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거래 현황 실시간 공시…공매도 정보 거래 정보 접근성 확장

내부자거래 등 공매도 악용 대응책 전무···“불공정거래 처벌 강화해야”

'개미'의 고뇌?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최근 엔씨소프트 주식 대량 공매도가 이뤄지는 등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잇따르자 한국거래소가 공매도 정보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공매도 종합 포털'이 정식 오픈했다.

그러나 기대를 받았던 공매도 종합 포털에서 내부자 거래를 통해 이뤄지는 불공정한 공매도 현황에 대한 정보는 얻을 수 없어 가려운 곳을 제대로 못 긁어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판교 소재 엔씨소프트 본사 전경.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 26일 오픈한 공매도 포털, 공매도 정보 접근성은 높였지만…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한국거래소가 정식 오픈한 공매도 종합 포털은 매일매일의 공매도 거래 현황을 투자자들이 손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시작했다.

29일 종가 기준 코스피 시장서 공매도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종목은 미래에셋대우로 96만8864주가 이날 하루 공매도로 거래돼 해당 종목 전체 거래량의 7.93%을 공매도 거래가 차지했다.

같은 날 공매도 거래금액이 가장 많았던 종목은 삼성바이오로직스로 388억9487만6000원이 공매도로 거래돼 이 종목 전체 거래 금액의 17.15%를 공매도 거래가 차지했다.

이처럼 공매도 포탈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개인 투자자들이 좀 더 공매도 거래 현황에 대해 정보를 손쉽게 얻게 됐다.

그러나 정작 내부자들이 회사 대외비 등 비공개 거래를 통해 대량의 공매도를 시행하고, 주가가 폭락해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등 공매도 제도를 약용하는 사례가 계속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막기 위한 대응책은 공시 포탈에 전무한 상태다.

공매도는 말 그대로 없는 주식을 빌려서 팔고 나중에 해당 주식을 사서 갚는 주식 투자 행태를 뜻한다.

보통 주식이나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투자자가 매도주문을 내고, 없는 주식이나 채권을 판 후 결제일이 돌아오는 3일 안에 주식이나 채권을 구해 매입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진다.

공매도는 보통 하락장이 예상되는 경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공매도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자주 이뤄진다.

예를 들어 현재 1만원짜리 주식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투자자가 주식을 빌려서 1만원에 팔면 주가가 실제로 하락해 9000원이 되는데, 다시 그때 주식을 9000원에 사서 되갚으면 1000원의 차익을 남기는 방식으로 해당 투자자는 수익을 보게 된다.

문제는 이 하락장 예상, 즉 특정 주식에 대한 악재는 대부분 업체 내의 정보를 얻기가 수월한 내부자들이 미리 악재를 시장에 공시하기 전에 미리 입수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 내부자들은 불공정한 거래로 공매도를 악용해 주식을 되팔고 그 시세 차익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특정 투자자들이 대량의 공매도를 실시해 주가가 하락하면 그 피해는 일명 ‘개미’라고 불리는 업체의 내부 정보에 밝지 못한 개인 투자자들이 입게 된다.

한미약품 본사. 사진=연합뉴스

◇ 한미약품-대우건설-엔씨소프트까지···‘개미’들 울리는 공매도 악용 사례 ‘빈번’

지난해 9월엔 한미약품이 해외업체와의 대규모 계약 해지를 앞두고 공시 전에 미리 이 정보를 알았다고 추정되는 일부 투자 세력이 대량의 공매도를 실시해 주가가 폭락,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이어 같은 해 11월에는 대우건설이 그해 3분기 실적 공시를 앞두고 이 회사의 외부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 거절' 감사보고서가 나온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전에 대량의 공매도가 쏟아졌다.

자연스럽게 대우건설과 안진회계법인의 내부자가 비공개 거래를 사전에 취득, 불공정 거래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가장 최근인 이달 20일에는 모바일 게임 새 기대작인 리니지 ‘M’ 출시를 하루 앞두고 게임의 핵심 콘텐츠인 ‘거래소’가 제외된다는 소식을 엔씨소프트가 주식시장 마감 직전인 오후 3시28분 자사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여기에 이 회사의 배재현 부사장이 보유 주식 8000주를 최근 매도했다는 공시가 동시에 나왔다.

같은 날 대량의 공매도가 쏟아졌다. 엔씨소프트 주식에 대한 공매도 규모는 이달 1~19일 동안은 하루 평균 3만주, 121억원 수준이었지만 20일 갑자기 19만주, 762억원으로 폭증한 후 다음 날에는 31만주, 1122억원으로 평시에 비해 10배 가까이 폭증했다.

이날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11.41% 폭락했고, 특히 게임의 핵심 콘텐츠가 제외된다는 대형 악재 소식을 장 마감 직전 공시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 장 마감 직전에 미리 ‘콘텐츠 삭제’라는 내부 정보를 미리 알고 관계자들이 대규모의 공매도를 벌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개인투자자들에게 공매도 정보를 보다 손쉽게 알려주고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들과의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하기 위해 공매도 정보에 대한 종합정보를 한 사이트에 모아 전달하는 ‘공매도 종합 포털’을 지난 26일 정식 오픈했다.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사진=연합뉴스

◇ 전문가들 "공매도 포털 근본적 해결책 부족···내부자 불공정 거래 처벌 더욱 강화해야"

그러나 공매도 종합 포털이 공매도를 악용하는 내부자들의 불공정 거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26일 오픈된 공매도 포털을 살펴보면 공매도 거래와 공매도 잔고 정보를 한 화면에 통합 제공한다. 여기에 공매도 집중 종목 현황, 투자자별 공매도 거래현황(시장별), 공매도 잔고 현황, 공매도 과열종목 현황 등의 다양한 공매도 거래 정보를 편리하게 열람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 포털에는 내부자들이 특정 악재를 미리 사전에 감지해 대량의 공매도를 실시하는 등의 자료나 정보를 알려주는 콘텐츠는 존재하지 않는다. 즉.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공매도 포털을 이용해도 여전히 불공정 거래가 모두 이뤄진 사후의 통계나 현황만을 알아 볼 수 있다.

미리 공매도 투기 세력의 움직임을 포털을 통해 경고한다거나 개인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일깨우는 등의 안내는 어디에도 없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 실장은 “공매도 포털이 공매도 거래 현황 등 공매도 관련 정보를 알기 쉽게 개인 투자자들에게 전달하는 접근성의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그러나 공매도 포탈이 내부자들로 하여금 비공개 정보를 통해 공매도 제도를 악용하는 등의 불공정 거래를 막는 근본적인 장치로서 작용하기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고 평가했다.

황 실장은 “이번의 엔씨소프트 문제나 지난해 한미약품 사태 등 최근의 공매도를 둘러싼 여러 논란들은 공매도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이 제도를 악용하는 내부자 거래의 문제”라며 “공매도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선 제도를 악용하는 내부자들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더욱 강하게 이뤄지는 것이 본질적인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최광식 금융감독원 자본시장감독국 팀장은 “금융시장을 감독하는 당국 입장에서 특정 주식에 대해 대량의 공매도가 이뤄지면, 회사 내부의 악성 정보를 공시 전 미리 해당 관계자가 알고 주식을 매도해 이득을 취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 여부는 법무부와 부처 간 협조를 통해 조사를 하고,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검찰에 해당 혐의자를 고발해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최근 오픈한 공매도 포털은 공매도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공매도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불공정 거래를 방지하기에는 여러 구조적인 문제들이나 현실 여건을 고려하면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공매도 포털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공매도 거래 현황 등 일반적인 정보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 할 수는 있어도 공매도를 악용한 ‘범죄’를 사전에 차단하기는 어렵다”며 “공매도 거래 발생 시 내부자 정보를 통한 불공정 거래로 의심되는 사항은 항상 모니터링 해 금융감독 당국에 보고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 금융위원회. 사진=연합뉴스

윤송이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 사무관은 공매도와 관련, “회사 관계자가 내부 정보를 사전에 알고, 공매도를 악용해 불공정 거래를 통한 부당이득을 얻었을 경우, 최대 5억원 이하의 벌금형과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처벌 규정이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유재훈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 단장은 “최근의 공매도 사태에 대한 여러 피해 사례가 심각한 것을 금융감독 당국 입장에서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며 “공매도 제도를 악용하는 내부자 및 불공정 거래자들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도 많이 나오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유 단장은 “때마침 새 대통령의 공약 사항에도 공매도 제도를 악용할 경우 처벌을 좀 더 강화하도록 하는 내용이 나와 있다”며 “이에 발맞춰 금융 당국 역시 공매도 제도 개선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이나 요구 사항 등 다양한 수요들을 좀 더 모아 처벌을 좀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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