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가맹점 수수료율 0.3% 인하 공약···카드사 고심 깊어

카드업계 전체 수익 절반이 수수료 장사···높은 지지도·공약 이행률에 반대도 못해

중고 자동차 매매 사업·해외 시장 진출·종합 쇼핑몰 사업 등 새 먹거리 찾기 분주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9 '장미선거'를 통해 선출된 문재인 대통령이 향후 5년간 '한국호'를 이끌게 됐습니다.

침체된 경제, 꽉막힌 대북 정책, 미중일 등 주변국과의 얽히고 설킨 관계 등 산적한 현안들을 풀어줄 해결사로 온 국민은 문재인 정부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데일리한국은 5월 창간 3주년을 맞이해 [기업이 뛰면 대한민국이 춤춘다] 기획을 마련, 문재인 정부의 기업정책과 함께 산업계와 금융·바이오제약·IT분야의 주요 이슈 등을 살펴볼 계획입니다. <편집자 주>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공약을 내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카드업계는 난감한 입장에 빠졌다.

◇ 전체 카드사 수익 절반 차지하는 가맹점 수수료율 0.3% 인하 공약에 업계 ‘골머리’

문재인 대통령은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장기 불황을 타개하고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카드사들이 영세가맹점과 중소가맹점으로부터 거둬들이는 카드 수수료를 낮추도록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이번 대선에서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우선,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 받을 수 있는 영세·중소가맹점의 범위를 지금보다 확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영세가맹점의 경우, 매출 기준을 현재 연매출 2억원원에서 3원까지, 중소가맹의 매출액 기준은 기존 3억 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보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낮은 수수료율의 혜택을 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이 골자다.

수수료율도 현재보다 인하해 중소가맹점의 경우, 현재 1.3%에서 1.0%로 0.3% 낮추고, 0.8%의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는 영세가맹점의 수수료율도 낮춘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새 정부의 공약에 대해 카드사들은 난감해 하면서도 겉으로는 애써 태연한 척 표정관리를 하는 분위기다.

우선, 카드사 전체 수익에서 가맹점 수수료를 통해 얻는 수익이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절대적인 먹거리 시장인만큼 수수료 인하는 카드사 수익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지난해 7개 전업 카드사 수익의 49%가 가맹점 수수료를 통해 얻은 이익이었다. 만약 이번 공약대로 0.3%의 수수료율 인하가 이뤄지면 카드업계 전체적으로는 약 5500억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불거진 수수료율 인하 이슈에 대해 쉽사리 반대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 새 정부 개혁 드라이브 딴지 거는 모양새 ‘우려’···‘벙어리 냉가슴’만 앓아

우선, 후보 시절 공약 발표 이후 새 정부가 취임한 지 채 열흘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관련 정책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나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 나오지 않아 아직은 섣불리 입장을 밝히기 곤란한 상황이라는 점이 있다.

지난 4월말 열린 신한카드의 자동차 O2O 스마트 상거래 서비스인 '커넥티드 카 커머스' 파트너 컨퍼런스 설명회 모습.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카드업계의 큰 수익원인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카드사들은 자동차 금융 시장 등 새 먹거리 찾기에 매진하고 있다. 사진=신한카드 제공
실제로 수년째 부동의 업계 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카드사 수위업체인 신한카드의 한 관계자는 “수수료율 인하 문제는 아직 구체화됐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이에 대한 입장을 말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다만 정부 정책에 있어서 따를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따르겠다”는 다소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카드사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후보 시절 내놨던 공약이 하나씩 이행되는 것을 볼 때 대통령의 정책 수행 의지가 워낙 확고한 것 같다”며 “여기에 현 정부의 공약 수행에 대해 여론의 지지가 매우 높아 이에 대한 업계 목소리를 높일 경우 새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밥그릇 챙기기’라는 곱지 않을 시선을 받을까 걱정된다”고 실질적으로 카드업계가 처해진 어려움을 토로했다.

카드사들을 회원사로 두고 업계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여신금융협회는 한국갤럽 조사를 통해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해 각 가맹점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그리 크지 않은 반면, 카드업계가 입는 손실은 천문학적이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요율 인하는 이미 지난 19대 국회에서 한 차례 이뤄지면서 카드업계가 전체적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며 “가맹점 수수료율이 적정원가에 기반해 3년마다 재산정하게 돼 있는 만큼 차기 조정 시기인 2018년에 수수료율 산정이 이뤄지는 대원칙이 지켜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6년 1월부터 연매출 2억 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은 1.5%에서 0.8%로, 연매출 2억∼3억 원인 중소가맹점은 2.0%에서 1.3%로 각 0.7%씩 인하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전체 카드업계 수익도 크게 떨어져 8개 카드사의 순이익은 2014년 2조1426억원에서 지난해엔 1조7969억원으로 3457억원(19.2%) 감소했다.

또 다른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는 업계 사정을 잘 모르는 공무원이 책상에서 만들어낸 정책”이라며 “수수료 인하로 실제 가맹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거의 없는 반면, 수익성 악화로 결국 카드사들이 카드 서비스에 소극적이게 될 경우 그 피해는 결국 고객들이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 전통적인 수수료 장사 ‘탈피’···카드사 새 먹거리 시장 찾기 ‘활발’

한편, ‘수수료 수익 감소’라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카드사들은 수익성 확대를 위해 기존의 해오던 수수료 장사에서 벗어나 사업 다각화를 통한 다양한 수익 사업 모델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KB국민카드가 운영하는 생활 가전용품·자동차 렌탈 서비스인 ‘라이프샵 렌탈 서비스’. 사진=KB국민카드 제공

우선 1위 카드사인 신한카드는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자동차를 통한 스마트 상거래인 ‘커넥티드 카 커머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데 이어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O2O) 플랫폼을 통해 중고차 매매사업인 ‘신한카드 차투차’를 론칭했다.

커넥티드 카 커머스는 차량에 디지털 아이디를 부여해 차량을 결제 수단으로 만드는 스마트 결제 서비스다.

자동차에 결제 수단과 연동되는 디지털 아이디를 부여하고 이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차량 내부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연결해 주유와 주차, 드라이브 스루, 픽업 서비스 등에 자동 결제 서비스를 제공해 편리하게 O2O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신한카드 차투차’는 신한카드가 전용 홈페이지를 통해 직영서비스로 운영하는 중고차 매매 서비스로 전용 사이트에서 중고차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과 각 차량에 따라 최적화된 할인가를 적용하는 중고차 매매 서비스다.

삼성카드도 모바일·온라인 기반의 자동차 금융 서비스인 “다이렉트 오토”를 출시하고 자동차 먹거리 시장에 진출했다.

다이렉트 오토 전용 홈페이지에서는 자동차 금융 상품 신청과 24시간 365일 자동차 금융 한도 조회, 옵션별 차량 가격 비교가 가능하다.

특히, 자동차 구입 시 여러 단계를 거쳐 금융 상품을 소개받지 않고 옵션별 차량 가격 비교, 자동차 금융 한도 조회, 차량 견적 조회 등 각종 서비스와 자동차 금융 상품 선택을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다.

KB국민카드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미국 카드시장에 본격 진출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를 위해 KB국민카드는 지난달 말 미국 한인가맹점 대상 1위 매입사인 ‘UMS’와 합작법인 설립 등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향후 KB국민카드는 UMS와 함께 미국 현지 가맹점을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와 빅데이터 기반 컨설팅 사업 등을 공동 추진해 미국 현지에서 사업 보폭을 늘릴 계획이다.

또한, 이 회사는 이달 초 정수기 등 생활가전 용품과 자동차를 홈페이지 또는 모바일 앱을 통해 편리하게 장기 렌탈할 수 있는 ‘라이프샵 렌탈 서비스’도 이달 초 출시하는 등 가전용품·자동차 렌탈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우리카드는 전용 모바일 오픈마켓인 ‘위비마켓’을 오픈하고 종합 온라인 쇼핑몰 사업에 진출을 시도 중이다.

위비마켓에는 현재 우수 중소기업 500여개를 포함헤 1800여개 업체가 입점돼 있고, 약 70만종의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특히 기존 금융사들이 운영하는 쇼핑몰의 경우 자사 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한 폐쇄형이었던 반면 위비마켓은 누구나 접속해서 쇼핑할 수 있는 오픈형 쇼핑몰로 타사 카드로도 결제가 가능하도록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또한, 위비마켓에 금융몰에 예금·적금·대출·외환·보험·카드 등 다양한 상품을 구비해 쇼핑몰 고객이 은행 방문 없이도 금융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금융회사 본연의 임무도 쇼핑몰 안에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카드가 론칭한 종합 온라인 쇼핑몰인 ‘위비마켓’. 사진=우리카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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