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2030년 재생에너지 20% 보급 목표 가뿐히 뛰어넘은 가파도 새로 조명돼

하늘에서 본 가파도의 모습. 문재인 대통령이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설정했지만 가파도는 이미 33%를 달성했다. 15일 업계는 "이러한 가파도에 상을 줘야한다"며 가파도에서의 업적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사진=나무위키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올해 5월 평균 에너지 자립도 54%를 달성한 가파도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달성하겠다고 제시한 목표치가 20%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파도의 성취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예산상 제약을 극복하고 당시에 없던 풍력-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 융복합설비라는 신기술을 개발한데다 디젤발전과 풍력-태양광-ESS 융복합장치 혼용이라는 기술적 난제를 해결한 점을 높이 사야한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15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산업부 주도로 시작된 가파도 에너지 자립섬 사업엔 한전, 포스코ICT 등 다수의 다수의 사업자가 참여했다.

당시엔 한전 계통에 연결되지 않은 외딴 작은 섬들은 주로 디젤 발전기로 전력을 공급받았다. 문제는 디젤 발전기 이용이 매우 까다로왔다는 점이다. 육지에서 정기적으로 디젤유를 가져와야해 날씨가 나빠 배편이 결항되면 전기없이 몇 날 며칠을 지내야했기 때문이다.

환경오염도 골칫거리였다. 디젤 발전이 돌아가는 날이면 섬마을 주민들은 독한 기름 냄새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시설이 노후화돼 디젤유가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바람에 양식 어패류가 오염돼 큰 피해를 입기도 했다.

하지만 그같은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기 위해 결국 무한한 바람과 태양에너지를 이용하는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됐고 결국 전력을 생산해 사용한뒤 남은 전력을 ESS에 저장해 쓰는 방안을 고안하게 된다. 풍력-태양광-ESS 융복합설비는 가파도가 일궈낸 에너지 자립의 열매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꿈의 실현은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당시엔 풍력-태양광-ESS 융복합 설비라는 개념도 없었을 때여서 기존 디젤발전과 병행해 사용하는 방법도 없었다. 게다가 ESS 장치 가격이 비쌌다.

당시 가파도 사업을 총괄했던 황우현 한전 제주본부장은 “ESS에 저장된 전력이 소진되면 디젤발전기로 전환해 전력을 공급해야하는데 이때 필요한 개념이 ‘기준전원’이다. 당시에는 기준전원 개념을 몰랐기 때문에 처음부터 개발해야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는데 전력투구했다는 말이다.

풍력, 태양광과 ESS 융복합 설비를 구현하는 것도 난제였다. 처음 사용한 ESS는 지금 많이 사용하는 리튬이온전지가 아닌 납축전지였다. 납축전지는 값싸지만 무거웠고 출력특성이 리튬전지보다 떨어졌다.

2011년 당시는 리튬이온전지가 막 선뵀던 때다. 풍력-태양광-ESS 융복합설비 개발진은 리튬이온전지가 보급이 활성화된 이후 가격이 떨어지자 납축전지를 리튬이온전지로 대체했다. 전지가 변경됨에 따라 관련 기술도 새로 개발했다

그는 “초창기엔 일본 신고베에서 제작한 850kWh 용량의 납축전지를 썼다”며 “리튬이온전지 가격이 떨어진 후 전지를 교체했다”고 말했다.

그는 리튬이온전지 가격이 현재 급격히 하락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리튬이온전지를 채용한 ESS의 경우 2012년 당시 MWh당 19억원대였지만 현재는 5억원에 불과하다. 그때는 ESS가 비싸 마음껏 쓰고 싶어도 예산제약 때문에 쓸 수 없었다.

현재 가파도엔 3.89MWh의 ESS가 설치돼 있고 풍력-태양광-ESS 융복합설비로 전력을 100% 공급하려면 ESS 7MWh급이면 충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금 리튬이온전지 시세에 따라 20억원을 추가하면 탄소제로섬 가파도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황 본부장은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는데 전력투구했다. 결과적으로 세계 최초의 풍력-태양광-ESS 융복합설비를 개발해냈다. 이를 보고자 미국의 에너지부(DOE) 차관보를 비롯 많은 국내외 인사들이 가파도에 다녀갔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산제약 속에서도 가파도에서는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33%나 된다“며 ”국가 목표치인 20%를 초과해 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가파도의 성과를 바탕으로 2030년 재생에너지로 수요 전력 100%를 충당하겠다는 무탄소섬2030 계획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가파도 에너지 자립섬화 사업에 참여한 포스코ICT도 가파도의 '성취'를 의미있게 평가하고 있다. 박용하 포스코ICT 부장은 "가파도는 한국 풍력-태양광-ESS 융복합 설비의 모태인만큼 사업성이나 경제성 고려없이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특구로 지정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가파도에서 배태된 태양광-ESS 융복합 설비는 오늘날 죽도나 스마트공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죽도에 태양광-ESS 융합설비를 설치하고 기존 디젤발전과 마이크로그리드를 꾸며 에너지 자립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성훈 한화에너지 부장은 “태양광-ESS 융복합 설비만으로도 섬 수요 전력의 100%를 공급하는 날이 많고, 디젤발전 이용률은 20%를 넘지 않는다”고 전했다.

고 부장은 “죽도의 경우 냉난방 수요보다 해수 담수화 설비에 소용되는 전력 수요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꾸준히 전력공급이 필요한상황"이라며 "하지만 태양광-ESS 융복합설비로 별탈없이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굳이 디젤발전을 쓰는 이유에 대해 "죽도가 에너지 자립섬화 되기 전에 설치한 디젤발전기의 내구 연한이 2020년까지이기 때문에 쓸 뿐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일축했다.

용인신공장을 스마트공장으로 꾸며, 태양광-ESS 융복합 설비를 이용한 마이크로그리드와 이 계통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신성이엔지 관계자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신성이엔지의 경우 태양광-ESS 마이크로그리드에서 생산한 전력 70%를 공장에서 사용하고 나머지는 한전에 되판다고 전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태양광-ESS 마이크로그리드에서 생산한 전력을 되팔면 현행 정부 재생에너지 제도에 따라 계통에서 구입하는 전기값보다 비싸게 팔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30%만 되파는 이유는 신성이엔지가 태양광 기업이기 때문이다.

신성이엔지 관계자는 “태양광-ESS 마이크로그리드로 용인신공장이 필요한 전원 100%를 충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성이엔지가 태양광 기업이기 때문에 태양광-ESS 융합설비만으로 공장을 충분히 돌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산업부는 풍력-태양광-ESS 융복합설비의 성과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산업부가 관련 법제도 개선에 노력한 결과 태양광-ESS 융복합설비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산업부 관계자는 “풍력-태양광-ESS 융복합 설비에 관한 최신 화두는 ESS 성능 보증기간을 종전 15년에서 20년으로 늘리는 것”이라며 “기술적 난제는 이미 해결됐고 가격도 많이 떨어져 시장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태양광-ESS 융복합 설비는 부자재인 태양광 모듈과 ESS 가격이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다. 일선 기업들은 공급량 조정을 통해 가격을 회복할 수도 있지만 떨어진 가격이 시장확산의 기회가 될 것이라 는 판단아래 공급량 조절보다 관련 설비 확충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안남성 한양대 교수는 “태양광, ESS 설비 보급과 가격 하락이 지수함수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안 교수는 “이미 유럽이나 미국에선 풍력 발전단가가 화석연료를 넘어서고 있다”며 “태양광의 경우 내년이면 그리드 패러티에 도달할 것이라는 진단이 해외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드 패러티'는 태양광 발전단가가 화석연료 발전단가와 같아져 경제성을 확보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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