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불공정 관행 제동… 재벌 지배구조 개선 박차

공정위 강화… 입법 필요 공약 많아 여야 협치 주목

5·9 '장미선거'를 통해 선출된 문재인 대통령이 향후 5년간 '대한민국호'를 이끌게 됐습니다. 침체된 경제, 꽉막힌 대북 정책, 미·중·일 등 주변국과의 얽히고 설킨 관계 등 산적한 현안들을 풀어줄 해결사로 온 국민은 문재인 정부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데일리한국은 5월 25일 창간 3주년을 맞이해 [기업이 뛰면 대한민국이 춤춘다] 기획을 마련, 문재인 정부의 기업정책과 함께 산업계와 금융·바이오제약·IT분야의 주요 이슈 등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문재인 대통령. 사진=데일리한국 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경제민주화를 내건 문재인 정부의 기업 정책 중 큰 흐름은 재벌 개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기간 밝힌 공약집에서도 재벌·대기업에 대한 고강도 개혁을 예고한 데 이어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이 참여한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팀의 위용만 봐도 재벌 개혁 추진에 대한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의 기업 공약 상당수가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회와의 협치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문 대통령의 재벌개혁 관련 공약을 살펴보면 우선 기업의 불공정 관행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 중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막기 위해 검찰과 경찰, 공정위, 국제청 등을 포함한 범정부 차원에서 기업에 대한 강제 조사권과 수사권을 동원할 수 있는 을지로위원회(가칭) 신설을 약속,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갑질 횡포를 막겠다고 천명했다.

재벌 지배구조 개혁의 일환으로 모기업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이사를 뽑을 때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집중투표제 의무화, 지주회사 전환시 자사주의결권 불허,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 처리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재벌 대기업의 금융계열사 지배 규제도 강화한다. 현재 상장사는 지분 20%, 비상자사는 40%를 보유해야 하는 자회사 지분을 각각 30%와 50%로 올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산업자본의 금융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 제한도 강화해 대기업 총수 일가의 손쉬운 경영 승계나 지배력 남용 등에 제동을 걸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과 역할도 대폭 강화된다. 문 대통령은 특정 그룹의 불공정 거래를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공정위 조사국을 부활시켜 재계 순위 수위권 기업들에 대한 부당행위를 감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총수 일가가 지분 30%이상을 보유한 상장사나 20%이상을 보유한 비상장사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주거나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하는 행위에 대한 규제와 처벌도 강화한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제도 도입할 방침이다.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해 지정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어서 대기업들의 우려가 적지 않은 제도다. 또 복합쇼핑몰에 대해 현재 대형마트와 동일한 수준의 영업시간 제한을 적용하겠다는 공약도 추진된다.

법인세 인상도 예상된다. 일단 문재인정부는 소득세 최고세율 조정, 상속·증여세 공제 축소, 영업이익이 많은 기업에 대한 실효세율 상향 등을 추진할 방침이지만 재원조달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현재 법인세 최고세율 22%를 상향조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또한 일자리 관련 공약도 현정부 최우선 순위로 추진하고 있다. 비정규직 차별법 제정를 비롯해 대기업의 청년 고용의무 할당제 적용 방안도 내세웠다. 모두 대기업으로서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재벌개혁 공약들 가운데 행정부 권한 내에서 가능한 것부터 차례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을지로위원회 신설이나 공정위 조사국 부활 등은 비입법 사안으로 비교적 조속히 착수할 수 있는 사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국회의 도움 없이는 법안 통과가 불가능한 공약들은 난관이 예상된다. 재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의 경우 다중대표소송제와 전자 투표제에는 여야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지만 집중투표제 등에서는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대기업의 지주사 전환 요건 강화 등을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경우도 여야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지주사로 전환하려는 기업들의 반발이 각 당에 어떻게 작용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전속고발권 폐지를 놓고도 각 정당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국회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자칫 야당의 반대를 넘지 못하고 기업 공약들이 국회 입법 과정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해 전 정권의 실패를 답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어느 때보다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27일까지 열리는 6월 임시국회가 주목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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