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해상풍력으로 글로벌 시장 ‘정조준’

서남해상풍력발전단지에 설치되는 해상변전소 조감도. 해상변전소는 현대스틸산업이 진행한다. 기술확보와 노하우를 축적해 수출하겠다는 서남해상풍력발전단지의 의지와 꿈이 담겨 있다. 그림=현대스틸산업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4월 착공한 서남해상풍력발전단지가 큰 꿈을 꾸고 있다. 4월 착공한 서남해상풍력발전단지가 큰 꿈을 꾸고 있다. 단지 꿈이 아니라 조만간 현실화된다는 점에서 특히 이목을 끈다.

수심이 얕은데다가 지형이 펄인 특성이 대서양 연안과 달라 여건에 맞는 기술만 축적하면 유럽-미주 해상풍력발전단지 기업과 얼마든지 경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남해상풍력발전단지 참여 기업과 연구기관들은 벌써부터 베트남, 태국 등 대규모 하구가 인접한 바닷가에 한국형 해상풍력을 수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서남해상풍력발전단지엔 사업을 주도하는 한국해상풍력은 물론 두산중공업, 현대건설, 현대스틸산업, 포스코 등 민간 기업과 한전과 같은 공기업, 전기연구원, 한전 전력연구원, 국민대, 원광대 등 대학과 연구기관이 두루 참여하고 있다.

터빈, 풍력탑, 하부구조물, 케이블 연결 등 제각각의 전문분야에서 한국 지형에 걸맞은 해상풍력발전단지 기술을 개발하며 고유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대표적인 예가 두산중공업, 현대건설, 현대스틸산업, 포스코, 한전 전력연구원, 전기연구원이다.

두산중공업은 기초구조물 설계, 터빈 제작 공급을 맡고 있다. 이 가운데 터빈 제작 공급 분야에선 단연 독보적이다.

두산중공업은 서남해상풍력에 두 종류의 풍력터빈 20기를 공급하는데 이 중 17기가 신형이다. 신형 풍력터빈 WinDS 3000/134는 규격이 3MW로 구형인 WinDS 3000/100과 같지만 로터직경이 134m, 블레이드 65.5m로 구형보다 각각 34m, 17.5m 길다. 블레이드도 구형과 달리 탄소섬유로 제작해 저풍속 지역에 적합하게 만들었다.

한국 서해의 평균 풍속이 초당 7m이고 낮을 땐 4~5m인점을 감안한다면 풍력발전기의 출력을 높이는 일은 경제성 확보와 직결된다. 두산중공업은 한국 최초로 3MW급 해상풍력발전기 개발이라는 공적에 안주하지 않고 저풍속형 해상풍력발전기 개발이라는 혁신을 이뤄냈다.

변철진 두산중공업 사업부장은 “서남해상풍력 실증단지에 설치하는 총 20개의 풍력터빈 중 17기가 로터직경이 134m이다. 17기 전량이 탄소섬유로 제작한 블레이드를 부착하고 있어 풍속이 유럽보다 낮은 서해에서 풍력터빈 이용율이 40% 가량 향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혁신은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을 제작하는 포스코와 한전 전력연구원에서, 전기연구원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이 가운데 포스코와 한전 전력연구원은 하부 구조물을 설치하는 역할을 진행한다. 각각 자켓 방식, 한전 전력연구원은 석션 버켓 방식의 하부 구조물을 선뵀다.

포스코가 내놓은 자켓 방식은 전세계 시장의 15%를 차지하고 있어 얼핏 보면 새로운 것이 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자켓 방식 구조물이 대서양 등 수심이 깊고 지반이 단단한 곳에 설치돼 있다. 미국과 유럽 기업이 주도해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설치한 곳의 지형이 대부분 그같은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해는 유럽이나 미국의 해저면과는 다르다. 15~20m 정도로 수심이 얕은데다 지반도 무른 특성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수심이 얕고 지반이 무른 곳에 설치된 해상풍력발전기는 진동에 취약하다. 따라서 얕은 바다에서도 안정성을 확보한 자켓이 필요하다.

포스코는 ‘천해용 해상풍력 서브스트럭쳐 개발 연구단’단을 꾸려 문제 해결에 도전했다. 서해에 지형에 맞도록 자켓 레그를 경사진 모양에서 수직으로 설계했다. 레그와 레그를 지탱하는 엑스 브레이스도 대폭 개선했다.

두 개의 브레이스 중 하나를 제거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서해의 얕은 바다에 설치된 풍력발전기의 공진 가능성을 줄이고 부재수도 줄였다. 부재수도 줄어드니 당연히 용접수도 줄어들었다. 이는 인건비 절감으로 이어졌다.

더불어 트랜지션 피이스(transition piece)도 단순화했다. 트랜지션 피이스는 풍력탑과 자켓 등 하부구조물을 잇는 접합부다. 이 부분에 풍력발전기의 스트레스가 집중돼 있다. 풍력터빈의 블레이드가 돌아가면 풍력발전기 전체가 흔들거릴 수 밖에 없다. 이 때 발생하는 진동은 풍력탑을 따라 고스란히 풍력 하부구조물로 전달된다. 당연히 풍력 하부구조물과 풍력탑을 잇는 트랜지션 피이스에 스트레스(응력)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포스코는 트랜지션 피이스의 두께를 늘이고 최적화 프로그램을 통해 경제성과 성능을 모두 만족시키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설계수명이 17% 증가해 30년으로 늘어났고 사용되는 강재 무게(강중)도 12.4% 정도 줄어들였다.

구조가 단순해졌으니 부품수와 용접수도 덩달아 줄어 경제성이 확보됐다. 주목할 것은 포스코의 트랜지션 피이스를 제작할 때 고강도 특수강이 아닌 일반강을 사용하는데도 경제성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포스코가 제시한 하부구조물 제작~설치 비용은 46억원 선이다. 트랜지션 피이스와 자켓, 파일을 제작해 해상에 설치하는 비용이 46억원에 불과하다. 종전 가격이 60억~70억원 선인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비용이 아닐 수 없다.

이대용 포스코 책임연구원은 “포스코가 천해용 자켓을 개발해 설치비가 기존 시장 대비 10억원 가량 줄어들었다. 기술이 축적되다보니 금액이 자꾸 내려간다. 대규모로 설치하면 한기당 40억원대 초반으로 내려갈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전 전력연구원이 제안한 석션버켓 방식의 하부구조물도 경제성 확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공기도 혁신적으로 단축된다.

한전 전력연구원은 2013년에 이미 석션 트라이포드 하부구조물 위에 기상탑을 군산시 옥도면 해상에 세웠다. 이후 군산항 앞바다에 풍력터빈을 올린 석션버킷 하부구조물을 설치했다. 트라이포드는 ‘삼발이’이다. 삼발이 석션버켓 방식의 하부구조물은 전세계에서 한전 전력연구원이 처음으로 설치한다. 기둥이 하나인 모노파일 형식의 석션 구조물은 이미 유럽 기업이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무성 한전 전력연구원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석션버켓 방식의 하부구조물을 개발해 설치비가 종전 50억원에서 4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공사에 필요한 시간도 실질적으로 하루면 충분하다.

유 책임연구원은 “대형 강관 파일을 해저면에 올려놓고 파일 상부에서 물을 뽑아낸다. 그러면 내부 압력이 낮아지는데 외부 수압과의 압력차와 구조물 중량으로 고정된다. 펄뿐 아니라 모든 서남해 지반에 설치 가능하다. 수압으로 설치하기 때문에 실제로 하루면 된다. 비용도 30%에서 절감된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전기연구원은 20기의 풍력발전기 사이사이를 잇는 전력망(내부망) 연구개발사업을 총괄하며 혁신을 이뤘다.

서해 해저면은 펄 지형으로 조금만 움직여도 펄이 일어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 이러한 여건을 극복하는 것이 전기연구원의 과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연구원을 비롯해 국민대, 원광대, 한전 전기연구원, 한국선급, 한국해상풍력, 중소기업 비전플러스 등 7개 기관이 참여했다.

김효섭 국민대 교수팀은 해저면 케이블의 세굴방지 기술을 개발 중이다. 정신택 원광대 교수팀은 서해 해저의 조류나 파랑 등 해양환경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 중이다. 비전플러스는 원격 측정기나 센서를 설치하고 운영한다. 한국선급은 해상풍력 인증을, 한전 전력연구원은 내부망 운영, 한국해상풍력은 해저망 인수와 운영책임을 맡는다. 이들이 쌓은 데이터는 한국 서해 해저지형만의 것이기 때문에 향후 서해와 유사한 지역에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는 사업 수준에 유리할 전망이다.

류희석 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처음엔 멋모르고 달려들었다. 진행을 하다보니 한국 서해만의 특징적인 부분이 보이고 기술과 노하우를 확보하면 유럽 기업과 경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래서 업체들에게 힘들더라도 같이 가자고 독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남해상풍력발전단지 사업을 설명하며 현대스틸산업이 진행하는 해상변전소 건설 사업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서해는 해상변전소가 필요없다. 가까운 위도에 설치하면 된다.

하지만 해상변전소 기술을 포기하면 해외 수출에 상당한 지장이 불가피하다. 해외에선 대부분 먼 바다에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설치하기 때문에 해상변전소가 필수적이다. 요컨대 해상변전소는 서남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이 수출을 정조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온전한 증거다.

현대스틸산업이 진행하는 해상변전소 사업은 국내 최초다. 현대스틸은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로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현대기아차그룹 소속 건설그룹에 속한다.

현대스틸산업은 해상변전소 구조물을 육상에서 제작해 시험가동까지 다 끝냈다. 직접 제작한 구조물에 해상변전소 구조물을 올린다. 해상변전소는 4층 구조다. 1층에 에세스(access) 데크가 설치되고 2층에 셀라 데크를 설치해 주거공간을 마련했다. 3층엔 변전설비가 들어가는 메인데크가 있고 그위에 지붕 역할을 하는 루프 데크가 얹어진다.

해상변전소의 상부구조물 무게는 2000톤에 이른다. 따라서 하부구조물 제작도 중요하다. 현대스틸산업은 가로세로 각각 20m 길이의 하부구조물을 제작했다.

박용섭 현대스틸산업 소장은 “현대스틸의 장점 자체 부두가 있다. 육상에서 일식으로 해상변전소를 작업해 전용부두에서 하부구조물 설치 장소로 옮겼다. 시공비 등을 합하면 100억원대 사업"이라며 "한전에서 제공한 변전설비 등을 포함하면 200억원대 사업이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서남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을 맡았다. 4500억원에 이르는 서남해상풍력발전단지 사업 중 현대건설이 수행 중인 사업이 절반이상 차지한다.

현대건설은 서남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에 자부심이 대단하다.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센터는 화석연료 방식의 발전이 아닌 친환경 에너지원을 사용하며 기존 육상풍력단지의 산림훼손, 대단지화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 현대건설은 현재 걸음마 단계인 국내 해상풍력산업을 본 실증단지 사업의 성공을 통해 미래 친환경 발전산업의 원동력으로 삼아 국내 풍력발전 관련 유관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

김현일 현대건설 공무부장은 “이번 실증단지 건설공사 완공후 해상풍력의 효율성을 증명해 건설공사를 통해 얻은 시공 노하우를 유관 기업과 기관과 공유하겠다"면서 "해외 풍력발전단지 신시장을 적극 개척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포스코가 재설계한 천해용 자켓 하부구조물. 수심이 얕고 바닥이 무른 서해에 맞게 재설계됐다. 수명이 17% 늘었고 강재사용도 12.4% 줄었다. 경제성도 확보해 하부구조물 제작~설치까지 46억원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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