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디아지오 코리아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경기침체에 따른 사회 분위기 변화와 달라진 직장 내 회식 문화 등의 영향으로 위스키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한국은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손꼽히는 '음주 대국'이었으나 최근에는 중하위권에 머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 284만 상자(1상자는 500㎖×18병)로 정점을 찍었던 국내 위스키 판매량은 지난해에는 167만 상자까지 떨어지면서 8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9일 한국주류수입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위스키 전체 판매량은 37만1634상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3% 감소했다.

특히 디아지오코리아의 '원저',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임페리얼', 롯데주류의 '스카치블루' 등 과거 국내 위스키 시장의 빅3로 꼽히던 브랜드는 모두 판매량이 감소했다. 가장 감소폭이 큰 브랜드는 '스카치블루'로 전년 동기 대비 13.4%나 감소했다. 이어 '윈저'가 11.1%, '임페리얼'이 7.6% 감소했다.

프랑스계 다국적 위스키 업체로 임페리얼, 발렌타인 등을 생산하는 페르노리카는 1992년 국내 시장 진출 이후 25년간 디아지오와 1, 2위를 차지했지만 저도주로 위스키 시장에 상륙한 골든블루에게 밀린 상태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업체들은 최근 떠오르는 1인가구에 주목해 용량을 줄였다.

롯데주류는 지난해 불필요한 포장재를 최소화해 출고가를 1만 원대로 낮춘 500㎖ 용량의 ‘스카치블루 킹’을 내놨다. ‘조니워커 레드’ 200㎖ 사이즈는 편의점 기준으로 9000원대에 판매되며 조니워커 블랙과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제임슨’도 200㎖를 각각 1만6000원, 1만3000원에 출시됐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영국 국민 위스키로 유명한 스카치 위스키 ‘벨즈’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700㎖ 1병당 대형마트 기준 소비자가격이 1만3000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저도주가 국내 위스키시장 점유율을 40%나 차지하면서 기존 위스키 시장은 침체됐지만 저도주와 소용량 제품 시장은 계속해서 확대되는 추세다.

이에 위스키를 소용량으로 판매하는 바도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전국에 약 250여개의 전문 위스키 바가 운영되고 있다. 입장료 2만원을 내면 싱글몰트, 위스키 등 300여개 종류의 주류를 기존 바의 절반 수준 가격인 4000원~1만원대에 즐길 수 있다. 세계맥주 전문점처럼 외부에서 안주 등 음식을 주문해서 먹을 수 있다.

페르노리카는 프리미엄 제품과 가성비를 높인 제품을 동시에 선보이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페르노리카 코리아 스카치 위스키 브랜드 '로얄 살루트'는 부산 파라다이스 시티에 브랜드의 가치를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는 '로얄 살루트 : 더 볼트(Royal Salute : The Vault)' 라운지를 오픈했다.

로얄 살루트 위스키를 실제로 음용할 수 있는 VIP 라운지는 사전 예약을 통해 하루에 오직 한 그룹만 이용할 수 있다. 실제 영국 왕세자의 임관식에서 왕족들에 의해 사용된 의자를 포함해 암체어, 전등, 그림 등 영국에서 공수한 아이템들로 꾸며졌다.

위스키 회사가 생존을 위해 다른 주종의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5위 위스키 업체인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는 최근 소주 시장 진출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윌리엄그랜트선즈코리아는 최근 글로벌 본사로부터 소주 제조업 진출을 승인받고 인수 업체를 찾고 있다. 골든블루의 경우 발효주 천년약속에 이어 맥주까지 더해 종합 주류회사로의 도약이 목표다.

골든블루 관계자는 "일단 위스키 시장에서 저도주의 저력을 확인한 상황"이라며 "계속해서 2030 젊은 세대에 어필할 수 있는 제품들로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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