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새 전업 카드사 7곳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 3명에서 8명으로 ‘급증’

법조인 출신 사외이사 절반으로 ‘감소’…언론인 출신 사외이사 올해는 ‘전무’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카드업계 사외이사진 중 관료 출신 인사가 지난 1년새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법조인 출신 인사와 언론인 출신 인사는 크게 줄어 대조를 보였다.

2일 국내 7개 전업 카드사(신한카드·KB국민카드·삼성카드·현대카드·우리카드·하나카드·롯데카드, 이상 올해 상반기 시장점유율 순)를 대상으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올해 반기보고서와 지난해 반기보고서를 통해 사외이사진 출신 성향을 분석한 결과 관료 출신 인사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7개 전업 카드사 CI. 사진=각 카드사 제공

7개 전업 카드사의 사외 이사진은 현재(이하 올해 6월 30일 기준) 29명으로 지난해(이하 2016년 6월 30일 기준) 30명에서 1명 감소했다. 카드업계 사외이사 숫자가 줄어든 이유는 현대카드 사외이사 숫자가 지난해 6명에서 현재 5명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현대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6개 전업 카드사는 올해와 지난해 모두 각 카드사 당 동일하게 각 4명씩의 사외이사진 숫자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또한, 7개 전업 카드사 중 신한카드는 사외이사진의 퇴임이나 선임 등 교체가 없이 현재 사외이사진이 1년전과 동일했다. 나머지 6개 카드사는 지난 1년새 사외이사진 진용이 크게 바뀐 것으로 드러났다.

◇ 관료와 교수가 전체 사외이사 중 절반 이상…신한카드, 사외이사진 지난해와 '동일'

현재 7개 전업 카드사 사외이사 29명 중 교수와 관료 출신 인사가 각 8명(27.6%)씩으로 관료 출신과 교수들이 사외이사진 전체의 절반 이상인 16명(55.1%)을 차지했다.

카드업계 사외이사진의 출신 성향을 분석해 보면 전체 29명 중 관료 출신이 8명(27.6%), 교수 8명(27.6%), 금융공기업(한국은행·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출신 5명(17.2%), 기업인 4명(13.8%) 순으로 많았다.

이 밖에 법조인과 회계사, 연구원, 군 출신 인사가 각 1명(3.5%)씩 카드업계 사외이사진에 포진하고 있었다.

지난해 이맘때의 경우 전체 카드업계 사외이사진 30명 중 교수가 9명(30%)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금융공기업 출신 5명(16.7%), 기업인 4명(13.8%), 관료 3명(10%), 언론인 2명(6.7%), 법조인 2명(6.7%), 연구원 2명(6.7%), 회계사 1명(3.3%), 군 출신 1명(3.3%) 순이었다.

최근 1년새 관료 출신 인사가 세 배 가까이 늘었고, 법조인과 언론인 출신 인사는 크게 감소한 가운데 교수 출신과 금융공기업인도 다수를 차지했다.

세종정부청사 기획재정부 전경. 카드사 사외이사진 관료 출신의 대부분은 기재부 출신 관료들이다. 사진=연합뉴스
각 카드사 별로는 신한카드가 4명의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 1명, 교수 1명, 기업인 1명, 금융공기업인 1명이었다. 신한카드는 1년 전과 비교해서 현재 사외이사진의 교체가 없이 동일했다.

KB국민카드는 4명의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이 2명, 교수가 2명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사외이사 4명중 언론인 출신이 2명이었고, 교수가 2명이었는데 최근 언론인 출신 사외이사가 모두 관료 출신으로 교체된 경우다.

삼성카드는 4명의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이 2명, 법조인과 금융공기업인이 각 1명을 차지했다. 지난해엔 사외이사 4명중 교수가 2명, 법조인과 금융공기업인이 각 1명씩이었다. 삼성카드는 올해 기존의 교수 사외이사들을 모두 관료 출신으로 교체했다.

현대카드는 5명의 사외이사 중 기업인이 3명, 교수 1명, 연구원이 1명이었다. 1년전엔 사외이사 6명 중 기업인이 2명, 교수 2명, 연구원 2명이었다.

우리카드는 사외이사 4명 중 교수가 3명, 금융공기업 출신 인사가 1명이다. 지난해엔 사외이사 4명중 교수 2명, 금융공기업 1명, 국정원 출신 인사 1명이라는 진용을 갖추고 있었다.

하나카드는 4명의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과 금융공기업인, 회계인, 군인 출신 인사가 각 1명씩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사외이사 4명중 관료 출신과 기업인, 회계인, 군 출신 인사가 1명씩으로 기업인 출신 인사가 금융공기업 출신 인사로 교체됐다.

롯데카드는 현재 4명의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이 2명, 교수 1명, 금융공기업인이 1명이었다. 지난해엔 사외이사 4명중 금융공기업 출신 인사가 2명으로 가장 많았고, 교수와 관료 출신 인사가 각 1명씩이었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 전경. 사진=연합뉴스

◇ 관료 출신 카드업계 사외이사, 지난해 3명에서 올해 8명으로 3배 늘어

카드사 사외이사진의 출신 성향을 지난해와 비교 분석한 결과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인사는 관료 출신 인사들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관료 출신 카드사 사외이사들은 전체 카드업계 사외이사진 30명 중 3명(10%)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전체 사외이사 29명중 8명(27.6%)이 관료 출신으로 채워져 1년새 세 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카드와 삼성카드는 각 4명의 사외이사진 중 지난해엔 관료 출신 인사가 단 한명도 없었지만, 올해는 양사 모두 사외이사진의 절반인 2명씩을 각각 관료 출신으로 교체했다. 롯데카드도 지난해 사외이사 4명중 관료 출신이 1명이었지만 올해는 2명으로 두배 증가했다.

KB국민카드는 올해 3월말 임성균 세무법인 다솔 회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임 회장은 지난 1980년 제24회 행정고시 합격 이후 경제기획원과 재정경제부, 통계청, 국세청을 거친 정통 관료 출신 인사다.

임 회장과 같이 올해 초 KB국민카드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된 관료 출신 인사는 박재식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이다. 박 전 사장은 1982년 제26회 행정고시 합격 이후 재무부와 재정경제부, 대통령비서실, 우정사업본부, 기획재정부를 거쳐 관료 출신 인사로 분류된다.

삼성카드도 올해 3월말 권오규 전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1974년 제 15회 행정고시 합격 후 재정경제부를 거쳐 조달청장, 대통령 비서실 정책수석 비서관, OECD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 등을 역임했다.

권오규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 현재 삼성카드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같은 시기 최규연 전 조달청장도 삼성카드 신임 사외이사직에 올랐다. 1981년 제24회 행정고시 합격 후 재정경제부를 거쳐 국제부흥개발은행, 기획재정부에서 일했다.

롯데카드는 지난 3월말 조현관 법무법인 바른 상임고문을 신임 사외이사로 데려왔다. 조 고문은 1982년 제25회 행정고시 합격 후 국세청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목포세무서장과 서울지방국세청장 등을 역임한 관료 출신 인사다.

◇ 법조인·언론인 출신 인사 ‘쓸쓸한 퇴장’…현대카드, 지분 매각 따라 사외이사 교체

카드사들의 관료 출신 인사를 향한 ‘러브콜’이 크게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으로 법조인과 언론인 출신 인사들은 약세를 보였다.

우선 지난해까지만 해도 KB국민카드는 4명의 사외이사진 중 절반인 2명이 언론인이었다. 올초만 해도 KB국민카드 사외이사였던 조선일보 기자 출신의 송형목 스포츠조선 대표이사 사장과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황재홍 전 라디오인천 고문은 지난 3월말 모두 2명의 관료 출신들로 교체됐다.

법조계 인사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대전지방법원 판사와 수원지방법원 판사를 역임한 이상용 변호사는 지난해 KB국민카드 사외이사진에 이름을 올렸지만 올해 초 사외이사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에 따라 현재 카드업계 사외이사 중 법조계 출신 인사는 박종문 법무법인 원 대표만이 남게 됐다. 박 대표변호사는 지난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 합격 후 광주고등법원 판사와 서울지방법원 판사,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거쳐 서울북부지방법원 부장판사와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박종문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 현재 카드사 사외이사진 중 유일한 법조계 출신 인사다. 사진=아름다운재단 제공
한편, 현대카드의 경우 지난 10년 이상 주요 주주로 지분 43%를 보유하고 있던 미국 GE캐피탈이 홍콩계 사모펀드인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에 지분 24%를 매각하면서 사외이사진도 크게 바뀌었다.

지난해까지 6명의 현대카드 사외이사 중 미국 GE에서 파견된 2명의 사외이사였던 데니스 홀과 라이언 재닌 이사가 물러나고 박영택 어피니티 회장과 이상훈 어피니티 코리아 대표가 새로 사외이사로 선임 된 것이다.

또한, 현대카드 사외이사진의 특징으로는 한국금융연구원 출신의 연구원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지난해엔 6명의 사외이사진 중 한국금융연구원 출신인 구정한·이재연 선임연구원이 사외이사진에 포진됐다. 올해 들어 전업 카드사 중 유일하게 현대카드만이 사외이사진 숫자가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재연 선임연구원은 사외이사직을 지키고 있다.

하나카드는 전업 카드사 중 유일하게 군 고위 장성 출신의 장광일 동양대 국방기술대학 교수를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장 교수는 육군사관학교 졸업 후 제26기계화보병사단 사단장과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육군 제44대 제1군단 군단장,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등을 역임했다.

현대카드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박영택 어피티니 회장. 사진=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제공

◇ 카드사 사외이사진 점점 더 ‘전문화’…대관 업무 강화 ‘관료’ 선호·법조인은 ‘대안’ 많아

최근 카드사 사외이사진 면면을 살펴보면 점점 더 카드업계와 금융업계에 전문성 있는 인사로 사외이사진이 채워지고 있음이 확인된다.

그 동안 국내 기업들의 사외이사들은 기업 M&A나 소송 등 기업 운영에 있어서 굵직한 이벤트나 대외적으로 어려움이 생겼을 때를 대비해 판사 등 율사 출신의 법조인들을 사외이사로 많이 스카웃 해 왔던 것이 관례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각 카드사들의 사외이사진을 살펴보면 고위 법관 등을 지낸 법조인 출신 인사들의 이름은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법조인이 사라진 자리는 오랫동안 금융계에서 잔뼈가 굵은 금융공기업 출신 인사들과 고위 경제 관료 출신 인사들이 채우고 있다. 금융당국의 감독 하에 사업을 진행하는 카드사들이 대관 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이들을 사외이사로 내세우는 것이다.

한편, 전통적으로 사외이사진 중 큰 축을 담당했던 교수 출신 사외이사들도 점점 카드업계 성향에 맞는 전문가들로 채워지고 있다.

롯데카드의 사외이사인 김인석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가 대표적인 인사다. 김 교수는 지난 1980년 한국은행 전산본부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한 후 1996년 은행감독원에서 IT검사 업무를 맡았고, 1999년 금감원 전산실 초대 기획과장을 거쳐 IT검사연구실 실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2011년부터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로 임명돼 현재까지 고려대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 대비와 정보보안을 강화하는 금융보안정책 전문 교수로 활동 중이다.

김인석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금융사 개인정보 유출 등을 예방하고 대비하는 금융보안정책 전문가로 하나카드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사진=고려대학교 제공

이처럼 최근 카드업계 사외이사진의 변화 양상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모 카드사 고위 임원은 “사외이사 선임 시에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해서 업계와 큰 연관성이 없거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경우 노조 등 내부에서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주주들에게 사외이사 선임의 정당성이 인정받으려면 ‘전문성’과 ‘업무 연관성’을 가장 우선적으로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사외이사들이 의사회에서 반대 의견을 내지 않는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어느 한 단편만을 보고 폄하하는 것”이라며 “전문가인 사외이사들을 대상으로 이사회를 열 땐 회사 입장에서도 최대한 반대 의견이 나오지 않도록 완벽한 조건하에서 의결을 실시하고, 따라서 거의 대다수 의결이 찬성 쪽으로 통과될 수 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관료 출신들은 대관 업무 등에 있어서 회사에 도움이 많이 돼 사외이사로 선호하는 편이지만, 법조인은 사외이사가 아니더라도 소송 등 외부에서 법적인 문제가 터질 경우 대형 로펌이나 사내 법무팀 등 보다 전문적으로 법적인 도움을 받을 길이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카드업계 현실이나 여신금융 업무 자체를 전문적으로 꿰고 있지 않은 율사(법조인) 출신을 굳이 사외이사로 선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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