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불법·탈법 행위로 물의 빚고 있는 기업 참여제한"

권오현·정의선·최태원·구본준·허창수 등 52명 명단 발표

왼쪽부터 권오준 포스코그룹 회장, 황창규 KT 회장,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사장).
[데일리한국 이정우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경제인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에 동행한다.

롯데, 포스코, KT 등이 빠지고 한국지엠 등 미국계 한국기업이 추가됐다. 또 경제사절단이라는 단어가 주는 관료적 이미지를 피하기 위해 이름도 '경제인단'으로 바꿨다.

이번 방미 경제인단 구성을 주도해온 대한상공회의소는 23일 청와대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된 대통령 동행 경제인단 52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최종 명단은 청와대 승인과정에서 일부 기업이 변경됐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이사가 빠지고, 이기승 한양 회장, 박성택 산하 회장 겸 중소기업중앙회장, 장정호 세원셀론택 대표이사 들어갔다.

예비 명단에 포함됐던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사장)은 배임·횡령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 관계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허 사장은 롯데그룹 비리 수사로 불구속 기소돼 매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그의 혐의는 조세포탈 및 배임, 제3자 뇌물 교부, 비자금 조성 등 5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허 사장의 경우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이번 방미 명단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참여 의사를 밝혔던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황창규 KT 회장 역시 명단에서 빠졌다.

이들은 대한상의 심의 단계에서 제외된 것으로 파악된다. 심의위원회는 미국 내 투자 가능성과 사업 연관성 등을 봤는데 포스코와 KT는 다른 대기업이 비해 미국 사업실적이나 투자계획 등이 부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포스코와 KT가 정부가 바뀔 때 교체 가능성이 거론됐던 점에 비춰 심의위가 새 정부가 들어선 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소속 기업별로 보면 대기업 10명, 중견기업 14명, 중소기업 23명, 공기업 2명, 미국계 한국기업 2명,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 52명이다. 중소·중견기업이 3분의 2를 넘었다.

업종별로는 IT·정보보안(8), 에너지·환경(7), 의료·바이오(5), 항공·우주(1), 플랜트·엔지니어링(1), 로봇시스템(1), 신소재(1) 등 첨단분야 기업과 기계장비·자재(7), 자동차·부품(6), 전기·전자(5), 소비재·유통(3) 등이다.

재계 총수로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등이 동행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수감으로 총수가 참가하지 못하는 삼성그룹에서는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간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 대신 신현우 한화테크윈 대표이사가 동행한다.

한화테크윈은 한화그룹 내 미국과의 사업 연관성이 가장 크다. 방위업체인 한화테크윈은 미국 방산회사인 레이시온, 록히드마틴 등과 기술도입·생산 등 사업 협력을 하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오너가 가는 것이 상징적인 의미는 있겠지만 미국 사업에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회사의 대표가 참석하는 게 비즈니스 측면에서 더 나을 것 같아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원래 명단에 없었던 제임스 김 한국지엠 사장 겸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과 아밋 라로야 한국쓰리엠 사장 등 미국계 한국기업 2명도 추가됐다.

이들은 국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는 점이 반영됐고 김 사장은 암참이 미국 정부 등을 상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홍보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제인단은 이전 정부와 달리 민간(대한상의)이 기업 모집부터 선정까지 대부분 과정을 주도했다.

대한상의는 미국 관련 투자나 교역, 사업실적, 사업계획, 첨단 신산업 분야 협력 가능성 등을 선정 기준으로 삼아 협회나 단체가 아닌 기업 위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이어 현재 불법·탈법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크게 빚고 있는 기업은 원칙적으로 참여를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경제인단은 오는 28일 문 대통령과 함께 미국 워싱턴 D.C. 미국상공회의소에서 양국 상의 주최로 열리는 경제인행사인 '한미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하는 등 방미 기간 민간 경제외교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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