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家 집안싸움 끝 9년만에 되찾은 ‘현대’ 브랜드

이용배 사장 지휘 아래 현대차 회사채 대거 인수

미래형 자동차 기술 보유 기업 대상 기업 금융 특화

서울 여의도 현대차투자증권 본사 전경. 사진=현대차투자증권 제공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현대차투자증권이 이달 초 기존의 HMC투자증권에서 현대차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현대차그룹과의 연계를 통한 자동차 관련 금융 업무 특화 등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나섰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차투자증권은 지난 1일 HMC투자증권에서 현대차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는 현재 모 그룹인 현대자동차그룹의 브랜드를 적극 활용하기 위한 경영 전략으로 사명과 CI 변경을 통해 현대차 산하 증권사로서 재탄생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 현대차 인수 후 9년 만에 본래 이름 달아…현대차그룹 오랜 꿈 이뤘다

현대차투자증권은 지난 2008년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옛 신흥증권을 모태로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인수 초기, 신흥증권을 '현대IB증권'이라는 이름으로 사명을 최초로 변경했었다.

그러나 당시 '현대증권'을 소유하고 있던 현정은 회장 측의 현대그룹이 현대차가 인수한 새 증권사 사명에 ‘현대’ 이름이 들어갈 경우 자신들이 운영 중인 현대증권과 구분이 가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항의하고 나섰다.

현대그룹은 현대차그룹 측에 새로 인수한 증권사 사명에 ‘현대’ 이름을 쓰지 말 것을 주장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현대그룹의 항의를 받아들여 ‘현대IB증권’이 아닌 ‘현대차IB증권’으로 한 번 더 사명을 변경했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이마저도 거부, ‘현대’가 들어간 모든 새 사명을 허용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현대그룹은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인수한 증권사 사명에 ‘현대’를 상호로 쓸 수 없도록 하는 ‘상호 변경과 관련한 부정경쟁행위 중지 등 가처분신청’을 내며 소송전에 돌입했다.

이에 결국 현대차그룹이 또 다시 한 발 더 물러서 현대차그룹의 영문명인 ‘Hyundai Motor Company’의 앞 글자 약자를 따온 HMC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또 다시 변경함으로써 ‘현대’ 이름을 둘러싼 집안 싸움은 어느 정도 가라앉는 모양새를 보였다.

지난 2008년 현대차그룹이 옛 신흥증권 인수 후 ‘현대차IB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해당 브랜드 광고를 위해 당시 새 자동차 모델이던 ‘제네시스’를 전면에 내세운 ‘현대차IB증권’ 소개 광고. 그러나 현대그룹의 반대로 ‘현대차IB증권’ 이름을 쓰지 못하게 되면서 이 광고도 사장됐다. 사진=유투브 캡처
2008년 당시 현대차그룹은 서울 여의도 본사를 포함해 전국 16개 지점의 CI를 신흥증권에서 현대차IB증권으로 완료했었다. 또한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자동차모델이었던 ‘제네시스’를 현대차IB증권을 소개하는 새 브랜드 광고에 등장시키는 등 현대차-인수 증권사의 연계 경영 전략에도 박차를 가하던 상황이었다.

현대차그룹이 소유한 산하 증권 계열사에 ‘현대’ 브랜드를 사용하려는 열의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뒤늦게 다시 사명과 CI를 HMC투자증권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세 번이나 이름을 갈아엎는 등 ‘현대’ 브랜드 사용을 둘러싸고 이른 바 ‘인수 신고식’을 혹독히 치렀다.

그리고 지난해 3월, 조선업 위기로 곤경에 처한 현대그룹은 현금 확보를 위해 현대증권의 매각을 발표하고 경매를 실시했다. M&A 시장에 나온 현대증권은 KB금융지주에 인수됐고, 올해 1월 현대증권은 KB증권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이렇게 현대증권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9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현대차그룹은 산하 증권사 사명을 기존의 약자명인 HMC투자증권에서 현대차투자증권으로 바꿀 수 있게 됐다.

◇ ‘새 술은 새 부대에’…현대차 부사장 출신 이용배 사장 새 키 잡고 그룹 연계 강화

올초 현대증권의 퇴장과 함께 현대차그룹은 곧바로 HMC증권의 사명 변경에 나섰다. 우선 지난 3월 현대차 이름을 달고 새롭게 탄생할 증권사의 수장으로 현대차 부사장 출신의 이용배 당시 HMC투자증권 영업총괄담당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올해 3월 당시 HMC투자증권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이용배 현대차투자증권 사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이용배 사장은 현대차 경영관리실장과 회계관리 실장을 거쳐 현대차 기획조정 3실장 부사장을 역임한 현대차 재무통으로 통하는 인사다. 현대차그룹 핵심 계열사로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인 현대위아에서는 기획·재경·구매·경영지원 담당 부사장을 거치는 등 정몽구 회장의 측근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월 당시 현대자동차 미국법인(HMMA) 재경 담당 부사장이었던 김택규 상무를 HMC투자증권 재경실장으로 임명함으로서 모 그룹과 연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김 상무는 HMC투자증권 재경실장을 맡자마자 그룹 차원에서 감사를 시작, 재무건전성 강화에 나서 우발채무 잔액은 큰 폭으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이용배 사장 역시 3월 취임 이후 지난 2014년 이후 3년째 막혀있던 노조와의 대화에 나섰다.

현대차투자증권 관계자는 “노조와의 단체교섭을 통해 최종 협의가 이뤄지는 방향으로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결렬없이 대화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주열 현대차투자증권 노조위원장은 “다음주께 사측을 대상으로 주요 쟁점 사안에 대한 접근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재는 이를 위한 양측의 준비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대차투자증권은 현대차그룹이 발행한 회사채 인수 실적에서도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리는 등 그룹과의 연계를 활발히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총 2조3500억원 규모의 일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 중 현대차투자증권이 전체의 20.64%의 비중을 차지하는 4850억원의 회사채를 인수해 증권사 중 현대차그룹 회사채 인수 실적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 그룹과 증권 계열 산하 금융사로서 영업 활동 영역에서 연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 인수가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회사의 신뢰도가 높다는 증거로, 산하 계열사인 현대차투자증권이 회사채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 자본 확보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투자증권 관계자는 “모 그룹이 발행한 회사채를 인수해 투자자들에게 판매함으로써 최근 1년간 12억원 정도의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며 “당사 영업 실무 부서가 모그룹을 상대로 활발한 영업 활동을 시행해 모 그룹과 당사가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투자증권 새 CI. 사진=현대차투자증권 제공
◇ ‘현대차’ 브랜드 활용해 전기차·신환경 자동차 기업 상대 금융 특화 사업 진출

이달 사명과 CI 변경을 완료한 현대차투자증권은 올 하반기 현대차투자증권은 본격적으로 ‘현대차’ 브랜드를 이용한 새 먹거리 탐색에 나선다.

우선, 대표적으로 전기차나 친환경 자동차 등 미래 새로운 자동차 사업의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 특화 업무에 진출할 예정이다.

이처럼 미래형 자동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금융 업무에 나서기 위해선 먼저 신기술사업금융업의 라이선스가 확보돼야 한다. 이에 현대차투자증권은 해당 라이선스를 따내기 위한 사전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현대차투자증권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떠오르고 있는 신기술사업금융업 등록을 통해 전기차 및 친환경 자동차 등 신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 특화 업무 분야를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를 위해선 신기술사업금융업 등록이 먼저 이뤄져야 하고,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신기술사업금융업의 라이선스 확보를 추진 중에 있다”며 “이미 해당 작업을 위해 ‘신기술금융팀’이라는 TF를 구성해 조직을 세팅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해당 조직은 팀장급 인사가 새로 충원됐고, 하반기 라이선스 확보 작업을 병행하면서 ‘신기술금융팀’ 조직 개편 작업을 진행해 미래 자동차 등 신기술 기업과의 금융 특화 업무 부문 강화에 나설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현대차투자증권은 기존에 견지해왔던 IB부문 강화에도 더욱 매진할 예정이다. 특히, IB 사업 특화를 위해 활발한 외부 인력의 영입이 돋보인다.

지난 4월 현대차투자증권이 IB 부문 강화를 위해 메리츠종금증권에서 영입한 함형태 전무. 사진=현대차투자증권 제공
우선, 현대차투자증권은 지난 4월 함형태 전 메리츠종금증권 금융투자사업본부장을 전무급인 IB사업본부장으로 새롭게 수혈했다. 함 본부장은 약 25년간 금융업계에 종사하면서 탁월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다수의 업적을 이룬 IB업계의 베테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 4월 함형태 IB사업본부장을 외부에서 영입한데 이어 IB 전문인력 17명을 새롭게 영입했다”며 “이를 통해 IB사업본부의 경쟁력을 한 층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IB사업도 ‘현대차’ 브랜드를 이용한 자동자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라며 “이에 대한 일환으로 자동차 공조 시스템 부품 업체인 ‘세원’을 오는 10월 코스닥에 상장시키기 위해 지난 2015년 11월 이후 2년 만에 대표 주관사로서 활동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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