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유해성 논란에 휩싸인 유한킴벌리 등 관련업체들도 기저귀 생산

생리대는 의약외품으로, 기저귀는 공산품으로 구분돼 성분표시의무 없어

국내에서 유통 중인 기저귀의 전성분 표시.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산후조리원에서부터 썼던 국산 기저귀가 생리대 유해물질 논란으로 언급되는 기업에서 만들어진 것을 알고난 뒤에는 사용을 못 하겠어요. 기저귀는 성분 표시도 제대로 안 되고 있던데 믿고 쓸 수 있는 제품은 없을까요”

국산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확산되면서 유사한 방식으로 제조되는 기저귀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생리대 유해성 논란에 기업명이 거론된 유한킴벌리와 깨끗한나라 등 업체들이 영아들이 사용하는 기저귀도 생산하기 때문이다.

실제 기저귀 제조업체인 유한킴벌리, 엘지유니참, P&G, 깨끗한나라 등의 제품을 확인한 결과 주요 재료를 공개하고 있지만 전성분 표시 의무가 없어 정확한 성분을 밝히지 않고 있다.

생리대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의약외품으로 분류하지만, 기저귀는 공산품으로 구분하는 탓이다. 현재 생리대는 보건당국인 식약처가, 기저귀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관리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 중인 대부분의 기저귀 제품은 안감(부직포), 흡수층(분쇄펄프, 고흡수체, 흡수지, 부직포), 방수층(폴리에틸렌필름), 테이프로만 성분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생리대와 기저귀는 기본적으로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생리대에 쓰이는 흡수층과 비슷한 원재료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여성환경연대에서 공개한 생리대의 ‘휘발성유기화합물질’(voc)이 기저귀에서도 검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리대와 기저귀의 핵심 성분인 화학처리된 고분자 흡수체에서 유해 물질이 나올 수 있으며 천연펄프를 흡수체를 사용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방수층과 테이프의 성분도 명확한 설명이 부족하다.

또한 세계적으로 피부로 흡수되는 독성 ‘경피독’에 대한 연구도 부족한 실정이다. 흡입·섭취하는 독성에 비해 경피독의 경로와 위험성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최경호 교수는 최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생리대와 기저귀는) 같은 목적으로 쓰인다. 흡습제 등 같은 물질이라고 보는 게 맞다”면서 “아이들은 쉬지 않고 1년 이상 기저귀에 노출되기 때문에 몸 안으로 들어가는 물질이 얼마나 될지 그런 것들을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최 교수는 "계란 관리가 농식품부와 식약처로 이원화돼 사각지대가 발생했는데, 생리대와 기저귀도 마찬가지"라며 "두 개가 비슷한데도 기저귀가 공산품으로 분류된 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는 기저귀에 대해 뒤늦게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작년에 시중에 유통됐던 기저귀에 대해 전수조사에 착수했고 국표원은 기저귀 안전 기준에 맞춰 제품 실험을 진행 중이다. 국표원은 전수검사 결과 발표를 이달 말로 예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깨끗한나라와 유한킴벌리는 "생리대와 기저귀를 생산하는 공장은 같지만 다른 공간에서 제조하고 있다"며 기저귀를 만드는 원료도 생리대와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소비자가 제품의 유해성을 구별할 수 있도록 조사 결과를 공개한 후 전성분 표시도 법제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인천에서 24개월, 8개월 된 아기를 키우는 한 소비자는 “올해 초 수입 기저귀에서 다이옥신과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고 보도돼 국산 기저귀로 바꾼 지 6개월만에 이런 일을 겪게돼 걱정이 앞선다”면서 “아이들은 기저귀를 뗄 때까지 하루종일 착용하고 사는데 전성분 표시를 의무화하고 조사 결과가 속히 나와야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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