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주 "장사 접어야 하나 고민", 중소기업인·소상공인 "대책도 없이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

알바생 등 "좀 더 올려야 한다", "내년 시급 지급할 때 알바생이나 근무시간 줄일까봐 걱정"

2018년 최저임금 7350원 시대가 예고되자 중소기업, 소상공인, 편의점주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재래시장의 모습. 사진=인천시 블로그 제공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2018년 최저 임금 7530원 시대'가 예고된 가운데 중소기업 업주와 소상공인들이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일각에선 “굶으라는거냐?”는 볼멘소리까지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2018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15일 밤늦게 올해보다 16.4% 상승한 7530원으로 확정되자 편의점주, 중소기업인·소상공인, 편의점주들이 16일 일제히 불만을 표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고려하지 않은 지나친 결정"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IT계열 중소기업 대표인 A씨는 "다 죽으라는 것"이라며 "안 그래도 경기가 안 좋아 매출은 늘지 않는데 지출만 계속 늘어 도대체 어떻게 회사를 운영하라는건지 도통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최저임금이 인상돼야 한다는 방향성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기업 경쟁력을 해치지 않고 비즈니스 생태계를 보전하는 범위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방안도 정부가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B씨는 "너무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지금은 아르바이트생 2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한 명을 줄이고 나와 아내가 좀 더 고생하는 수밖에 없다"며 "이미 인건비 등 지출이 감당이 안 돼 편의점을 두 개 운영하다가 하나를 접었는데 그냥 다 접고 다른 일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B씨는 "최저임금이 있어도 어차피 우리 지역은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기가 힘들어 시급을 조금이라도 더 얹어주고 있는 실정"이라며 "대학가 등 번화가는 최저임금보다 덜 줘도 일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던데 장사가 안되는 외진 곳일수록 인건비도 오히려 더 많이 나가니 자영업자들끼리도 격차가 벌어진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서울 송파구 문정 법조단지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C씨는 "경기가 워낙 안 좋아 지금도 남는 게 거의 없는데 최저임금을 그렇게 올려버리면 돈 벌어서 알바생들 다 주고 영세 자영업자는 굶으라는 것이냐"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C씨는 "한 달 매출 1800만원 중 월세, 재료비, 직원 4명 임금을 주고 나면 지금도 남는 게 거의 없다"며 "내년부터 직원을 한 명 줄이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C씨는 "올해 큰 폭으로 올린 걸 보면 문재인 정부가 정말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원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뜻 같은데, 나 같은 영세 업주들이 타격을 입지 않도록 정부가 확실한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며 "이대로 최저임금만 올린다면 내년 지방선거 때는 여당에 절대로 표를 주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 과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D씨는 "정부청사가 세종으로 내려가자 매출이 확 줄어 서빙 알바생 숫자를 절반으로 줄였는데, 내년부터는 혼자 다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마음 같아서는 알바생에게 더 주고 싶지만 당장 들어오는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하나. 지금 매출에 현재 인력을 그대로 쓰는 건 무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알바생('아르바이트 학생'의 준말)과 종업원들은 소상공인들의 불만과는 달리 오히려 최저임금을 조금 더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양천구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취업준비생 E씨는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사장이 근무시간을 줄일 수도 있어 당장 내년만 놓고 보면 총 급여 면에서 크게 나아질 게 없을지도 모른다"면서 "다만 계속 꾸준히 시급이 오르면 좀 더 여유 있게 앞날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으며, 이번 인상이 '시급 1만원'을 향한 진정한 출발이라는 점에서 매우 환영한다"고 반겼다.

서울 용산구의 한 커피숍에서 일하는 F씨는 "시급이 오르는 것은 알바생 입장에서 좋을 수 밖에 없는 일 아니냐. 하지만 더 올랐으면 한다"면서 "하지만 막상 내년에 시급을 올려야 할 때가 되면 가게가 알바 수를 줄이는 등 어떤 식으로든 인건비를 아끼려는 수단을 강구할 것 같아 걱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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