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21% 늘고 7∼8월에만 8000억원 증가

저축은행으로 들어가고 있는 고객들 모습.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시중은행에 대비 금리가 4배 이상 높은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13일 한국은행 조사 결과 지난 7월 말 기준 전국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0조1864억원으로 집계됐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지난 2007년 12월 이후 사상 최대 수준이자,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다.

저축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7월 말(16조6920억원) 대비 1년 만에 3조4944억원(20.9%) 늘어났다. 또한, 2011년 12월 말(10조1819억원) 대비 5년 7개월 만에 2배로 급증했다.

대출 잔액은 하반기 들어 증가세가 더욱 가파르다.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은 1조516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조1천60억원) 대비 63% 수준에 그쳤고, 6월에는 1397억원 감소했다.

하지만 7월에 대출잔액이 3846억원 늘면서 증가액이 2월(5041억원) 이후 5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저축은행 가계대출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증가액은 7월과 비슷한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2일 발표한 '8월 가계대출 동향(잠정)'을 통해 저축은행 가계대출이 신용대출 중심으로 약 4000억원 늘었다고 발표했다. 하반기 들어 7∼8월 두달 동안 8000억원 정도 늘어난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 6월 저축은행들이 일시적으로 건전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가계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했다가 7∼8월 들어 증가세가 평소 수준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8·2 부동산 대책' 등에 따른 대출 규제 강화로 은행권 가계대출 수요가 저축은행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작용한 것도 잔액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한편, 저신용·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이 많이 찾는 저축은행의 가계 대출 잔액이 늘어나면서 이들 계층의 금리 부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연 15.23%(신규취급액 기준) 수준으로, 예금은행(3.46%) 대비 4.4배 높다.

특히,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 폭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저축은행 가계 대출 잔액 증가로 인해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될 공산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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