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미플루 8월 조성물 특허만료·리리카 8월 용도특허 만료

제네릭 경쟁 점입가경…신약개발 외면 안된다는 목소리도

사진=유토이미지
[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올 하반기 블록버스터급 신약들이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어 국내 제약사들간의 제네릭(복제약) 경쟁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규모있는 오리지널 품목이 줄줄이 특허만료를 앞두며 제약업계는 호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약사는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신약과 달리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안에 성과를 확인할 수 있어 제네릭 경쟁에 뛰어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

환자 입장에서는 제네릭이 쏟아지면 공급 대란을 겪을 일이 없고, 약값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제네릭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기존 가격 대비 59.5% 정도로 약값을 정하며, 제네릭이 출시되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값은 기존 대비 70% 수준으로 떨어진다.

◇ 특허 빗장 내리는 대형품목들…제네릭사 활기 도나

29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인플루엔자(독감) 치료제 '타미플루'의 조성물 특허가 만료된다. 타미플루는 1996년 다국적제약사 길리어드가 개발해 스위스의 로슈가 판매하는 인플루엔자 치료제다. 이에 따라 매년 독감 시즌에 공급 대란을 일으킨 타미플루의 제네릭이 국내 시장에서만 약 100여개 출시될 전망이다. 20여년 동안 특허로 가로막혀 있던 타미플루 시장의 문이 활짝 열리는 셈이다.

국내에서는 유한양행과 녹십자 등 제약사 38곳이 100여개의 타미플루 복제약을 허가받았다. 앞서 한미약품은 작년 2월 타미플루의 물질 특허 만료 시점에 발 맞춰 일부 성분을 변경해 조성물 특허를 회피한 '한미플루'를 내놓은 바 있다.

한미플루처럼 염(鹽) 변경을 통해 조성물 특허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퍼스트 제네릭'(최초 복제약)을 내놓으려는 제약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타미플루는 작년 한 해에만 59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한미플루는 148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했다. 타미플루의 조성물 특허가 만료되고 제네릭이 쏟아지면 올 겨울부터는 수급이 원활해지고 가격 부담도 줄게 된다.

화이자제약의 통증 치료제 '리리카'도 다음 달부터 용도특허가 만료돼 국내 제약사들과 본격 경쟁에 돌입할 전망이다. 기존의 간질 적응증 외에 통증이 메인 적응증인 리리카는 연간 50억원의 처방액을 올리는 대형 품목이다. 화이자가 제네릭사에 통증 용도특허 관련 특허침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며, 제네릭사들은 통증 적응증은 삭제하고 간질 치료제로만 사용해왔다.

그러나 8월14일부터 용도특허가 풀리면서 광복절부터는 제네릭사들도 통증 적응증을 사용할 수 있게 돼 오리지널-제네릭 간의 본격적인 진검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통증 적응증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면 제네릭 처방이 늘 것으로 보고 있다.

길리어드의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는 오는 11월 물질특허가 만료되지만 조성물 특허는 남아 있어 동아에스티, 한미약품, 종근당, CJ헬스케어 등이 염을 변경한 개량신약을 개발 중이다. 휴온스와 J2H바이오텍은 염을 제거한 비리어드 제네릭 특허를 받았으며 지난 5, 6월 국내 11개 제약사와의 소송에서 승소해 퍼스트 제네릭의 가능성을 높였다.

◇ "제네릭 경쟁 포화상태…신약개발은?"

한편 최근에는 제네릭이 쏟아져도 신약의 선점효과와 경쟁력은 사라지지 않는 추세로 여겨진다. 제네릭의 가격 경쟁력이 뚜렷하지 않다면 의료 현장에서 오리지널 신약의 처방량이 무조건 감소하지는 않는다는 전언이다.

제네릭 경쟁이 과열됨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의 과도한 영업 경쟁이 불거질 것이라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수많은 제네릭 중 처방률을 높이기 위해 리베이트가 물밑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제네릭 의약품 경쟁에서만 몰두해서는 건전한 제약산업의 발전이 저해될 수 있어, 결국 신약개발 R&D(연구개발) 투자를 외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신약개발 R&D에 1000억원 이상 투자한 국내 제약사는 5곳도 되지 않는다"라며 "신약 개발보다는 제네릭 생산이 제약사 입장에서는 더 수월하지만, 이미 국내 제약사들의 제네릭 경쟁은 포화상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신약개발을 외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