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자리 창출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포스코가 철강업계에서 처음으로 정규직 확대 정책을 내놓으면서,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고심에 빠졌다.

철강업계에서는 소속 외 근로자인 ‘사내하도급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신규 인력을 채용할 여력도 없다는 의견이 많다.

25일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포스코의 비정규직 비율은 1.8%에 불과하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비정규직 비율 역시 각각 1.8%, 2.3% 수준으로, 타 기업과 비교해 비정규직 비율이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사내하도급 비정규직을 포함하면 얘기가 다르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 공시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포스코의 사내하도급 비정규직 비율은 48%에 달한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의 사내하도급 비정규직 비율은 51%, 동국제강은 37%인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사내하도급 비정규직 대신 정규직 확대 택한 포스코

철강업계에서 사내하도급 비정규직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철강업체들은 사내하도급 비정규직을 자사의 비정규직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은 원청 직원과 사실상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다며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근무하는 사내하도급 근로자 15명은 2011년 포스코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했는데, 1심에서는 포스코가 이겼고, 2심에서는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승소했다. 포스코가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사내하도급 비정규직 문제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현대제철 역시 사내하도급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 휘말려 있는 상태다.

철강업계는 사실상 사내하도급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가 정규직 채용 확대라는 ‘묘수’를 꺼내면서,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 기조에 호응하고 나섰다.

포스코는 2020년까지 정규직 6000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매년 1000명 안팎의 정규직 채용 규모를 1500명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그룹 차원에서 리튬, 양음극재 등 미래 신(新)성장 연구·기술개발 분야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한 ‘스마트 팩토리’ 등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할 인력을 대폭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철강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우회적으로 일자리 창출 방안을 꺼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 철강업체 가운데 사내하도급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감당할 수 있는 업체는 없다고 보면 된다”며 “포스코가 사내하도급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신 정규직 채용 자체를 늘리는 묘수를 내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스코 행보에 현대제철·동국제강 ‘시름’

포스코가 정규직 채용 확대로 일자리 창출 방안을 내놓으면서, 동종 업계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고심에 빠진 모양새다. 이들 업체는 현재로서는 신규 채용 확대 계획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는 현대자동차그룹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지, (현대제철이)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없다”며 “현대제철의 신규 채용 확대는 현재까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포스코는 철강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여러 계열사를 통한 그룹 차원의 정규직 채용 확대이기 때문에 현대제철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동국제강 관계자 역시 “포스코처럼 별도의 일자리 창출 방안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철강업계에서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신규 채용을 확대할 여력이 없다는 의견이 많다. 철강업계가 최근 건설 경기 호조 등으로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불황 탈출은 시기상조이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철강업계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비롯해 여전히 대외적 여건은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도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에 적극 동참하고 싶겠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아 답답한 상황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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