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이 장기화되면서, 항공업계가 시름을 앓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 대형항공사(FSC)들은 감편 계획을 이어가면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드 보복이 장기화될 경우 항공업계의 타격이 누적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항공 보잉 787-9. 사진=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 중국 노선 수송 36% ‘급감’…대형항공사 대책마련 ‘고심’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사드 보복이 완화될 조짐을 별로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중국의 사드 보복이 해소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이 나왔지만, 실제 중국의 제재 조치는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 항공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사드 보복이 완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지만, 실제 중국 노선 예약률 감소는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에서 아시아나항공을 타고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항공사를 이용하는 것보다 아시아나항공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의 파격적인 프로모션은 그만큼 사드 보복이 장기화돼 중국 노선에서 고전을 겪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대한항공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여행 판매를 제한한 지난 3월15일 이후 중국 본토 노선 수송이 전년 대비 36%나 감소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이후 중국 노선 여객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3월 중국 노선 여객은 전년 동월 대비 22.5% 감소했으며, 4월과 5월에는 각각 47.0%, 45.6%나 폭락했다. 수치상으로만 따져보면 중국의 사드 보복이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국적 대형항공사들도 중국 노선 감편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4월~6월 동안 중국 노선 운항편수를 감축하기로 했으나, 6월~7월에도 감편을 지속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특정 시간대에 운항하는 인천~베이징 노선을 주 7회에서 주 4회로 줄였다. 인천~상하이(푸동) 노선 역시 특정 시간대에 주 7회 운항하던 것을 주 4회로 줄였으며, 인천~시안은 주 5회에서 주 3회로, 인천~충칭은 주 7회에서 주 5회로 감축했다.

인천~광저우 노선은 특정 시간대에 주 7회 운항하던 것을 주 4회로 줄였으며, 인천~장사 노선은 주 5회에서 주 4회로 감편했다. 이들 노선의 감편 기간은 6월5일부터 7월9일까지다.

아시아나항공의 인천~지난 노선의 경우 주 2회 운항에서 지난 3월26일부터 운항이 중단됐으며, 오는 10월28일까지 운항이 재개되지 않는다. 주 2회 운항되던 청주~베이징 노선 역시 지난 5월1일부터 오는 10월8일까지 운항되지 않는다.

대한항공 역시 사드 보복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은 만큼, 중국 노선 감편 계획을 당분간 유지할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 A350-900.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중국 사드 보복 뾰족한 돌파구 없어…저유가 호재는 ‘긍정적’

항공업계나 전문가들은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장기화될 경우 국적 대형항공사를 중심으로 항공업계의 피해가 누적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뾰족한 돌파구가 없는 상황이다.

국내 항공업계는 궁여지책으로 일본이나 동남아 노선의 공급을 늘려 사드 보복을 상쇄하고 있지만, 거대 시장인 중국 ‘하늘 길’이 지속적으로 닫혀있을 경우, 피해 역시 누적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중국 사드 보복이 1년 이상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사드 보복에 대한 뾰족한 돌파구가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만큼 항공사들의 피해도 누적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올해 초 배럴 당 55 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가 저유가 기조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은 항공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제유가는 최근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증가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감산 연장 합의 효과가 사라지면서 하락세에 접어들고 있다. 에너지 업계 일각에서는 “내년 유가가 배럴 당 30 달러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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