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자구 계획안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면서, 금호타이어 경영 정상화도 꼬이고 있다.

박삼구 회장과 채권단이 과거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두고 팽팽한 힘겨루기를 한 것처럼, 자구 계획안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삼구 회장은 자구 계획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겠다고 ‘배수의 진’을 쳤지만, 채권단은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자구 계획안이 아니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13일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채권단 등에 따르면 전날(12일) 이한섭 금호타이어 사장은 산업은행을 방문해 △중국 공장 매각 △유상 증자 △대우건설 지분 매각 △인력 감축 및 임금 반납 등의 내용이 담긴 자구 계획안을 채권단에 설명했다.

박삼구 회장 측이 제시한 자구 계획안의 규모는 총 7300억원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중국 공장 매각을 통해 4000억원을 확보하고, 사모투자펀드(PE)를 구성해 연내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겠다는 내용을 자구 계획안에 담았다. 이 외에도 대우건설 보유 지분 4.4%를 매각해 13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게 자구 계획안의 주요 골자다.

특히 자구 계획안에서 박삼구 회장 측은 중국 공장을 인수할 투자자를 확보했고, 내년 3월까지 매각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 회장 측은 자구 계획안에서 투자확약서(LOC)를 근거로 인수자를 확보했다고 주장했으나, 구체적인 인수자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채권단 안팎에서는 박삼구 회장의 자구 계획안은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 공장 인수자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투자자를 확보했다는 것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구체적인 투자자 등을 거론하지 않은 채, 인수자가 있다고만 주장하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박삼구 회장은 자구 계획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겠다며 ‘초강수’를 뒀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자구 계획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겠다는 내용이 자구 계획안에 포함됐다”며 “그만큼 금호타이어 경영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박삼구 회장과 채권단이 과거 컨소시엄 허용을 두고 공방을 이어간 것처럼, 자구 계획안에 대해서도 대립을 지속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과거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해달라면서도, 구체적인 인수 자금 계획을 밝히지 않아 채권단과 대립각을 세웠는데, 양측이 자구 계획안을 놓고 비슷한 공방을 이어가지 않을까 싶다”고 주장했다.

채권단은 박삼구 회장 측의 자구 계획안과 관련해 전날 보완을 요구했으며, 이날 금호아시아나그룹 실무자는 산은을 방문해 자구 계획안에 대한 세부 계획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 채권단은 다음 주께 주주협의회를 열고 자구안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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