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저렴한 양자난수생성 칩-양자암호통신 시스템 개발

SK텔레콤은 23일 초소형 양자난수생성 칩을 공개했다. SK텔레콤의 초소형 양자난수생성 칩 설명 모습. 왼쪽부터 초소형 양자난수생성 칩을 설명하는 최정운 매니저와 양자 암호를 이용한 해킹 방지 기술을 설명하는 조정식 매니저의 모습. 사진=안희민 기자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사람이 손수 운전하지 않아도 차량에 장착된 센서와 밖에서 쏘는 신호로 탑승자가 입력한 경로대로 알아서 길을 찾아가는 자율주행차, 만약 해킹 당한다면 어떻게 될까? 바로 ‘청부살인’의 무기가 될 수 있다. 나쁜 마음을 지닌 해커가 차량의 주행경로를 절벽으로 설정한다면 최첨단 자율주행차는 순식간에 ‘움직이는 관‘으로 바뀐다. 분명 해킹은 슈퍼 컴퓨터 시대의 가장 큰 난제다.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기술이 한국인 손에서 개발됐다. 바로 양자난수생성 칩과 양자암호통신이다. SK텔레콤은 초소형 양자난수생성 칩 개발에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양자 기술은 디지털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이다.

디지털은 0과 1로 정보를 저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성능 좋은 컴퓨터나 솜씨 좋은 해커들에게 좋은 표적이 됐다. 아무리 복잡해도 0과 1, 혹은 ON, OFF로 표시되기 때문에 조금의 시간과 공을 들이면 풀지 못할 암호란 없다.

양자를 이용한 정보 저장은 무한대다. 단순하게 0과 1로 정보를 표시하지 않고 양자의 중첩으로 정보를 표시한다. 두 개의 양자가 중첩하는 경우가 무한대이기 때문에 양자를 이용한 정보저장은 겹칠 수 없다.

SK텔레콤은 이러한 양자의 특성을 난수 생성과 암호통신에 활용했다. 특히 양자암호통신 칩은 값싼 LED칩을 이용해 손톱만한 크기로 만들었다. 가격과 적용면에서 일대 혁신을 이룬 셈이다.

최정운 SK텔레콤 네트워크기술원 퀀텀테크랩 매니저는 LED를 이용한 양자난수 생성 칩을 설명했다. 최 매니저가 공개한 칩은 손톱만했다. 여기에 LED칩을 심고 LED에서 나오는 빛을 토대로 난수를 만든다.

양자난수 생성 기기는 이미 중국, 미국 등이 개발했다. 문제는 크기가 크고 그만큼 가격이 비싸다. 최 매니저는 양자를 이용해 난수를 만드는 기술 가운데 가장 값싼 방법을 찾았다. LED가 유력한 도구가 됐고 결과적으로 값싸고 크기가 작아 어디든 적용될 수 있는 초소형 양자난수생성 칩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 매니저는 “현재 상용화된 양자난수생성기는 사이즈가 크고 가격대도 높아 일반 대중제품엔 탑재할 수 없다. SK텔레콤이 가로세로 5mm로 개발한 초소형 칩은 자율주행차, 스마트폰, 드론 등 다양한 IoT 제품에 양자난수생성기를 탑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IoT 제품의 통신을 양자 난수로 암호화해 보안 수준을 한 차원 높였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이를 바탕으로 USB형태의 양자난수생성기 개발에도 착수했다. 반도체 칩 형태의 양자난수생성기는 제품 개발 단계부터 탑재를 해야 하지만 USB 형태는 이미 상용화된 제품에 연결해 양자 난수를 생성하는 장점이 있다.

조정식 SK텔레콤 네트워크기술원 퀀텀테크랩 매니저는 양자를 이용한 해킹 방지 기술을 선뵀다. 조 매니저는 “해커가 해킹을 시도하는 순간 해킹을 감지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일반적으로 해킹은 해커가 필요한 정보를 빼낸 이후에야 감지된다. 그 자리에서 감지하면 다행이고 해커가 빼낸 정보를 공개한 이후에야 해킹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이 부지기수다.

양자를 이용한 해킹 방지기술은 민감해 해커가 목표 정보에 접근하기 전 해킹 ‘시도’ 순간에 경고음을 발한다. 해킹 순간 바로 정보 보호 조치가 이뤄지기 때문에 해킹 자체가 불가능하다. 양자로 만든 암호는 반복되는 규칙(패턴)이 없다. 그래서 소인수분해가 불가능하다. 해커는 정보보호자가 쌓아올린 난수의 탑을 소인수분해로 무너트리는데 양자 암호는 애초 무너트릴 수 없어 해커의 해킹이 쉽게 노출된다.

조 매니저는 “SK텔레콤은 복수의 보안 업체와 손잡고 양자난수생성 칩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사용자의 안전을 위해 보안이 필수인 자율주행차 등에서 양자난수생성기의 활용도가 높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양자암호통신 시스템의 해외 광통신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6월 양자암호 장거리 통신을 위한 전용 중계장치를 개발했다.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7에선 노키아와 양자암호기술 기반의 퀀텀 전송 시스템을 공동으로 개발해 차세대 광전송 장비에 탑재하기로 했다.

마켓 리서치 미디어에 따르면 글로벌 양자정보통신 시장은 한국은 2025년 1조4000억원, 글로벌은 26조9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SK텔레콤이 공개한 초소형 양자난수생성 칩. 사진=안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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