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은행연합회장이 권력자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하영구회장이 레임덕과 무슨 연관이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임기를 불과 5개월 여 남겨둔 하회장이 요즘 어떤 업무지시를 내리고 있는지 알게 된다면 레임덕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이유를 어느 정도 납득할 지도 모른다.
은행연합회 직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하 회장은 요즘 방향착오성 지시를 잇따라 내림으로써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최근 내린 업무지시 중 가장 이해하기 힘든 지시는 ‘신용정보원 민원실 폐쇄’ 건이라고 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민원실 폐쇄'는 자칫 소비자에게 커다란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데, 임기말에 굳이 이같은 독단적 지시를 내렸다는 이유가 얼핏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 직원들의 반응이다.
예를 들어 한 소비자가 금융거래를 시도할 때 연체 중이 아님에도 전산상 오류 등으로 '연체 중'이라고 표시될 경우, 소비자는 신용정보원 민원실의 도움을 받아 본인의 오류내역을 확인하고 해당 내용의 정정 방법 등을 안내받아왔다. 즉 민원 해결에 민원실이 결정적으로 기여해왔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갑작스레 민원실이 없어지면 소비자들은 불만사항이 생겼을 때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막막해질 수밖에 없다.
하 회장의 빗나간 지시는 또 있다. 직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은행연합회 건물 지하 1층에 마련돼 있는 피트니스 센터를 회의실로 변경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은행연합회 직원들은 이같은 하 회장의 지시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회장의 지시여서 묵살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시대로 하자니 현 실정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직원 복지 차원에서 운영되는 운동시설을 회의용으로 바꾸는데 흔쾌히 동조할 직원은 사실 많지 않을 것이다.
하 회장은 오는 11월말이면 임기가 종료된다. 등산은 산을 오를때 보다 하산할 때 더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임기 만료를 앞두고는 의욕적인 업무 추진도 좋지만 수긍할 수있는 업무를 신중하게 추진하는 지혜도 필요해 보인다.
하 회장이 5개월여 남은 임기동안 방향 착오를 최소화하면서 금융권의 글로벌 경쟁력과 선진금융시스템에 실질적으로 보탬이 되는 업무로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