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뇌물죄 성립 여부에 대해 증인·증거 아직 못찾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중용과 관련한 청와대 의중과 여론추이 등 변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데일리한국 이정우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공판이 시작된 지 한달 보름이 지났다.

4월7일 이 부회장의 1차 공판부터 5월19일 16차 공판 과정에서 특검의 주장을 뒷받침해 줄 일부 증인들의 진술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의 뇌물죄 혐의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런 여러 상황을 종합해보면 특검 측이 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다만 변수는 있다. 이 부회장의 구속기간이 8월말까지로 아직까지 3개월 이상 남아있는 데다 특검팀에서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 검사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중용되면서 긴장감이 높아졌다. 윤 지검장의 인사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추가 수사와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법조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공판이 16차례 열린 가운데 특검 측 증인의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6차 공판에서 윤석근 일성신약 부회장은 "삼성 측 인사와 만난 자리에서 승계와 상속이란 단어가 나온 것은 맞지만 경영권 언급은 되지 않은 것 같다"며 "미래전략실이 주도적으로 움직인다고 (삼성 측이) 말한 것은 아니다"라고 증언했다.

윤석근 부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조서와 다른 진술 내용으로 변호인단과 재판부의 혼란을 일으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윤 부회장은 그동안 공개된 특검 진술조서를 통해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과 2015년 7월13일 만난 자리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있어 중요하다고 말했다"거나 “양사 합병에 삼성 미래전략실이 주도돼 움직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부회장에 이어 박재홍 전 한국마사회 승마감독도 특검과 법정서 진술이 달라졌다. 박 전 감독은 마사회에서 감독 겸 선수 자격으로 독일에 파견돼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훈련을 지원한 인물이다.

박 전 감독은 특검에서 "(삼성이) 정유라만 지원하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구색을 맞추기 위해 다른 사람을 지원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는 지난 12일 열린 13차 공판에서 "(구색 맞추기라는) 말을 할 이유가 없다"며 "(삼성이) 구색을 맞추기 위해 그 많은 비용을 들여 선수들을 지원하겠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재계 일각에선 분위기가 일단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여러 가지 변수가 상존해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윤덕균 한양대 교수(산업공학과)는 “지금까지 이 부회장의 뇌물죄를 성립시키기 위한 증인이나 증거를 찾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윤석열 검사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만큼 청와대가 이번 사건을 추스르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어떻게 상황이 흘러갈 지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재판에서 이 부회장의 유죄를 입증할 증거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정치와 여론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윤 지검장 임명은 최순실 사태에 대해 엉거주춤하지 말라는 검찰의 메시지로 보인다”며 “하지만 정치적인 변수도 무시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과)는 “지난 2월 17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 삼성의 M&A(인수합병)와 투자가 멈춰섰고, 의사결정이 차질을 빚게 돼 간접적으로 손해가 더 크다”며 “여론재판을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정유신 서강대 교수(경영학과)는 “이는 사실 민감한 문제라서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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