제 앱은 삼성페이로 493만명이 사용한 반면, 신한카드의 신한FAN 사용자는 252만명, 현대카드의 현대앱카드는 130만명, 하나카드의 하나1Q페이가 106만명으로 카드사 앱은 삼성페이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페이 TV CF 캡처 화면. 사진=카카오 제공

◇ 카드사들 통일된 플랫폼 개발 시급…가입자 수와 결제액 동일선상 비교 무리 지적도

이에 대해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은 “여러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들이 카드사들의 고유 영역이던 지급결제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면서 카드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카드사들이 통합플랫폼 구축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을 활용한 새로운 지급결제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박사는 “현재 카드사들은 플라스틱 실물 카드 외에 전자결제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결제 플랫폼을 각 카드사별로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며 “그러나 카드사들의 경쟁 상대라 할 수 있는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은 모든 카드사와 제휴를 맺고 어느 카드를 사용하는 고객이라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결제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 박사는 “이에 따라 카드사들도 기존의 플라스틱 카드 플랫폼에서 벗어나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아우르는 공동 플랫폼을 개발해 모든 카드사가 함께 등록해 쓸 수 있는 통합 앱을 만들어야 한다”며 “현재처럼 카드사들의 변화속도가 느리면 후발 경쟁 업체들에 의해 카드업계의 사업영역이 축소되고 카드사들이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카드사들의 앱카드와 간편결제 서비스 간 가입자 수나 결제액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대형 카드사의 임원은 “삼성페이는 갤럭시 스마트폰의 기본 프로그램이고, 네이버페이는 네이버에서 쇼핑 시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반면, 카드사의 앱카드는 해당 카드사 회원들에게만 한정돼 적용되는 서비스”라며 “불특정 다수에게 개방된 간편결제 서비스와 특정 카드사 회원들만 이용 가능한 앱카드를 동일선상에 놓고 가입자 수나 결제액을 비교 대상으로 삼는 것은 잘못된 비교 잣대”라고 주장했다.

삼성페이 연계 삼성카드 전용 상품인 ‘삼성페이 삼성카드 taptap’. 사진=삼성카드 제공

◇ 카드사들,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와 제휴 맺고 특화카드 출시 등 돌파구 마련 분주

한편,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이 확장되면서 카드사들은 오히려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와 협약을 맺고 특화카드를 출시하는 등 늘어난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의 파이를 먹는 방법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삼성카드가 출시한 '삼성페이 삼성카드 taptap'는 삼성페이로 결제 시 특화 혜택을 제공하는 간편결제 연동 전용 특화카드다.

이 카드는 전월 신용카드 이용금액이 30만원 이상 조건을 충족하면 온·오프라인 중 1가지 결제 방식을 택해 삼성페이로 결제 시 10% 결제일 할인(월 5000원 한도)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신한카드는 아예 삼성페이를 비롯해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모든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모바일 전용카드인 ‘신한 오투오카드’를 선보였다.

이 카드는 실물 플라스틱 카드 플레이트 없이 각종 간편결제 서비스에 ‘모바일 전용카드’를 등록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사용하는 모바일에 특화된 새로운 개념의 상품이다.

사용 가능 간편결제 서비스는 신한카드의 앱카드인 신한 FAN페이와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페이코 등이다.

오투오카드는 실물 플레이트를 제외해 자재 및 배송 비용을 줄이는 대신 할인 혜택을 극대화해 전달 실적에 따라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시 최대 5만원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간편결제 서비스 연동 신한카드 상품 ‘신한 오투오 카드’. 사진=신한카드 제공
KB국민카드는 삼성페이 연계 전용카드인 ‘KB국민 모바일101 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든는 삼성페이 연계 모바일 전용카드다.

이 카드는 ‘삼성페이’가 지원되는 스마트폰을 이용, 마그네틱 보안전송(MST)을 활용해 거의 모든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고, 가맹점에서 ‘삼성페이’로 결제하면 시 5%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또한 모바일이나 온라인을 통해 실물카드 없이 편리하고 신속하게 발급받을 수 있다.

하나카드는 카카오페이와 손잡고 ‘하나 카카오페이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카카오 프렌드 캐릭터들을 카드 전면에 내세운 이 카드는 전달 결제 실적이 25만원 이상일 경우 카카오페이로 결제하면 7000원을 캐쉬백 해주며 40만원 이상이면 1만원을 캐쉬백 혜택한다.

또한, 일 1회에 월 4회까지 카카오페이로 1만원 이상 결제 시 7%의 캐쉬백 혜택을 제공한다.

롯데카드는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 양쪽 모두와 제휴해 전용 상품을 내놨다. ‘삼성페이 롯데카드’는 삼성페이 앱을 통해 발급받을 수 있는 실물없는 모바일 앱카드로 삼성페이 전용 특화카드다.

전달 이용금액이 30만원 이상이면 삼성페이 결제 시 국내 가맹점 이용금액의 10%, 70만원 이상이면 20% 청구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월 할인 한도는 각각 8000원과 1만4000원이다.

‘카카오페이 롯데카드’는 카카오톡 앱 내에서 결제카드를 등록하면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간편하게 결제하는 롯데카드 모바일 결제서비스다, 카카오페이 롯데카드를 카카오페이에 등록하면 쇼핑과 식사, 항공 등 1700여개 카카오페이 가맹점 이용금액을 20%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특히, 카카오드라이버는 10% 추가 할인 혜택이 주어져 이용금액의 30%를 할인해준다. 지난 달 이용금액이 30만원·60만원·100만원 이상이면 각 1만5000원·2만원·3만원 한도로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우리카드는 삼성페이·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페이코 등 4대 주요 간편결제 서비스와 연계, 통합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썸페이 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는 구체적으로는 삼성·네이버·카카오·페이코 등 4대 페이에서 결제 시 7%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삼성페이 연계 KB국민카드 전용카드인 ‘KB국민 모바일101 카드’. 사진=KB국민카드 제공

◇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와의 제휴, 고객 확보 위한 ‘고육지책’…"시장 파이 확대 등 긍정적인 부분도 있어"

이처럼 카드사들은 자사 앱카드의 강력한 경쟁자인 간편결제 서비스와 오히려 제휴해 특화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늘어난 간편결제 시장의 파이를 자사 카드를 이용해 선점하겠다는 경영 전략이다.

단, 여기에는 카드사들의 복잡한 업계 사정에 따른 어려운 속내도 읽힌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이 워낙 커지다보니 자사 카드 상품에 간편결제 서비스가 연동이 되지 않거나, 카드로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시 할인 혜택이 제공되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더욱 더 실물 카드를 찾지 않을 수도 있다”며 “고객 확보 차원에서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와 손을 잡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의 확대가 카드사들의 입장에서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카드사 직원은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이 커지면 그만큼 온라인이나 모바일 결제 시장의 파이 자체가 커지는 효과도 따라오는 것”이라며 “가맹점 수수료 인하나 금리 인하,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의 출범과 같이 카드업계 전체적으로 악재가 많은 상황에서 카드 상품과 쉽게 연동 가능한 간편결제 시장이 커지면 간편결제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카드사가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 연계 하나카드 전용카드 ‘하나 카카오페이 체크카드’. 사진=하나카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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