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공사의 입국장 면세점 설치 추진건도 항공업계의 뜨거운 감자

국적 저비용항공사(LCC) 항공기들. 사진=각 사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신규 LCC(저비용항공사) 시장 진입, 입국장 면세점 추진 등 항공시장의 빗장을 풀려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적 항공사들은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가장 늦게 시장에 진입한 에어서울의 경우 신규 LCC 진입에 명확히 반대 입장을 피력한 반면, 제주항공과 진에어 등은 ‘우려’ 차원의 의견만을 표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규 LCC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것은 문제지만, 입국장 면세점 추진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 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신규 LCC 면허 신청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는 끝났고, 향후 전문가 자문, 내부 검토 등을 거쳐 8월말이나 9월초에 면허 자문회의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며 “9월 중순이면 면허 발급에 대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공항 입국장에 면세점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3일 국토부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입국장 면세점 설치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 LCC 진입에 항공사 ‘동상이몽’

신규 LCC 진입에 대해 국적 항공사들은 미묘한 시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신규 LCC 진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에어서울 등 기존 LCC들은 신규 LCC 시장 진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지만, 신규 LCC 진입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대한항공의 경우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무덤덤한 표정이다. 대항항공 관계자는 “신규 LCC 진입에 대한 별다른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기존 LCC들도 공통의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 가장 늦게 진입한 에어서울의 경우, 신규 LCC 진출에 대해 명확히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으나, 기존 LCC 강자인 제주항공과 진에어 등은 ‘우려’ 차원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실제 에어서울은 신규 LCC 진입과 관련해 최근 각 항공사들에 반대 서명 연판장을 돌려 공동 명의 의견서 제출을 시도했으나,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진에어 관계자는 “LCC 신규 면허 발급 권한은 국토부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신규 LCC 시장 진입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다만 신규 LCC 진입으로 예상되는 과당경쟁 등의 우려에 대해 따로 국토부에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항공업계에서는 과거 에어서울의 시장 진입을 반대했던 기존 LCC들이 에어서울이 주도한 공동 의견서 제출에 동참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견도 들린다. 익명을 요구한 LCC 업계 관계자는 “과거 에어서울의 시장 진출에 반대한 항공사가 에어서울이 주도하는 신규 LCC 시장 진출 반대에 동참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LCC 업계 관계자들은 “에어서울이 주도한 신규 LCC 진입 반대에 동참하지 않았더라도, 기본적으로 신규 LCC 시장 진입에 대한 우려에 공감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항공 보잉 787-9. 사진=대한항공 제공

◇입국장 면세점 추진에 대형 항공사 ‘화들짝’

인천공항공사가 입국장 면세점을 추진하자, 국적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입국장 면세점이 설치될 경우, 보안과 기내 혼잡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입국장 면세점이 허용되면, 국적 대형항공사의 기내 면세점 매출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적 대형항공사 관계자들은 “입국장 면세점 설치는 입국장 혼잡 심화로 입국 절차가 지연돼 승객의 불편이 증가되고, 테러 또는 밀수품의 은닉 및 유기 장소로 활용돼 국가 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제주항공 등 국적 LCC들은 입국장 면세점에 대한 별다른 입장 표명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 허용에 대해 “별다른 입장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항공시장은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 싸움이기 때문에, 슬롯을 쥐고 있는 공항은 항공사에 ‘갑’이나 마찬가지”라며 “인천공항공사가 입국장 면세점을 밀어붙일 경우, 결국 항공사가 손을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신규 LCC 진입은 필요…입국장 면세점은 신중해야”

전문가들은 신규 LCC 진입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도 입국장 면세점 허용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항공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LCC들이 과도한 경쟁 등을 이유로 신규 LCC 진입을 반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LCC들이 공격적으로 항공기를 도입하고 외연 확장을 하면서, 신규 LCC 시장 진출을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정윤식 경운대 항공운항과 교수 역시 “신규 LCC의 시장 진출을 기존 LCC들이 막는 것은 독과점을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신규 LCC가 시장에 진출해 살아남을 수 있을 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그렇다고 시장 진출 자체를 가로막는 것은 과도한 개입”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입국장 면세점 추진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허희영 교수는 “조세 형평성의 문제와 공항 보안 문제 등을 감안하면 입국장 면세점 추진은 신중해야 한다”며 “인천공항공사도 입국장 면세점에 대한 나름의 명분은 있지만, 입국장 면세점이 허용되면 결국 죽어나가는 것은 국내 항공업계가 될 것”이라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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