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충북 지역의 폭우로 수 백대의 차가 물에 잠긴 것처럼, 해마다 여름·가을에 장마·태풍에 따른 차량 침수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자연재해에 따른 개인 운전자의 손실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만약 피해 차량이 중고차 시장에서 침수 이력 없이 거래된다면 억울한 2차, 3차 피해자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중고 침수 차 구별법, 반대로 자신의 차가 물난리를 겪었을 때 대처하는 요령 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악취, 진흙, 시가잭 녹 등 유력한 '침수 증거'

'침수차' 기준에는 논란이 있지만,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차량 내부까지 물이 들어와 카펫이 젖었다면 일단 침수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침수차가 문제가 되는 것은, 다행히 엔진까지는 물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해도 오일류·냉각수·연료 등이 오염되고 시간이 갈수록 차량 주요 부위에 녹이 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변속기의 경우 유입된 흙탕물이 마른 뒤 남은 분진 탓에 내부가 훼손되거나 오일 누유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더구나 최근 출시되는 차들은 물에 취약한 전자장치(전장)들이 워낙 많고, 이 전장들이 대부분 안전과 직결되는 것들이라 침수차 변별은 더 중요하다.

20일 온라인 중고차쇼핑몰 SK엔카에 따르면 침수차의 가장 큰 특징은 '냄새'다. 아무리 잘 건조해도 실내에 곰팡이 흔적이나 악취가 남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모든 창과 문을 닫고 에어컨 또는 히터를 켜 나쁜 냄새가 심하게 나는지 확인해야 한다. 지나친 방향제 사용도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안전벨트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안전벨트는 차량 내부 가운데 가장 청소하기 힘든 부분이기 때문에, 안전벨트를 끝까지 당겨 안쪽에 진흙이나 물때 흔적이 있는지 점검한다.

시가잭도 단서가 될 수 있다. 시가잭이 물에 닿는 경우는 완전 침수 상황을 빼고 거의 없는 만큼, 면봉 등으로 시가잭 안쪽을 문질러 녹이 발견된다면 침수 가능성이 있다.

중고차 거래 과정에서 선뜻 요구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더 확실한 방법은 도어 트림(차 문 내부 덮개)을 뜯어보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차가 물에 잠길 때 내부로 물이 유입되는 통로가 바로 '도어 트림 아래쪽'인데, 도어 트림 안에서 흙탕물 자국이나 반대로 최근 청소한 흔적이 발견되면 정상으로 볼 수 없다.

하지만 보험 처리하지 않아 침수 이력이 없고, 안전벨트 등까지 새것으로 바꿔 치밀하게 증거를 지운 경우 구매자 개인이 맨눈으로 침수 여부를 단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SK엔카 관계자는 "서비스센터나 규모가 큰 중고차업체의 진단 서비스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 침수 대비 출구 향하게 주차… 침수시 시동 걸지 말고 견인

차량 침수가 항상 먼 '남의 일'도 아니다.

현대·기아차 등 제조업체들은 만약 차가 물에 잠겼다면, 절대로 시동을 걸지 말고 제조사 긴급출동팀이나 보험사에 견인을 요청하라고 조언한다.

시동과 함께 엔진 안으로 물이 유입되고, 이 상태에서 엔진이 돌면 물의 압력으로 부품이 휘거나 파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전의 위험이 없는 경우라면 일단 시동이 불가능하도록 아예 배터리 단자를 분리하는 게 좋다.

엔진 가동 없이 견인된 침수차의 엔진룸과 실내는 서둘러 압축공기나 세척제로 씻고, 부식을 막기 위해 외관도 깨끗한 물로 세차한다. 오일류와 냉각수 연료도 교환해야 한다. 응급조치 후 사후 처리는 전문정비사와 상의한 뒤 결정한다.

침수 피해를 줄이려면, 주차 장소를 찾을 때부터 신경을 써야한다.

국지성 집중 호우로 언제 물이 불어날지 모르는 만큼, 항상 주차할 때 해당 장소가 최근 침수된 적이 없는지 따져보고 강변, 하천, 다리 밑 주차는 되도록 피한다.

이외 장소에 차를 세우더라도 항상 차 앞쪽이 출구를 향하도록 주차하는 게 바람직하다. 만일 물이 차오를 경우 신속하게 안전지대로 이동하기 쉽기 때문이다.

여름철에는 이 밖에도 잦은 비와 높은 기온을 고려, 차에 더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많다.

빗길에 충분한 제동력을 확보하려면 타이어 마모 상태를 수시로 점검하고, 평소보다 10% 정도 타이어 공기압을 높여야한다. 뜨거운 도로와의 마찰 면적을 최대한 줄여 심한 마모를 피하기 위한 조처다.

엔진 과열에 대비해 냉각수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고, 빗속 주행이 늘어나는 만큼 선명한 시야 확보를 위해 앞유리와 와이퍼(유리 닦기)도 깨끗하게 유지해야 한다. 야외에 주차할 때 되도록 와이퍼를 들어 유리와 떨어뜨려 놓는 것도 좋은 습관이다.

유리도 햇빛에 쉽게 가열되는데, 높은 유리 온도 탓에 유리 위 와이퍼 블레이드(날)가 녹거나 눌어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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