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GDP 대비 재정수지 -1.4%…전망 대비 1%포인트 높아

'엉터리 세수추계'에 '경기 보강' 여력 제대로 활용 못 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중은 1.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악화하던 경기를 살리기 위해 재정수지 적자 확대를 감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잘못된 추계로 세수가 계획 보다 10조원 이상 더 들어오면서 결과적으로는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나랏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22조7천억원으로 GDP 대비 -1.4%로 집계됐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 4대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정부의 실질 살림살이를 나타낸다.

2016∼202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지난해 관리재정수지는 39조1천억원 적자, GDP 대비 비율은 -2.4%로 전망됐다.

그러나 실제 결산 결과 적자 규모가 대폭 줄면서 적자 비율 역시 1%포인트(p) 줄었다.

나라 살림살이의 적자 규모가 줄어든 것 자체는 좋은 일이다. 그만큼 재정건전성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상 경기가 좋지 않으면 정부는 들어오는 수입 보다 지출을 늘리면서 적자를 감내하게 된다.

박명호 조세재정연구원 장기재정전망센터장은 "실질적으로 각 국가는 재정건전성 차원에서 균형수지를 원한다"면서 "그러나 경기가 좋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실업급여 등 의무지출이 늘어나고 재량지출을 확대해 경기를 좋게 하려는 시도를 하게 돼 재정수지 적자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의 실질적 마지막 해였던 지난해의 경우 하반기 들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회) 가결,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본격화 등으로 경기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확장적 재정 기조가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세수 예측이었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국세 수입을 222조9천억원으로 전망했다가 세수가 호황을 보이자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했다.

그러나 추경안 기준 세수입(232조7천억원) 보다도 세수가 9조8천억원 가량 더 들어오면서 결과적으로는 재정수지 적자가 줄어드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불러왔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재정을 대거 투입, 경기를 보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민간에서 세금을 더 거둬들였고, 이러한 잘못된 세수 예측으로 경기 활성화를 위해 실제로 쓸 수 있었던 나랏돈 또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셈이 됐다.

지난해 우리 경제의 경상성장률은 4.7%였지만 총지출 증가율은 3.6%에 그쳤다.

글로벌 경기가 본격 회복되기 이전인 지난해 선진국들은 재정을 확대해 경기를 활성화하는데 적극적이었다.

지난해 OECD 회원국의 평균 재정수지는 GDP 대비 -3.1%로 재정적자 비율이 우리나라의 2배 이상이었다.

미국(-5%), 스페인(-4.6%), 영국(-3.3%), 프랑스(-3.3%), 벨기에(-3.0%), 핀란드(-2.7%) 등 주요국들은 정부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았다. 재정건전성 악화에도 민간에 더 많은 돈을 푼 셈이다.

한국재정학회 회장 직무대행인 황성현 인천대 교수는 "최근 총지출 증가율이 2%대로 떨어지면서 경상성장률를 밑돌았는데 우리 경제 수준을 봤을 때 굉장히 낮은 수준"이라며 "박근혜 정부는 적극적 재정정책을 편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작은 정부였는데 더 작은 정부가 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사후적으로 보면 확장적 재정기조가 축소됐지만 세수 예측 오류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만큼 예산안 편성 당시의 정책기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결과적으로 확장적 재정이 안됐지만 예산안 편성 당시 확장적 재정정책 시그널을 시장에 보낸데 의미가 있다"면서 "우리 경제는 보통 2% 내외의 재정수지 적자를 유지해왔는데 지난해 1.4% 적자는 확장기조는 완화됐지만 이를 수축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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