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중 돈 씀씀이가 가장 컸던 관광객은 중동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1만20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중동인 관광객이 1인당 지출한 여행 경비가 2593.8달러로 집계돼 가장 많았다고 최근 밝혔다. 지난해 평균 원·달러 환율(1160.4원)로 환산할 때 1인당 301만원을 쓴 셈이다.

설문에 응답한 중동인(135명) 중엔 한 번 왔다가 1만 달러(1160만원) 이상 쓴 사람도 10%가 넘었다.

29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특급호텔들 역시 무슬림 고객에 집중하는 달라진 풍속도도 엿보인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을 대체하기에는 무스림 관광객 규모가 다소 역부족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국을 대표하는 특급호텔들에서는 최근 3년 사이에 매년 10% 이상씩 증가하는 무슬림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전용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무슬림 고객들이 가장 중시하는 기도 방향 표시를 위해 객실 내 나침반 제공과 코란 및 기도 담요 등을 비치하는 서비스 등이 그것이다. 무슬림 성향에 맞는 음식과 쇼핑, 관광지 안내 등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롯데호텔서울은 호텔 내 모든 레스토랑이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최근 들어 직접적 영향을 받은 것이 호텔 측에서 한달에 두번씩 벤치마킹을 나간다"며 "주변 식당이나 관광지를 사진 찍어 오고 정리해서 안내하는데 이전에는 중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최신 정보를 업데이트 했다면 요새는 무슬림들이 갈만한 식당이나 좋아할만한 장소나 사원등을 가보면서 정보 수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무슬림은 의료 관광에 관심이 크다. 동남아 출신이 지난해 한 사람당 평균 1234달러를 쓴 데 비해 중동 무슬림은 1951달러로 씀씀이가 컸다. 실제 명동이 의료관광 특구로 지정된 이후 의료관광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2016년 한 해 동안 중구를 방문한 외국인 환자는 2만7321명으로 전년도 1만5685명과 비교해 74% 증가했다.

하지만 무슬림 관광객이 아직은 중국인 관광객만큼 큰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 대신 중동, 동남아, 일본 관광객이 온다는 보도는 많다"면서 "하지만 사실 규모나 구매력이 현격히 떨어져 면세점이나 유통 부문에서는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인 관광객 손실을 상쇄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사실 중동 관광객은 소득이 굉장히 높은 경우에 한국 관광을 하는 등 아직은 대중적이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실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사에서 중동 관광객이 가장 선호한 쇼핑 품목은 의류(58.1%·복수응답)였지만, 미용 성형 등에 관심이 많아 의료관광 목적으로 한국에 온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또 다른 면세업 관계자는 "중동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기업별보다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무슬림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고 관광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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