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글로벌 전문경영인’ 체제…오너 없이도 ‘활짝’

‘오너 카리스마’ 종근당·MP그룹 ‘갑질횡포’에 주가 ‘흔들’

B2B기업 대림산업·현대비엔지스틸 오너리스크에도 ‘강세’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최근 이장한 종근당 회장이 운전기사에 폭언을 하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서 기업 오너들의 ‘갑질횡포’가 다시금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오너들이 물의를 일으켜 ‘오너리스크’가 발생한 기업들의 주가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같은 오너리스크가 발생해도 각 기업의 특성에 따라 오너리스크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치명적인 손실을 입는 기업도 있다.

◇ 삼성전자, 전문경영인 시스템 체계화로 ‘오너리스크’ 넘어 ‘승승장구’

21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일 오후 전날 대비 256만원에 장을 마치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그러나 최근 ‘잘나가는’ 삼성전자의 오너 자리는 현재 비어있는 상태다.

올해 초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됐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 지난 2월 17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 190만1000원에서 8000원 하락한 189만300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그룹 79년 역사상 단 한 번도 벌어지지 않았던 총수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아 삼성전자의 주가 폭락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예고가 나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하락세는 단 하루에 그쳤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금요일 이후 바로 그 주 주말을 거쳐 잠시 주식시장 휴지기를 가진 후 곧바로 다음 거래일인 20일 월요일 삼성전자 주가는 193만3000원을 기록하며 곧바로 190만원대를 회복했다.

오히려 이 부회장이 구속되기 전날보다 구속된 바로 다음 날 종가가 3만2000원이 더 높을 정도로 삼성전자의 ‘오너리스크’는 구속 당일날, ‘단 하루’의 지나가는 바람에 그쳤다.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3월 6일 200만원4000원을 기록하며 200만원을 돌파한데 이어 이재용 부회장 구속 한 달째인 3월 17일에는 사상 최고가인 212만원을 기록하며 210만원선도 넘어섰다.

이후 삼성전자는 계속 꾸준하게 220만원선과 230만원선, 240만원선을 연이어 돌파하며 최고치 경신 랠리를 펼쳤고, 20일에는 256만원에 장을 마감하며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이에 대해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 실장은 “삼성전자의 오너는 이재용 부회장이지만 이미 경영 매커니즘은 전문경영인 시스템으로 체계화 돼 있어 오너의 ‘구속’이 주가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경우”라고 말했다.

황 실장은 “특히 삼성전자의 수익 구조는 글로벌 시장에서 주로 발생되는데다 매출과 영업이익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반도체 메모리 분야는 소비자들을 직접 상대하기보다 기업들을 상대하는 B2B 영업이 많아 오너리스크 발생 시 일어나는 ‘불매운동’ 등의 악재가 없어 주가에도 미치는 영향이 사실상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재용 부회장의 기업 승계 과정에서의 편법 행위가 일부 소비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지만 ‘백색 가전’ 등 소비자들이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리테일 부문에서의 실적이 삼성전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며 “휴대폰 부문 역시 통신사를 통한 리테일 사업 포지션이 더 크고 삼성전자 자체 리테일 사업으로서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 대림산업과 현대비엔지스틸, 운전기사 ‘폭언갑질’ 불구 B2B 기업 특성으로 주가 '강세'

대림산업과 현대비엔지스틸의 경우 ‘오너리스크’가 발생한 시기가 지난해 봄으로 비슷할 뿐만 아니라 오너들이 자신의 운전기사들에게 폭언을 하는 등의 ‘갑질횡포’를 행사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킨 점도 비슷한 케이스다.

그리고, 이들 두 기업은 오너들이 사회적으로 질타를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주가가 상승한 것도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해 3월 25일 서울 광화문 대림산업 본사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 회의장에서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자신이 운전기사를 폭행하고 폭언을 일삼은 사실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대림산업 제공
우선 대림산업의 경우 지난해 3월 23일 한 언론에 의해 이해욱 부회장이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폭언을 했다는 소식이 최초로 전해지며 여론의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바로 그 전날인 3월 22일 대림산업의 주가는 8만3700원이었지만, 이 부회장의 폭언 사실이 공개된 당일 23일 종가는 전날보다 오히려 3.34% 오른 8만6500원에 장을 마쳤다.

이어 사회적 질타 속에 3일을 보낸 이해욱 부회장은 그 주 금요일이자 대림산업 정기주주총회날이었던 3월 25일 직접 주총회장에 나와 고개 숙여 사죄했다. 그리고 이날 대림산업 주가는 더욱 올라 오너리스크가 터지기 전날 종가 대비 6.57% 오른 8만9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로도 대림산업 주가는 꾸준히 올라 이달 20일 기준 주가는 지난해 3월 22일 종가 대비 10.39% 뛴 9만2400원까지 오른 상태다.

정일선 현대비엔지스틸 회장은 지난해 4월 8일 자신의 운전기사를 종 부리듯 하는 ‘갑질 매뉴얼’이 공개돼 여론의 심판대에 올랐다. 그날 오후 4시 정 회장은 현대비엔지스틸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그리고 같은 날 현대비엔지스틸 주가는 오너리스크 발생 전날인 4월 7일의 1만700원에서 1.86% 오른 1만900원에 장을 마쳤고, 이후 꾸준히 강세를 보여 이달 20일 종가는 22.89%까지 오른 1만3150원을 기록 중이다.

이에 대해 이들 기업을 클라이언트로 두고 있는 한 대형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익명을 전제로 한 의견임을 밝히며 “대림산업이나 현대비엔지스틸은 시장에서 소비자들을 직접적으로 대하는 기업이 아닌 B2B 굴뚝기업들로 오너리스크에 민감하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해당 기업들의 오너리스크 역시 법적으로 처벌을 받는 수준이 아닌, 그리 크지 않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잠시 이슈가 되는 수준의 행위인만큼 ‘큰 손’ 투자자들을 움직일 정도의 악재라고는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 일반 소비자 '리테일' 최전선에서 쉽게 접하는 식품·유통 기업 ‘오너리스크’ 취약

한편, 오너리스크로 종근당과 대한항공은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고, MP그룹은 기업의 미래가 위태로울 정도로 주가가 대폭락했다.

지난 14일 이장한 종근당 회장이 서울 충정로 본사 대강당에서 차를 모는 운전기사에게 상습적으로 폭언을 일삼은 사실에 대해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중 가장 최근인 지난 14일 이장한 종근당 회장이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폭언을 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역시 오너가 직접 고개를 숙이는 일이 발생했다.

그리고 종근당 주가는 오너리스크 발생 전날인 이달 13일 12만1500원에서 오너리스크가 발생한 14일 3.36%하락한 11만5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후 종근당 주가는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면서 20일 오너리스크 발생 전날 대비 3.70% 떨어진 11만7000원을 기록 중이다.

단, 종근당의 경우 폭언 논란 이후 예상보다 주가 하락폭이 크지 않아 향후 전망이 그리 비관적이지는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혜민 하이투자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는 “지난 14일 발생한 이장한 회장의 운전기사 갑질 논란으로 일각에서 종근당 제품의 불매운동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허 연구원은 “종근당 전체 실적 중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등에 직접적으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부문 비중은 지난해 기준 7% 정도로 그다지 크지 않은 만큼, 이번 오너리스크가 향후 종근당의 주가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조현아 부사장이 2014년 12월 5일 대한항공 기내에서 사무장을 폭행하고 여객기를 강제 회항 시키는 등의 물의를 저질러 2015년 5월 2심 재판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이후 검찰의 상고를 거쳐 현재 대법원의 최종심만을 남겨둔 상태다.

대한항공의 주가 상황을 살퍼보면 오너리스크 발생 전날인 2014년 12월 4일 종가는 4만99원에서 오너리스크 발생 당일인 다음날 3만9697원으로 소폭 하락했고,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가 이달 20일 종가는 오너리스크 발생 전날 대비 6.86% 하락한 3만7350원을 기록 중이다.

사무장에게 폭언하고 여객기를 강제로 회항시키는 등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2014년 12월 검찰에 출두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오너 개인 ‘카리스마’ 의존 경영 MP그룹…‘오너리스크’ 터지자 시총 2000억원 ‘증발’

한편, MP그룹은 오너리스크로 인해 사세가 위태로워질 정도로 주가가 대폭락했다.

‘미스터피자’ 프랜차이즈로 유명한 정우현 전 회장의 MP그룹은 2015년 3월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에게 본인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치즈 납품 업체를 통해 비싼 가격에 치즈를 강매하도록 갑질을 한데 이어 이에 항의해 프랜차이즈를 탈퇴한 가맹점들에게는 바로 그 근처에 직영점을 내는 식의 ‘보복 영업’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프랜차이즈 탈퇴 점주가 지난 3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4월에는 건물관리인을 폭행하는 등의 물의를 저지르다 결국 점주의 자살 사건 등이 겹쳐 점차 여론이 악화되자 뒤늦게 사과문을 올렸지만 결국 지난 6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이에 MP그룹의 주가는 반토막도 아닌 삼분의 일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한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서 MP그룹의 치즈 강매 사건을 최초로 보도한 2015년 3월 17일을 기준으로 그 전날 3595원을 기록하던 MP그룹 주가는 이후 꾸준히 정 회장의 막장 행각이 이슈화되며 끝없이 추락해 이달 20일 종가 기준으로 2년새 무려 63.42%가 폭락한 1315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2년전만 해도 3000억원을 훌쩍 넘기던 MP그룹의 시가 총액도 이달 20일에는 불과 1063억원만 남아 2000억원 이상이 증발해 버렸다.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을 상대로 한 '갑질 논란'에 휩싸인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이 지난 6일 밤 구속 영장이 발부돼자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나와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MP그룹을 비롯해 상장사는 아니지만 최근 오너리스크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큰 경영 손실을 입은 호식이치킨이나 몽고식품 등의 기업들은 모두 오너 개인의 카리스마로 회사를 키워온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황 실장은 “특히 이들 기업들은 소비자들을 직접 시장에서 대하는 식품·유통기업들로 오너 개인의 부적절한 처사가 회사의 경영 실적 타격은 물론이고, 주가 하락으로 인해 회사 주식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집단소송제등의 활성화를 추진해 오너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개미’들이 직접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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