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슨의 옛 영광 재현할 것으로 기대, 철저하게 경제성 살려 풍력사업 기획
내륙이지만 바람좋은 영광은 풍력발전 최적지, 한국 풍력의 메카 발돋움 전망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영광풍력의 첫 느낌은 수줍음이었다.
동트는 새벽 힘차게 날개짓하는 풍력발전을 만나기 위해 23일 한달음에 달려간 전남 영광은 연무가 짙어 하얀 소복 치맛자락을 넓게 펼친듯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새벽길 장거리 운전에 지친 기자를 달래듯 짙은 안개가 신비로운 분위기와 함께 눈 앞에 펼쳐졌다. 새벽 동틀 무렵 날개가 돌아가는 풍력발전기의 모습을 셔터에 담겠다는 의지를 다시 다졌다.
첫 도착지는 영광 백수리와 약수리. 이곳은 영광풍력이 설치하는 해상풍력발전기 20기가 설치될 곳이다. 이곳에도 안개는 여전했다. 풍력탑 언저리에 걸려있는 안개 사이로 동이 트는 모습은 그 자체가 장관이었다. 백수리와 약수리엔 각각 영광백수풍력과 영광약수풍력이 조성돼 있다.
영광군민 원전보다 풍력에 호감 느껴
풍력탑이 선 부지 아래는 논농사가 한창이었다. 바다를 메워 조성한 땅이기 때문에 이곳의 쌀은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이른바 ‘간척지 쌀’이다. 백수읍과 약수리의 풍력은 이곳에서 나는 쌀에 청청이미지를 더하는 요소가 됐다.
“영광에 한빛 원전이 설치된 이후 한때 영광의 쌀농사를 망칠 뻔했습니다. 누군가 ‘방사능 쌀’이라고 누명을 씌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풍력발전기의 청정이미지가 그같은 오해를 풀어줬지요. 풍력발전기가 쌀농사 지킴이 역할을 해준 셈이죠.”
백수읍에 사는 최필환씨는 풍력발전기에 대해 호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백수읍과 약수리에 영광풍력발전사업의 일환으로 세워진다는 해상풍력발전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었다.
백수리와 약수리에 설치되는 해상풍력은 바다에 인접한 버려진 땅을 이용한다. 성토하고 제방을 쌓는 이른바 ‘축제 공사’를 통해 부지를 마련하고 그 위에 풍력탑을 세운다.
영광풍력발전사업은 총 79.6MW, 총사업비 2500억 원의 대규모 공사다. 유니슨이 지분 43%를 보유하고 동서발전 41%, 대한그린에너지가 16%를 보유하고 있다. 육상풍력사업과 해상풍력사업이 병행되기도 한다. 백수읍과 약수리에 2.3MW급 풍력발전기 15개가 해상풍력사업을 위해 설치되고 염산면 축동리, 신성리, 송암리 일원에는 육상풍력 2.3MW 17기, 2.0MW 3기 등 총 45.1MW가 설치된다.
유니슨 관계자는 영광풍력이 한국 풍력사에 한 획을 긋고 유니슨의 사세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장에 파견돼 공사 전 과정을 총괄지휘하고 있는 박응규 유니슨 부장은 “영광풍력은 국산 풍력발전기로 조성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풍력발전사업”이라며 “한국 최초 풍력기업이라는 타이틀로 널리 알려져있는 유니슨의 사세를 회복시킬 대규모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박 부장은 의령풍력, 백수풍력 등 유니슨의 서남부 풍력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진행한 베테랑으로 통한다.
실제로 지난 22일 유니슨의 주식가격은 3020원에 장을 마감했다. 52주 최대가격 3300원에 근접하고 있다. 지난 15일 2270원에서 무려 750원 오른 셈이다. 유니슨의 주가가 오른데는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탈원전 정책을 발표하면서 수혜주로 태양광, 풍력주가 오른데다 영광풍력발전사업이 성공을 알리는 팡파레를 조만간 울릴 것이라는 소문이 주식시장에 퍼졌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본 영광풍력발전단지는 실제로 '비상'을 준비하고 있었다.
유니슨, 영광풍력을 통해 옛 영광 재현
영광풍력의 육상풍력사업은 염산면을 가로지르는 불갑천을 따라 진행되고 있다. 기자는 염산면 일대에 설치됐다는 풍력발전기로 발길을 옮겼다.
유려하게 곡선을 그리는 염산면 불갑천을 따라 풍력발전기는 리듬감 있게 늘어서 있다. 제방을 따라 풍력발전기와 풍력탑이 운송될 길이 따로 놓아져 있다. 제방은 불갑천이 범람하면 주변 농경지가 침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인공구조물이다.
사람들은 거기에 다시 한번 풍력발전이라는 인공구조물을 설치했다. 이번에 설치된 인공구조물은 성격이 다르다. 제방은 강과 사람을 격리하는 역할을 했다면 풍력발전은 농부의 땀방울을 시원히 씻는다. 풍력발전에서 나오는 수익이 '농심'을 미소짓게 만들 것이라는 상상을 해봤다.
염산면에 거주하는 임순임씨는 풍력발전에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자신이 관리하는 땅이 불갑천 인근에 위치해있는데 풍력발전용 진입로를 위해 가장자리를 기꺼이 내줬다는 것이다. 유니슨은 임씨가 내준 농토 가장자리를 성토해 풍력 기자재를 탑재한 대형 트럭이 쉽게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넓혔다.
염산면 주민 김용택씨도 마찬가지로 풍력을 쌍수로 반겼다. 그는 풍력발전 관계자들이 원자력 발전 관계자들보다 마음이 활짝 열려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원전업계 관계자들이 방사능 검사를 한다고 다녀가면 감감 무소식인지라“라면서 원전쪽에 대한 불만을 털어놨다. 하지만 풍력쪽에 대해서는 매우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주민은 ”풍력발전 관계자들은 일일이 불편한 것 없냐고 물어보고, 풍력발전기 날개가 작물 성장에 장애가 없는지 살피고……"라면서 "정권이 바뀌었응께 원전 사람들 태도도 좀 달라지려나“하고 되물었다. 영광 사람들의 풍력발전에 대한 인심을 읽을 수 있는 풍경이었다.
풍력발전이 염산면에 설치됨으로써 영광군민들은 본격적으로 풍력발전과 상생하는 시대에 접어들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광백수풍력과 영광약수풍력이 민가와 거리가 먼 해안가 가까운 지역에 설치됐다면 염산면이 주요 사업지인 영광풍력은 민가를 마주본다. 불갑천 인근엔 논농사가 한창이다. 영광군 사람들은 이른봄 보리농사가 끝나면 바로 논농사를 시작한다. 여기에 풍력발전사업까지 참여함으로써 소득을 배가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유니슨이 마을 인근에 영광풍력발전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이유는 영광백수풍력 설치과정에서 주민들의 든든한 신뢰를 쌓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광 백수읍과 약수리 사람들은 “풍력발전으로 번 돈으로 마을 회관을 만들어 노년을 편히 보내야겠다”며 풍력발전에 대한 친근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같은 분위기는 영광군 전체로 퍼졌고, 군민들이 풍력발전에 호의적인 시각을 갖고 유치에 적극적인 태도를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광군은 풍력발전 인·허가가 여타 지자체보다 쉬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주 대한그린에너지 이사는 “영광군이 다른 지자체보다 풍력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손꼽히는 80MW 규모의 영광풍력발전사업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러한 우호적 분위기가 실질적인 힘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영광군은 풍력발전 메카로 성장
사실 영광은 풍력발전의 최적지다. 일반적으로 내륙엔 바람이 약하다. 그런데 영광군은 간척지가 인접해 있어 바람이 초당 5.8m의 거센 바람이 분다. 게다가 바람의 방향도 일정하다. 박응규 부장은 “대관령이 바람은 세지만 바람 방향이 시시각각 바뀐다. 반면 영광은 바람이 다소 약해도 바람 방향이 일정하게 불어 풍질이 좋다”고 평가했다.
영광군의 풍력발전은 태풍이 오는 6~8월과 북서풍이 불기 시작하는 겨울철이 피크다. 특히 태풍이 불때면 풍력터빈이 정격 전압대로 무려 48시간이나 발전하는 때도 있어 풍력 관계자는 “로또를 맞았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정격전압대로 발전한다는 말은 가령 2.3MW급 풍력터빈이 제 능력치를 최대로 발휘한다는 의미다. 그런 상태가 24시간 계속되니 당연히 발전량이 많을 수 밖에 없다. 평소 풍력발전기의 이용률은 25% 내외에 그친다.
풍력발전기의 이용률이 25% 내외이며 풍력발전기가 돌아가지 않고 멈춰 서 있는 모습을 자주 본 사람이라면 과연 풍력사업이 한국에서 경제성이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의문을 가질 필요가 없다. 박응규 부장은 “한국 풍력발전단지 가운데 적자보고 운영하는 곳은 없다”고 단언한다. 유니슨의 U113과 같이 저풍속에도 발전을 하는 풍력발전기도 속속 개발되고 있고, 바람 세기도 경제성을 갖출 만큼 불고 있어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 베테랑 박 부장의 판단이다.
유니슨은 영광군을 한국 풍력발전의 메카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박응규 부장은 “유니슨이 인근 영산에도 풍력발전단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러면 영광군이 한국 풍력의 메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광풍력발전사업은 철저하게 상업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수읍과 약수리에 설치되는 해상풍력도 시범 사업이 아니라 완공 후 바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본 사업으로 알려졌다. 해안가를 성토해 기반을 만들고 그 위에 풍력탑을 세우기 때문에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해상풍력용 풍력터빈도 육상터빈과 똑같은 U113을 사용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방청 처리를 했다는 점이다.
박응규 부장은 “성토를 위한 흙이 더 필요할 뿐 설치방법은 육상풍력사업과 똑같다”며 “풍력터빈도 페인터를 두껍게 바르는 방청처리한 U113이다”라고 강조했다.
U113은 유니슨의 류지윤 사장의 역작이다. 기술연구소장 출신인 그는 저풍속 상황에서도 발전량을 극대화하는 U113을 개발했다. U113은 이미 설치된 풍력터빈을 대체할 수 있는 터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종주 이사는 “영광풍력은 영광 지역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기획된 상업 프로젝트”라며 “그만큼 유니슨과 동서발전의 수익률을 높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예가 해안가에 축제공사를 해 바닷바람을 충분히 활용하면서도 공사비는 육상풍력발전 수준인 영광풍력의 해상풍력사업”이라며 “이러한 고려가 영광풍력의 경제성을 최고치를 올릴 것”이라고 장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