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펠릿, 석탄연료 수준의 먼지·질소산화물 배출

태양광이 바이오매스 보다 경제적 파급효과 더 커

2019년 193MW 목표 '7차 전력수급계획' 무산 가능성

노후 석탄발전으로 정지된 영동 1호기가 바이오매스 발전소로 전환됐다. 뒤이어 다른 노후 석탄발전도 전환된다면 7차 전력수급계획 상 목표가 달라지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업계는 우려했다. 사진은 영동 1호기.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수명이 다돼 퇴역한 노후 석탄발전소가 바이오매스 발전소로 전환하는 첫 사례가 발생했다. 남동발전이 관할하는 영동 1호기다. 석탄발전에서 바이오매스 발전으로 환골탈태했다는 이유로 높이 평가받을 수 있지만 바이오매스의 연료인 우드펠릿도 미세먼지를 발생시키고 수입산이기 때문에 업계의 우려가 높다. 게다가 유사한 사례가 뒤따르면 7차 전력수급계획 자체가 무산될 수 있어 비상이다.

지난 1일 바이오매스 발전소로 새 출발한 영동 1호기는 무려 44년을 운전된 125MW급 석탄발전이었다. 시설이 너무 낡았기 때문에 남동발전은 6월 가동정지 후 7월부터 폐지 절차에 돌입한다는 과정을 밟았다.

바이오매스 발전 전환도 간단한 작업이 아니었다. 총사업비가 960억원이 들었다. 신규로 설치되는 설비도 연료 설비, 완전 밀폐형 바이오매스 사일로, 공기부양식 컨베이어벨트, 하이브리드 저장시설, 집진기, 탈진설비 등 종류도 많다.

특히 하이브리드 탈진 설비와 집진기는 최근 사회 문제화된 석탄발전의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을 염두에 둔 장치다. 이 장치를 통해 질소산화물 대기배출이 50ppm 이하로 떨어지고 미세먼지도 ㎥당 5mg 이하로 배출한다.

우드펠릿 때문에 날리는 먼지는 우드펠릿을 컨테이너로 이송해 잡았다. 분집포집장치도 설치해 우드펠릿 저장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먼지를 사전에 제거하고 열화상 CCTV로 24시간 화재 감시한다는 것이 남동발전의 관리 방침이다.

남동발전의 이러한 움직임은 올해 3월 전기사업법이 개정돼 발전사업에 환경과 안전도 고려해야한다는 조항이 삽입됐기 때문이다. 종전엔 경제성만 평가대상이었다. 남동발전이 ‘환경’ 문제에 신경 썼지만 이것이 다가 아니다.

사실 바이오매스 발전은 연료인 우드펠릿이 상당수 수입산이고 신재생에너지의 균형발전이라는 RPS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이유로 감사원이 자제를 당부한 사업이다.

감사원은 2015년 4월 15일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추진 부적절’ 통보를 남동발전 등 5개 발전자회사에 내렸다. 당시 감사원은 “우드페릿을 혼소하면 RPS 이행이 쉽고 설비투자비가 적게 들어 까다로운 인허가나 인원이 없을 뿐만 아니라 과징금 회피 및 의무이행량 축소 등이 가능하지만 혼소발전량이 2012년엣 164MWh에서 2015년 263만4000MWh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돼 RPS제도 도입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오매스 발전은 분명 동종 신재생에너지로 분류되는 태양광발전보다 손쉽다. 남동발전이 1000억원대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석탄발전을 바이오매스 발전으로 전환했다지만 연료를 투입해 태운 열기로 물을 끓여 증기터빈을 돌린다는 기본 원리는 같다.

최신 집진설비를 했다지만 이 과정에서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이 발생하긴 마찬가지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06년 “우드펠릿은 석탄연료와 비슷한 수준의 먼지와 질소산화물을 배출하고 있다. 다만 배출허용기준을 넘지않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한술 더떠 “바이오매스의 한 종류인 바이오SRF의 경우 연소 시 수은, 포름알데이드, 크롬 등 유해대기오염 물질이 석탄보다 더 많이 배출됐다”고 밝혔다.

바이오매스 발전의 연료가 되는 우드펠릿도 마찬가지다. 우드펠릿은 상당량 베트남 등 외국에서 수입된다. 5개 발전자회사가 2015년 한해 4500억원을 바이오매스 구입비용으로 사용해 3년 간 1조원이 넘는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광과 바이오매스 발전의 경제적 파급효과. 태양광이 수출, 고용, 매출에서 경제적 파급효과가 더 크다.
더 큰 문제는 바이오매스 발전이 태양광 발전보다 수출, 고용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2015년 신재생보급통계에 따르면 태양광의 매출은 7조5637억원인데 비해 바이오매스는 2154억원에 불과했다. 고용은 태양광이 8698명인데 비해 바이오매스는 645명이며 수출액은 태양광이 3조3892억원인데 비해 바이오매스는 30억원에 불과했다.

경제적 파급효과가 태양광이 월등히 앞섬에도 불구하고 발전자회사는 바이오매스 발전이 손쉽다는 이유로 너도 나도 바이오매스 발전으로 나서고 있다.

남동발전은 200MW급 영동 2호기도 바이오매스 발전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어 다른 발전소도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산업부도 가능성을 닫지 않은 상태다.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 발전자회사의 요청이 들어오진 않았지만 석탄발전의 바이오매스 발전으로 전환요청이 오면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전체 발전량의 20%로 공약했기 때문에 산업부 입장에선 가용자원을 최대 동원하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노후 석탄발전소로 분류된 발전소를 바이오매스로 전환한다면 문제가 하나더 발생한다. 바로 7차 전력수급계획이 뿌리채 흔들리게 된다는 점이다.

7차 전력수급계획에서 바이오매스 발전은 2019년 193MW를 정점으로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 올해도 누적 179MW가 목표인데 이미 남동발전이 125MW를 편입해 목표의 약 70%를 채웠다.

따라서 노후 석탄발전이 ‘친환경’이라는 이유로 바이오매스 발전으로 전환하는 일은 한국 신재생에너지 산업에는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

노후 석탄발전을 친환경이란 이유로 바이오매스 발전으로 전환하면 7차 전력수급계획이 맞지 않게 된다. 그림은 7차 전력수급계획(붉은선) 상의 바이오매스 발전 설비용량과 노후 석탄발전 전환시 바이오매스 발전 설비용량(녹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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