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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살충제 파동이 먼저 시작됐던 유럽에선 시민들이 다시 계란을 사 먹는 등 수습 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이지만 국내는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유럽의 경우 13여개 국가에서 논란이 됐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빠르게 상황이 마무리 된 것은 당국이 철저하게 조사해 엄격한 조치를 취하고, 시민들도 정부를 신뢰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소비자들은 정부의 조사 결과조차 믿을 수 없다며 불신의 그림자를 거두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산 달걀에서 발견돼 논란이 된 '비펜트린'은 닭 진드기용 살충제다. 피프로닐은 벨기에·네덜란드·독일·스웨덴·영국·프랑스·아일랜드 등 유럽지역 국가에서 최근 유통된 계란에서 검출돼 국제적인 파문을 일으킨 성분이다.

유럽의 경우, 살충제 계란 유통의 진원지인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농장 문을 즉시 닫고 닭 살처분을 결정했다. 네덜란드는 현재까지 전국 180개 산란계 농장을 폐쇄했고, 벨기에 농장의 25%가량도 문을 닫았다.

계란이 유통된 국가에서는 계란이 들어간 2차 식품 피해를 막기 위해 제품 철수에 정부가 직접 나섰다.

영국에선 살충제 계란에 대한 정보를 계속 업데이트해 공개하고 있다. 프랑스도 피프로닐에 감염된 계란에 대한 모든 정보를 농림부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피프로닐에 감염된 계란 브랜드와 유통된 숫자, 각 계란이 입고된 날짜는 물론 피프로닐 함유량까지 포함됐다.

독일 정부는 자국이 수입하고, 유통한 달걀과 관련 제품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선 가운데 독일계 슈퍼마켓 체인인 알디는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수입한 달걀 300만개를 폐기했다. 독일 정부는 살충제 달걀이 담긴 계란판의 일련번호를 신문에 게재해 소비자들이 확인하고 살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이들 국가는 EU가 식용 가축에 대한 사용을 금지한 살충제를 닭 농장 방역작업에 사용한 것은 범죄행위라는 인식 아래 관련자에 대한 강력한 형사 처벌을 예고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사법당국은 지난 10일부터 살충제 달걀 생산·유통 과정을 규명하고, 관련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수사에 공동으로 착수했다.

양국 경찰은 피프로닐 오염 달걀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8곳에 대한 긴급 압수수색을 벌였고, 이 살충제를 사용해 닭 농장 방역작업을 벌인 방역업체 '칙프렌드'의 간부 2명도 긴급 체포했다.

또 살충제 달걀 파문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된 만큼 EU 경찰기구인 유로폴과 EU 검찰기구인 '유로저스트'의 도움을 받아 공조수사를 벌이고 있다. 회원국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EU 집행위원회도 다음 달 비상회의를 소집해 살충제 달걀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살충제 계란 사태 초기부터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두 부처가 엇박자 대응으로 혼선을 빚었다. 현재 계란의 경우 생산 단계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유통·소비 단계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각각 관할하는 이중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16일 오전 살충제 계란이 검출된 농장이 모두 4곳이라고 발표했지만, 바로 이어 식약처는 농식품부가 언급하지 않은 다른 농장 2곳의 계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같은 날 오후에 낸 '부적합 계란 검출 내역' 자료에서 식약처가 추가한 농장들을 여전히 '검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두 기관간 업무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정부부처가 난각코드(계란껍데기 생산자 확인 번호)를 잘못 발표한 것도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정부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의 난가코드와 농장명을 여러차례 수정했다.

21일에도 7개 농장의 난각 코드를 정정했다. 농식품부와 식약처는 합동 브리핑을 열고 전수조사 및 보완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 52곳 가운데 7개 농장의 난각 코드가 잘못 발표됐다고 밝혔다. 아예 난각코드를 찍지 않은 채 계란을 유통시키는 농장도 적발됐다. 정부의 허술한 관리체계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계속해서 재조사를 진행하는 것도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정부는 지난 14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살충제 달걀이 검출된 뒤 정부는 3일 안에 국내 농가 1200여곳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마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5일 달걀 샘플 채취 과정에서 일부 불공정성 논란이 빚어지며 방역당국이 농장 121곳을 다시 조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전수조사가 끝난 지난 19일에는 몇몇 지자체의 살충제 성분 일부가 검사 대상에서 빠지면서 농장 420곳을 재조사했다.

열악한 국내 사육 환경도 문제다. 밀집사육이 아닌 방사형 사육을 하면 닭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살충제를 뿌릴 필요가 없다. 닭이 ‘흙목욕’으로 진드기를 떼어내기 때문이다. 이에 산란계 농장 사육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근본대책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산란계 농가는 배터리 케이지를 없애면 계란 출하량이 80%가량 줄어들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은 2003년부터 국내와 같은 환경의 케이지 신축을 금지했다. 국내 역시 사육 환경이 변하지 않으면 먹거리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문가들은 하루 1~2개 정도는 인체에 큰 해가 없고 한 달 뒤에는 독성이 몸 밖으로 배출된다고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도 유명 대학 교수들의 실험 결과에서 문제가 없다고 나타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면서 "계속해서 부적합 농가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니 불안할 뿐 아니라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발표도 신뢰가 안 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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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08/22 07:00:25 수정시간 : 2017/08/22 07: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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