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P 가입 대상 종전 월급근로자에서 자영업자·공무원·군인까지 확대

수수료 면제·인하 등 시장 쟁탈전 ‘치열’…낮은 수익률 개선은 ‘숙제’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증권사들이 훌쩍 커진 개인형 퇴직연금(IRP)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지난달 말부터 IRP 가입 대상이 크게 늘어나면서 증권사들이 IRP 시장을 새로운 먹거리 시장으로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시장 쟁탈전에 나서고 있다.

◇ 취약한 공적연금 보완해 대상 늘리고 세제 혜택도 강화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IRP는 근로자가 이직이나 퇴직시에 받는 퇴직급여를 근로자 본인 명의 계좌에 적립해 만 55세 이후 연금화해 수령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무엇보다 IRP가 돋보이는 점은 본인이 받는 퇴직금 외에도 연간 한도 1800만원 안에서 추가로 적립이 가능한데다 개인연금과 합산 시 연간 700만원 한도 내에서 절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또한 퇴직연금 계좌를 이용, 예금·펀드·채권·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해 추가로 수익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그 동안 이 개인형 퇴직연금 제도의 혜택을 받는 대상자는 일정 급여를 받는 일반 사기업 근로자로 한정돼 있었다. 우선 개인형 퇴직연금 제도 자체가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사기업 근로자들의 안정된 노후 생활을 퇴직연금 형태로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도입한 제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들 중에 또 상당수를 차지하는 자영업자나 공무원, 군인, 교직원들은 개인 연금이나 공적 연금에만 의지해야 했던 상황이었던 만큼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특히 공적 연금이 과거보다 취약해 지면서 IRP 대상 확대의 필요성이 더욱 늘어났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정부부터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공적연금에 대한 개혁 요구가 커졌는데 이 개혁방식이 주로 급여는 줄이고, 보혐료는 올리는 방향으로 이뤄졌다”며 “결국 이 와중에 공무원이나 군인, 교직원 등이 노후에 받는 연금이 실질적으로 감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송 선임연구원은 “퇴직 이후 노후에 확보되는 소득이 이전 근로소득의 70%는 돼야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한데 공적연금 개혁으로 퇴직 이후 공공 부문 근로자들이 받게 될 연금 수령액이 줄면서 사적 연금으로 기존의 IPR 대상에 제외됐던 이들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IRP 확대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지난달 26일,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이 개정돼 IRP 가입대상자가 자영업자·공무원·교직원 등으로까지 확대됐다.

이로 인한 추가 가입 대상자는 자영업자 약 580만명에 공무원·사립학교 교직원·군인·별정우체국 연금 가입자 150만명 등을 합쳐 총 73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또한 그간에는 퇴직금 수령 기간인 1년 이상을 회사에 재직한 근로자만 IRP에 가입할 수 있었지만 지난달 1년 미만 재직자까지로도 1RP의 문이 열렸다.

이처럼 IRP 시장의 사이즈가 더욱 커지면서 증권사들의 시장 선점 전략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 부문에서 한 발 먼저 치고 나온 업체는 삼성증권이다.

대신증권 IRP 상품 안내 이미지. 사진=대신증권 제공

◇ ‘730만명’ 새 고객 잡자···증권사들 수수료 면제·인하 혜택 통해 고객 확보전

삼성증권은 IRP 가입 대상자가 확대 시행되는 지난달 26일부터 개인이 연금보험료로 추가 납입하는 부분에 대해 계좌 운영·관리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특히, 삼성증권이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대상은 지난달 말부터 IRP 가입 자격이 추가로 주어지는 자영업자와 공무원, 군인 등 뿐만이 아니라 기존 고객의 향후 추가 납입분까지 포함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평균 수명 증가로 인해 연금자산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해 업계에서 선도적으로 수수료 면제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는 IRP가 확대 시행된 지난달 말부터 증권사 최초로 IRP 비대면 계좌 개·산간지역의 고객들도 언제 어디서나 IRP 가입을 통해 노후 준비와 실질적인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박준철 미래에셋대우 디지털솔루션본부장은 “이번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 시작으로 금융회사 지점이 없는 도서·산간 지역에 근무하는 고객들이나 지점 영업시간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분들이 편리하게 IRP의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됐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래에셋대우는 삼성증권과 같이 전면적인 수수료 면제를 아직 확정짓지는 못하고 검토 단계 중인 상황이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우선, IRP계좌 개설 고객 대상 중 개인 납입분에 한해 수수료 무료 및 인하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투자 IRP 상품 안내 이미지. 사진=하나금융투자 제공
하나금융투자는 다음 달 30일까지 IRP 가입자를 대상으로, 최대 8만원의 상품권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실시 중이다.

서종철 하나금융투자 연금사업추진팀장은 “백세시대에 세액공제 혜택과 노후자금을 마련해두는 연금테크는 필수”라고 평가했다.

대신증권도 IRP 계좌를 신규로 개설하고 1000만원 이상 가입한 선착순 500명에게 모바일 영화상품권 2매를 제공하는 개인형 퇴직연금 가입 이벤트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신한금융투자는 IRP가입 대상자 확대를 기념해, 가입 고객에게 백화점 상품권을 지급하는 “모두의 IRP ‘EveryBody IRP’ 이벤트”를 연말까지 진행한다.

모두의 IRP ‘EveryBody IRP’ 이벤트는 신한금융투자에 IRP 계좌가 없는 신규 고객이 대상으로 신한금융투자에 IRP 계좌를 개설하고, 오는 31일까지 10만원 이상 납입하면, 백화점상품권(선착순 500명·1만원권)을 제공한다.

또한, IRP 계좌를 개설하고, 300만원 이상 납입한 고객(개인 추가 납입분) 선착순 100명에게 백화점 모바일 상품권(1만5000원권)을 증정한다.

신한금융투자 IRP 상품 안내 이미지. 사진=신한금융투자 제공
한국투자증권은 IRP 계좌에 10만원 이상 가입하고 3년간 자동이체 신청 시 1만원 상품권을 지급하고, 타사연금을 이전하거나 연금 추가납입, 퇴직금 납입 시에도 금액 구간별로 상품권 제공한다.

NH투자증권은 오는 29일까지 개인형 IRP의 신규고객과 이전고객을 대상으로 '누구나 하나쯤은, QV연금' 이벤트를 진행한다.

개인형 IRP 가입 대상이 확대되는 것을 기념해 신규 가입자에게 제과 기프티콘 5000원권을 증정하고, IRP를 신규 개설 후 적립식 상품을 1년 이상 20만원씩 자동이체 하거나, 300만원 이상 납입하면 제과 기프티콘 1만원권을 선물한다. 또 가입금액에 따라 100만원 상담의 상품권도 증정한다.

◇ 낮은 수익률, IRP 시장이 넘어야 할 산…고수익 상품 개발 힘써야

이처럼 증권사들이 IRP 시장의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지만 낮은 수익률은 확실히 극복해야 할 산이다.

한국투자증권 IRP 상품 안내 이미지. 사진=한국투자증권 제공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 자료 분석 결과 지난 6월말 기준으로 퇴직연금 적립금 상위 10개 증권사들의 최근 1년간 IRP 상품 평균 수익률은 2.1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IRP가 개인에게 큰 자금원인 퇴직금을 오랫동안 납입한 후 55세 이후에나 미래 노후 자금으로 돌려받기 위해 투자하는 상품인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낮은 수익률이다.

상위 10개 증권사 중 수익률이 가장 높은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로 2.89%의 수익률을 거뒀다. 이어 삼성증권이 2.72%의 수익률을 기록해 두 번째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고, 한국투자증권이 수익률 2.70%을 올리며 수익률 3위 증권사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4위부터 10위까지는 신한금융투자(2.56%)와 NH투자증권(2.28%), KB증권(2.19%), 하나금융투자(2.18%), 유안타증권(1.90%), 현대차투자증권(1.68%), 하이투자증권(0.86%) 순이었다.

이처럼 IRP 수익률이 저조한 것은 상품의 대부분이 원리금 보장성 상품이 많이 구조적으로 예금 금리를 넘어서기 힘들다는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저조한 IRP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대안책으로 가입자가 별도 상품가입 없이도 자동으로 연금자산을 운용해 주는 형태의 투자 형태인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거나 IRP 가입자의 은퇴시기에 맞춰 펀드 내에서 자산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 주는 타겟 데이트 펀드 상품의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증권사들도 IRP 상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더욱 더 우수한 상품개발에 매진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NH금융투자 IRP 상품 안내 이미지. 사진=NH금융투자 제공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각 분기마다 인사·노무·재무 담당자 대상으로 퇴직연금 아카데미를 실시해 연금컨설팅가이드와 이슈리포트 등 연금자산 활용전략에 대해 교육 중”이라며 “수익률 관리에도 힘써 설정액 추이나 수익성 위험지표를 항상 체크하는 등 수시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운용성과 부진 시 '주의·경고·라인업 제외' 3단계로 나눠 운용사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홍선 선임연구위원은 “현재까지 IRP 상품들의 수익률 성과는 국민 노후를 보장하는 연금 상품으로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송 위원은 “수수로 면제나 인하는 고객들의 입장에서 일시적으로 좋을 수는 있어도 근본적으로는 각 증권사가 마켓쉐어를 선점하기 위한 경영전략”이라며 “더욱 중요한 것은 IRP 가입 후 고객들이 우수한 수익률을 거둘 수 있도록 운용 측면에서 더욱 신경쓰는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IPR는 개인 선택으로 투자하는 상품인만큼 그 수익에 대한 책임도 일정 부분 개인에게 돌아갈 수 있다”며 “그러나 그 상품을 포트폴리오하는 것은 사업자들인 증권사고, IRP 수익률이 저조한 것은 포트폴리오를 잘못 짠 증권사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증권사들은 개인 투자자들이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손실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사업자 입장에서 보다 우수한 상품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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