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삼성 노조의 실태

삼성엔지니어링 노조, 1차 목표는 세자릿수 노조원 확보

삼성웰스토리 노조 ‘세확장’ 눈길 … 사측 모니터링 지속

오는 10일이면 이건희 삼성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지 3년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지 80여일이 된다. `오비이락`인지 공교롭게도 이 부회장이 지난 2월17일 구속된 후 삼성엔지니어링에 이어 삼성웰스토리에 노동조합이 잇달아 설립됐다. 그동안은 삼성 내 노조가 설립되더라도 회사의 외압 등으로 초창기에 무너지는 일이 많았다. 삼성에버랜드에 2011년 노조가 생겼지만, 설립 직후 조장희 부위원장이 부당해고를 당한 사례도 있다. 더욱이 삼성은 페이퍼 노조를 만들거나 노조원을 회유하는 방식으로 창사 이래 76년 동안 ‘무노조 경영’을 고집해 왔다. 하지만 재벌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커지고 있고 이 부회장이 구속된 마당에 과거와 같이 노조에 대해 ‘강경모드’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에 본지는 삼성 노조의 실태와 전망에 대해 상·하로 나눠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데일리한국 이정우 기자]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2월 구속된 후 삼성에는 2개의 노조가 잇달아 출범했다. 3월 삼성엔지니어링 노조에 이어 4월 삼성웰스토리 노조가 출범한 것이다. 이로써 삼성 계열사 노조는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증권, 삼성생명, 삼성전자서비스(협력업체)를 포함해 총 7곳으로 늘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잇따른 노조 출범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2014년 테크윈·탈레스·토탈·종합화학 계열사 4곳을 한화그룹으로 매각한 데 이어 2015년 SDI 케미칼 사업부와 정밀화학, BP화학을 롯데그룹에 파는 등 구조조정이 잇따르자 고용안정 등을 위해 삼성내에서 노조 설립 목소리가 점차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같은 노조 설립 움직임은 조기대선에 따른 새정부 출범과 사실상의 최고경영자(CEO) '공백' 등과도 무관치 않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노조, 적절한 노조원 확보까지 신분노출 안해"

삼성엔지니어링 노조와 건설기업노조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 노조는 지난 3월13일 창립총회를 열고 이틀 뒤인 15일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건설기업노조 중앙위원회 지부 인준을 받았다.

누적식 성과연봉제(누적연봉제)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노조 결성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삼성엔지니어링이 누적연봉제를 도입해 고성과자와 저성과자 간 임금 격차가 확대되는 등 사내 불만이 고조된 것이 노조 설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건설기업노조 측의 전언이다.

삼성엔지니링 노조는 출범 당시 2명으로 시작했으며, 1차 목표는 세자릿수 노조원이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2016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직원 수는 5212명이다. 2016년 12월 31일 현재 재직중인 인원 기준이며, 현장 채용직은 제외한 수치다.

삼성엔지니어링 노조는 온라인 카페 커뮤니티와 사내 ‘블라인드’ 앱을 통해 노조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블라인드 앱에 노조 관련 글을 올리면 얼마 후 해당 글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노조 측은 다수가 특정 글에 대해 신고 시 삭제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삼성 인사팀이 이같은 일에 개입한 것은 아닌지 내심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노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삼성 측의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행정학과)는 “노조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삼성이 대놓고 반대하거나 탄압하기 힘드니까 보이지 않게 간접적으로 방해할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삼성엔지니어링 측은 억측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블라인드 앱 운영규칙에 따라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인사팀 개입 같은 그런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블라인드 앱은 명예훼손 등의 문제에 관련 신고기능과 징계정책을 마련해놓고 있다. 특정 글을 신고했다고 해서 무조건 삭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수 대비 '좋아요'와 '신고수', 댓글 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며, 계속 신고가 되는 사용자는 일정 기간 글을 쓸 수 없도록 하는 등의 징계도 내릴 수 있다.

정준영 블라인드 대표는 "다수 직원의 해사 행위에 대해서는 상호견제 및 자정작용이 작동하고 있다"며 "신고를 당한 글은 게시판에서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블라인드를 사용한다는 한 대기업 직원은 “글을 올리면 여러 명이 신고할 경우 삭제되는 걸로 알고 있다”며 “글이 삭제된 후 같은 내용의 글을 다시 올리는 경우도 수차례 봤다”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 노조가 출범한 지 두달이 다 돼 가지만 아직까지 노조원은 크게 늘지는 않았다고 한다.

노조는 현재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블라인드 앱을 통해 노조원을 모집하다보니 어려움이 많아 다른 대안도 찾고 있다. 노조는 신분 노출을 우려해 사무실도 따로 없다.

신분노출 꺼리는 이유는 다른 삼성 계열사에서 노조가 만들어졌을 때 삼성 대응 방식은 바로 해고로 이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 가입 문의는 계속 오고 있고 점차 노조원도 늘고 있다“며 ”적절한 조합원 숫자가 확보되기 전까지는 신분노출은 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기업노조 관계자는 “차후 삼성엔지니어링 조합원이 많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신분 노출을 각오하고서라도 단체협상을 요구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측이 노조원 신상을 파악할 수도 있다. 만약 해고조치가 취해지면 법적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노조 설립 관련 노조 측이 사측에 따로 통보를 하지 않았다”며 “지켜보고 있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삼성웰스토리 노조, 밴드·유선전화 통해 노조원 가입 문의 늘어

삼성엔지니어링 노조에 이어 삼성웰스토리 노조도 세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삼성웰스토리 노동자들은 지난달 6일 금속노조 경기지부 대회의실에서 설립총회를 갖고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웰스토리지회를 출범했다. 지회 설립에 참여한 조합원은 4명이다.

이들은 “노동조합이 있었다면 회사의 부당한 대우 중 많은 부분이 해결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앞으로 노조는 법이 보장하는 권리와 정당한 요구를 전달할 노동자들의 통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웰스토리는 삼성물산이 100% 지분을 소유한 자회사로 국내 급식업계 1위이다. 삼성웰스토리는 2013년 말 별도법인으로 된 이후 직원의 근로환경과 복지가 열악해졌다고 한다.

윤욱동 금속노조 경기지부 사무국장은 “삼성웰스토리의 경우 2013년 당시 삼성에버랜드에서 별도로 분리된 후 근로조건과 복지가 후퇴하고 고용도 불안해지면서 내부에서 불만이 상당하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삼성웰스토리 노조가 설립된 지 한달여만에 조합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윤 사무국장은 ”밴드, 유선전화 등을 통해서 가입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삼성웰스토리의 2016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임직원 수는 총 6809명이다. 본사가 경기도에 있는 만큼 해당 지역 노조원이 어느정도 갖춰지면 전국적으로 원활하게 노조원 모집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노조 측은 내다보고 있다.

노조원 가입 등에 대한 삼성 측의 모니터링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사무국장은 “노조 가입 문의를 했거나 SNS상에서 노조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는 직원에 대해 삼성이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만약 삼성 측에서 노조에 대한 탄압이 들어가면 지부 차원에서 액션(법적조치)이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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