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명령만으로 송금 가능한 AI뱅킹시대 활짝 열려

24시간 고객 맞이하는 ‘챗봇’에 텍스트뱅킹도 등장

사진=각 사 제공
[데일리한국 조진수 기자] 인류는 늘 더 빠르고 더 편리한 것을 갈망해왔다. 이런 습성이 있었기에 인류가 발전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떤 것이 종전에 비해 더 빨라졌다고 한다면 그것은 해당 업무의 효율성이 향상됐음을 의미한다. 편리성 제고는 절차의 간소화가 이루어지거나 사용자가 처리해야 할 프로세스를 다른 요소가 대신 수행하게 된 것을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공지능(AI)의 발달은 속도와 편리성 양 측면 모두에 도움이 된다.

인체 항상성 유지부터 지각·감각 및 사고까지 다중 프로세스를 끊임없이 처리해야 하는 인간의 뇌와 달리, 인공지능은 정해진 알고리즘에 따라 주어진 정보만 처리하면 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효율성 증대로 이어지며, 인간 기술력의 진화는 그 효율성 증대를 증폭시킨다.

또 인공지능 자체가 인간이 할 일을 대신 하기 위해 개발된 것임을 상기하면, 인공지능은 그 존재만으로 편리함이 된다. 인공지능이야말로 기술 진화의 정수이자 표본인 것이다.

문자 그대로의 의미를 넘어선 수준의 ‘기술적 진보’를 상징하는 인공지능이 은행권에 바람을 몰고오리라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오히려 인공지능 기술 발전의 목적성 중 하나가 은행권에 변화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은행은 불어오는 AI라는 순풍에 맞게 돛을 펼친다. 인공지능의 바람은 잘 이용하면 날개가 되지만 역행하면 장애물이 된다는 사실을 미리 깨달은 것이다.

이 흐름에 가장 적극적이고 기민하게 대처한 것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말 한마디로 천냥 빚 갚는’ 세상이 아니라 ‘말 한마디로 천냥 송금하는’ 시대를 활짝 열었다.

우리은행이 출시한 ‘소리(SORi)’는 간단한 음성명령만으로 일부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돕는다. 연락처에 저장된 대상을 지목해 음성으로 송금 요청을 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착각해선 안되는 두 가지는 첫 번째, 사용자가 미리 계좌정보를 등록한 경우에 한해서만 가능하다는 점과 두 번째, 받은 음성명령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가능하나 아직 음성명령을 실행하는 화자를 인식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SORi를 이용해 ‘아빠’에게 10만원을 송금하고자 한다면 사용자는 “아빠에게 10만원 보내줘”라고 명령하면 된다. 하지만 그 돈이 실제 송금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공인인증서를 통해 인증을 받거나 지문인증이 필요하다. 또 계좌의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같은 명령을 실행해도 같은 송금 결과를 얻는다는 뜻이다.

KEB하나은행의 텍스트뱅킹은 우리은행 SORi의 문자메시지 버전이라 이해하면 쉽다. 같은 프로세스를 진행하다가 음성명령이 아닌 문자메시지로 “아빠에게 10만원 보내줘”라고 전송하면 되는 것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과 AI 기술이 접목된 사례는 뱅킹 서비스 혁신 이외에도 여럿 존재한다.

NH농협은행의 ‘금융 봇’과 신한은행 ‘상담 봇’ 등 챗봇은 기존 고객상담 텔레마케터(TM)가 하던 업무를 대신해준다. 소비자는 해당 금융사의 영업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인공지능 상담사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다. 고객은 시간의 제약을 벗어나 답변을 받아서 좋고, 금융사는 고객 단순응대 건에 투자되는 자원을 절약할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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