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중국 타이어 업체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인수 가격을 낮춰달라고 요구하면서, 금호타이어 매각이 다시 원점에서 새로 시작될 전망이다.

인수 가격에 변동 사항이 생길 경우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새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해야 하는데, 채권단은 더블스타와 매각 절차를 시작하기 전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에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반드시 물어야 한다. 이에 따라 다시 금호타이어 인수 기회를 잡은 박 회장이 그룹 재건의 꿈을 이룰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금호타이어 채권단에 따르면 채권단은 오는 22일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를 열어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 가격 인하에 대해 논의키로 했다.

더블스타 측은 최근 금호타이어 실적이 악화됐다는 이유로 매각 가격을 종전 955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낮춰달라고 채권단에 요구했다.

채권단과 더블스타가 맺은 SPA에 따르면 매매 계약 종결 시점인 9월23일 기준으로 금호타이어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5% 감소할 경우 더블스타가 매매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겨있다.

금호타이어는 올해 상반기에 50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에, 더블스타가 SPA를 다시 작성하자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채권단 측은 주주협의회를 열어 매각 가격 조정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채권단이 더블스타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박삼구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이 부활하게 된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더블스타와의 매각을 진행하기 전에,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는 박 회장에 금호타이어 인수 여부를 물어야 한다.

채권단은 앞서 더블스타가 9550억원의 인수 가격을 제안했을 당시, 박 회장 측에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물은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채권단이 더블스타에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했으나, 박 회장 측에는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지 않아,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포기했다.

다만 채권단 내부에서 최근들어 박 회장 측에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해야 한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더블스타가 매각 가격을 인하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채권단 입장에서는 다시 원점에서 금호타이어 매각을 진행하게 됐기 때문이다. 또한 더블스타가 매각 가격을 낮춰달라고 요구한 만큼, 채권단이 박 회장 측에 컨소시엄 구성 불허를 고집한다면, ‘헐값 매각’ 논란 등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만약 채권단이 박 회장 측에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할 경우, 박 회장의 그룹 재건의 꿈도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박 회장은 “컨소시엄 구성이 허용되면 1조원 안팎의 인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낸바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