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으로 숨진 한국타이어 직원 유족의 배상청구 인정, 10일 법원 일부 승소판결

경쟁타이어 업계서도 주시…일각에선 이번 판결로 유사소송 이어질 것으로 예상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타이어업계가 초긴장 상태다. 지난 10일 한국타이어 제조 공장의 작업환경이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법원의 일부승소 판결이 나오면서 경쟁사인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도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로 다른 유사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한국타이어 공장과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다 암, 순환기질환 등으로 사망한 근로자는 46명이다. 이 가운데 한 명이 법원으로부터 회사의 책임을 인정받은 안모씨다.

안씨는 1993년 12월 한국타이어에 입사, 생산관리팀 등에서 일하다 2009년 폐암 진단을 받았다. 그는 6년의 투병 끝에 2015년 1월 숨졌다. 근로복지공단은 그의 죽음을 업무상 재해로 판단했다.

하지만 한국타이어 측이 이를 인정하지 않자 안씨의 유족은 한국타이어를 상대로 2억8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2년여 공방 끝에 법원은 전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안씨의 업무와 폐암 발생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장에 배기냉각장치를 설치하고, 마스크를 지급한 점으로 볼 때 한국타이어가 암 발병 연관성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하지만 “냉각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마스크 착용도 독려하기만 했을 뿐”이라며 유가족에게 1억28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등 근로자 본인의 책임도 일부 인정, 배상액을 청구액의 절반 정도로 줄였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다음 주쯤 판결문이 나오면 이를 검토한 뒤 항소 여부와 현장 조치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법원의 이번 판결이 국내 타이어업계 전반에 상당한 여파를 불고 올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한국타이어 공장과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일부 근로자의 유가족들은 추가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타이어공학과 교수는 “이번 판결은 한국타이어 생산라인의 작업환경이 상당히 유해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며 “이는 다음번 추가 사망자들의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 한국타이어의 금산 제3공장이나 넥센타이어의 양산공장이 전자동화시스템을 갖춰 인력 배치를 최소화하고 있고, 먼지나 유해가스도 포집을 통한 습식처리를 하므로 이 같은 문제는 앞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기존의 돌연사나 사망자들에 대해선 충분한 보상과 반성을 통해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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