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포브스, 로이터 등 외신 보도…UAE원전 규제기관의 운행 승인못받아

한전-UAE 합작 '나라', UAE원자력규제청 'FANR' 운행면허 취득 못해서

한국이 UAE에 수출한 원전 APR 1400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한국이 UAE에 수출한 원전의 가동이 연기됐다. 연기 사유는 UAE원전 규제기관의 운행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당 모델이 한국이 처음 수출한 반응로이고, 가동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이어서 한국의 원전 수출에 암운이 드리워지게 됐다.

9일 포브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한국이 UAE에 수출한 원전 APR1400의 가동이 적어도 수개월 연기됐다. APR1400은 신고리 원전 3호기와 동일한 기종으로 2013년 처음 운행을 시작해 2016년말부터 상업운전에 돌입한 모델이다. 한국이 처음 수출한 국산원전 반응로(reactor)여서 세간의 관심이 컸다.

운행이 연기된 이유는 한전과 UAE의 합작회사인 나라(Narah)가 UAE의 원자력규제청(FANR)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라측은 원전 건설을 완료하고 연료를 주입하기 전 FANR에 신청한 운행면허가 발급되기를 기다렸다. 운행면허만 발급되면 APR1400은 바로 가동 가능한 상황이었다.

2013년 APR1400를 설치해 처음 운행한 신고리 3호기는 지정된 원전 케이블이 사용되지 않아 상업운전이 2년 정도 미뤄진 적이 있다. APR1400은 2016년 1월 초기임계(initial criticality)를 달성했다.

첫 임계 달성 이후 상업운전까지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임계는 핵분열반응이 일정 수준 유지되는 것을 말한다. 2016년 말에야 상업운전이 가능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APR 1400이 한국에서 실증을 거쳤기 때문에 UAE 바라카에선 사업 수행에 장애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이번에 FANR가 운행허가를 내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한국 최초의 수출 원전인 UAE 바라카 APR 1400의 가동이 최소 수개월 연기됐다.

한국 원자력업계는 UAE 바라카 원전이 성공적으로 가동되면 이를 기반으로 동구권과 아프리카에서 추진해온 한국형 원전 수출에 힘을 보탤 예정이었다.

특히 새로 선출된 대통령 참석 하에 완공식을 성대히 개최해 원전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탈핵 운동을 불식시킬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이번 원전 운행 연기로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팀장은 “최근 기후변화대응에 소외됐다고 생각한 한국 원자력업계가 UAE 바라카 원전의 성공적인 가동을 소생의 기회로 삼았는데 수포로 돌아갔다”며 “포브스,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이 이러한 사실을 타전하고 있어 한국 원전 수출에 먹구름이 낀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APR1400은 100만 킬로와트급 한국형 표준원자로인 OPR1000에 이어, 2002년 개발에 성공한 전기출력 140만 킬로와트급(1400 MWe) 한국형 신형 경수로이다.

APR1400 개발은 한국의 독자적인 기술로 10년에 걸쳐 수행됐으며, 한국수력원자력(주), 한국전력기술(주), 한국원자력연구원, 두산중공업(주) 등 산·학·연의 연인원 2300여 명이 참가했고, 약 2350억 원의 개발비가 투입됐다. 2007년 착공한 신고리 3·4호기에 처음 적용됐다. 한국이 수출한 원전 1호기이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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