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시작, 완성되면 한국 건축사에 한 획을 그을 전망

이명주 명지대 교수와 KCC건설,사업성공 위해 노심초사하기도

제로에너지주택단지에 79개 기술, 국내 최초 기술만 31개 적용

제로에너지주택단지의 동쪽 입면 모습. 태양광 발전설비가 빼곡히 붙어 있다. 사진=안희민 기자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1년 내 살아도 전기료와 연료비 걱정 없는 집에 살면 어떨까? 늘 숲에 있는 듯 쾌적하고 밝으며 따뜻하면서도 전기요금과 연료비 걱정하지 않고 살기란 쉽지 않다.

그런 꿈이 서울 노원구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이미 ‘개인주택‘ 수준이 실현됐고 ’공동주택‘을 한창 건설 중이다. ’노원구 제로에너지주택단지‘를 16일 찾았다.

“제로에너지건축물은 삶의 질까지 확보합니다.”

이명주 명지대 교수가 ‘행복한 집’의 정의를 새롭게 내리고 있다. 그가 김성환 노원구청장의 손에 이끌려 노원구의 어느 텅빈 부지를 방문한 해가 2012년이다. 김성환 구청장은 이 교수에게 “이 부지를 제로에너지주택단지로 만들어줄 수 있소?”라고 물었다.

당시만해도 제로에너지건축물은 생소한 개념이었다. 국토부에서 기본 개념을 마련했지만 지자체는 첫 사업이 가진 리스크를 우려해 실증사업 착공에 절레절레 고개만 흔들던 시절이었다. 이 교수가 김 구청장을 만난 건 행운이자 도전의 시작이었다.

이 교수가 실증을 위한 제로에너지주택단지 건설에 착공한 때는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5년 10월 29일이다. 2013년 9월 국토부 연구개발사업 공모에 이미 당선됐지만 2015년에야 서울시 계약심사와 실시설계가 완료됐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사업이 연기됐지만 보다 꼼꼼히 준비될 기회를 얻었다”고 뒤돌아봤다.

제로에너지주택단지는 크기가 마을 규모이기 때문에 제로에너지주택과는 다른 또 다른 도전이다. 기본적으로 제로에너지주택의 요소를 갖추고 건물간 조화와 연계, 건축물이 들어서지 않는 부지의 공간 활용이 과제로 추가된다.

가령 태양광발전을 위해 건물 외벽에 설치된 태양광 모듈이 인근 건물의 간섭을 받지 않아야 한다. 주차공간이나 놀이터, 마을회관의 위치도 단지 입주자 모두에게 공평하도록 잡아야 한다. 단지 입주자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중앙형 열수환경장치를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효율적으로 설치하는 것도 또 하나의 과제다.

이 교수는 제로에너지주택단지를 “단지 내 전체 세대가 필요로 하는 난방, 냉방, 급탕, 환기, 조명에너지를 외부 에너지 공급망으로부터 받아오는 양과 단지 내 재생에너지 시스템에서 생산해 외부 에너지 공급망으로 돌려주는 에너지양을 각각 1차 에너지로 환산했을 때 연간 대차대조표가 제로가 되는 주택단지”라고 개념을 새롭게 정의했다.

제로에너지주택단지의 기초 단위인 ‘제로에너지 주택’엔 이미 많은 요소들이 들어가 있다. 겉으로 보이는 태양광발전설비가 전부가 아니다. 기존 주택엔 단열재를 내부에 넣는데 제로에너지주택은 외부에 설치한다. 이러면 집안 내외부의 온도차로 인해 발생하는 결로를 예방할 수 있다. 요컨대 제로에너지주택 화장실은 1년 내내 뽀송뽀송한 상태다.

건축 내외장재를 통해 밖으로 에너지가 빠져나가거나 외부의 찬공기나 더운 공기가 전해 오는 것을 막기 위해 특수 설계된 열교차단 앵커와 발코니 열교차단재도 설치했다. 이들 제품은 국산품이 없어 각각 스위스와 독일산을 들여왔다.

창호 기밀테이프도 마찬가지다. 이 밖에 기밀유지를 위해 KCC, 이건창호 등이 생산한 창호와 에스와이스틸의 단열문, 신성이엔지의 태양광 발전시스템 넥스트에너지코리아의 펠릿보일러 등을 썼다. 이러한 노력으로 제로에너지주택은 에너지 비용을 일반 주택의 4분의 1로 줄였다. 그러면서도 실내 온도를 외부 날씨와 무관하게 쾌적하게 유지시킬 수 있었으며 실내 공기도 늘 쾌적한 수준을 유지한다.

제로에너지주택단지도 똑같은 도전에 직면했다.

단열재, 창호, 단열문 등은 국산품을 썼지만 열교 차단재, 창호 기밀테이프, 압축폴리우레탄, 외부 블라인드 등은 어쩔 수 없이 외국산을 써야만 했다.

물론 이들의 전체 공사비 314억3000만원 가운데 외국산 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1.7%인 5억2100만원에 불과해 부담이 큰 것은 아니다. 다만, 이들 기자재가 필수품인만큼 이 교수는 한국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제작에 나서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제로에너지주택단지엔 무려 11개 분야에 79개 기술이 적용된다. 복도, 지붕, 외벽, 층간 슬래브, 기초, 실내, 발코니, 창호 등 어느 것 하나 이 교수의 손이 가지 않는 것이 없다. 국내 최초로 적용된 기술이 무려 31개 항목에 이를 정도다.

제로에너지주택단지가 단순히 에너지효율을 높인 단지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단지에서 소모하는 에너지를 극소화하고 태양광발전시스템 등을 통해 전력을 생산하고 쓰고 남는 전기는 팔수도 있다.

실제로 제로에너지주택단지 건설현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설비는 태양광발전설비다.

특히 주택 동쪽 외벽에 태양광발전설비가 집중돼 있다. 서쪽에도 상당량이 설치돼 있는데 이 교수는 “태양광발전량을 실측해보니 지붕의 발전량이 가장 많고 서면, 남면, 발코니 순”이라고 밝혔다.

책상과 강단이 아니라 직접 목업 주택을 짓고 실측한 사람만이 가진 경험을 바탕으로 제로에너지주택단지는 도심 속의 또 다른 발전소로 거듭나고 있었다.

이 교수는 쾌적한 제로에너지주택단지를 위한 장치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통합배관과 열교환기 △고효율 무소음, 고성능 열회수형 환기장치 △쾌적한 실내를 위한 열회수형 환기장치 필터 △환기시스템은 그가 제로에너지주택단지를 설명할 때마다 내세우는 설비다. 이를 통해 기밀을 유지하면서도 실내 공기는 인근 숲 공기 수준을 유지한다.

제로에너지주택단지는 6월 현재 건설작업이 한창이다. 건설이 완료되면 임대주택으로 일반인을 입주시킬 계획이다. 이명주 교수나 건설을 담당하는 KCC건설도 제로에너지주택단지가 ‘첫 작품’이어서 그런지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 느껴진다.

현재 홍보관으로 쓰이고 있는 제로에너지주택. 소모 에너지가 기존 주택의 4분의 1 수준이면서도 쾌적하고 따뜻한 실내공간을 유지한다. 사진=안희민 기자

이명주 교수는 독일 베를린공대 건축과에서 디플롬 학위를 취득했고 세종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독일 유학시절 독일 건축사자격증, 독일 패시브하우스 디자이너자격증, 독일 패시브하우스 기술자격증을 취득하고 독일 패시브하우스 디자이너-기술사 자격증 지도를 위한 강사 코스를 수료했다.

그는 2009년부터 명지대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2010년 제드 건축사무소(ZED)와 제로에너지 건축도시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2013년부터 국토부 제로에너지주택 실증단지 연구개발과제 연구단장을 맡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실증을 위한 노원구 제로에너지주택단지 사업을 진행 중인 명지대 이명주 교수의 모습(가운데 선 사람). 사진=안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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