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션버켓으로 해상풍력 소음 진동 옛말, 수출 위해 해상변전소도 건설

정익중 한해풍 사업본부장 "한국 정보통신기술로 해상풍력 진일보할 것"

북해의 독일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설치된 해상풍력발전소와 해상변전소. 서남해상풍력단지도 수출에 대비한 실증 사업을 시작했다. 사진=Renewable Technology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계획된 지 7년 만인 올해 4월 착공된 서남해상풍력단지에는 당연히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소음, 진동이 거의 없다.

알고 보니 풍력탑을 해저 지반에 고정시킬 때 고도의 소음방지 신기술을 두루 적용했기 때문이다. 서남해상풍력단지에 적용된 신기술은 이외에도 더 있다. 탄소섬유 블레이드, 정보통신기술을 적극 활용한 통합운전시스템과 통합감시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모두 한국 기술자들의 피와 땀이 담긴 소중한 결과물들이다.

“저 멀리 수평선에 크레인이 보이는데 전혀 소리가 없네!” 부안군 주민 김모씨는 고개를 가우뚱했다. 서남해상풍력사업을 반대해온 주민들은 당장이라도 해상풍력사업이 부안군과 어민들에게 해가 될 듯 겁을 주곤했지만 막상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한국해상풍력 관계자는 8일 “앞으로도 해상풍력발전단지 공사로 인한 소음과 진동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공사 현장이 부안군 해안가에서 10km 떨어져 있는데다가 신기술이 적용돼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4월 서남해상풍력발전단지를 착공했다. 실증-시범-확산 등 3단계로 나눠 진행되는 사업의 첫 막이 올랐다. 실증단계엔 4570억원을 들여 60MW의 풍력발전시설을 설치한다.

실증단계는 2조원을 들여 400MW를 설치하는 시범단계, 10조원을 들여 2000MW을 설치하는 확산단계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가장 중요하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속담이 있듯 주요한 국책 연구과제가 수행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탄소섬유 블레이드를 이용한 신규 터빈개발과 실증 △석션버켓 기초 △통합운전시스템 △통합감시시스템이다.

이 가운데 석션버켓 기초 실증 사업이 바로 ‘소음 없는 공사장’을 실현한다.

버켓(bucket) 기초는 기초의 형태가 양동이(bucket)를 거꾸로 놓은 듯한 형상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석션버켓(suction bucket)이란 말은 버켓을 물에 내린 후 버켓 내부의 물을 빼낸다(suction)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석션버켓 기초를 물 위에 내리면 무게로 인해 펄층에 약 1m 가량 들어간다. 이때 버켓 내부에 채워져 있는 해수와 공기를 수중펌프를 이용해 배출하면 석션기초가 펄에 완전히 고정된다.

이는 갯펄에 발이 빠졌을 때 발을 빼기 힘든 것과 같은 원리다. 내부의 진공압과 상부의 수압이 지지력을 강화한다. 서해가 대부분 펄층인 연약지반이기 때문에 석션버켓 기초가 서해에 적합한 풍력하부 구조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증단지보다 수심이 더 깊은 곳에서도 적용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석션버켓 기초는 소음과 진동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풍력탑을 세울 때 흔히 사용하는 자켓(jacket) 기술은 철심지를 해저면에 못 박듯이 ‘타공’해서 심는데 이 경우 소음과 진동이 발생할 수 있다. '석션버켓 방식'은 공정 과정 상 소음과 진동이 발생할 수 없다.

한국해상풍력 관계자는 “석션버켓식 기초 공사는 펄의 흡착력을 이용한 신기술로 공기가 단축되고 공사비가 절감 된다”며 “소음과 부유사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부유사는 타공시 충격으로 인해 흩어진 해저면의 모래를 말한다. 부유사가 없으니 고기를 쫓을 일도 없고 예상치 못한 해수 오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물론 서남해상풍력발전단지엔 자켓 기술도 사용된다. 두산중공업과 포스코가 적용할 예정이다. 자켓 기술은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 분야에서 일반화된 기술로 검증을 마쳐 안정된 기술이다.

한전 전력연구원도 이 점을 충분히 알고 있지만 석션버켓 기술이 자켓 기술보다 공사비가 덜 들어간다는 사실 때문에 과감히 새 기술을 적용할 방침이다.

한해풍 관계자는 “자켓식 대비 기초 공사비가 풍력타워 1기당 약 10억원씩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기존에 52억 들여 풍력타워를 하나 세웠지만 석션버켓 기술을 적용해 42억원으로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남해상풍력발전단지도 마찬가지다. 2종의 풍력터빈에 각각 한쪽 날개 길이가 48m, 65.5m의 블레이드가 달린다. 날개가 무거우면 당연히 출력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두산중공업은 서남해상풍력발전단지에 설치하는 2종의 풍력터빈 중 하나인 ‘WinDS 3000/134’에 탄소섬유로 제작된 블레이드를 적용한다. 한해풍 관계자는 “블레이드를 탄소섬유로 제작하면 발전량이 약 40%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통합운전시스템과 통합감시시스템은 풍력발전설비의 머리와 눈의 역할을 한다. 공히 한국의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이 사용됐다.

통합운전시스템은 지리정보시스템(GIS)이 기반이 됐다. 풍력터빈, 해상변전소 등 주요 시설을 운영하고 이상 없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영상카메라를 풍력발전설비 주요부에 달아 영상을 찍어 영상저장장치에 저장해뒀다 관제소로 전송한다.

통합감시시스템은 레이더와 CCTV를 활용해 주변 20km를 탐지한다. 해상풍력발전단지 인근을 지나는 선박을 추적하거나 양식장 등이 잘 운영되는지 감시한다. 이들은 한국이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서남해상풍력발전단지는 여름철 발생하는 태풍의 진로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비상시 빠르고 정확한 대응이 필수적이다. 정확하고 정밀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획득해 대응해야 풍력발전시설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가령 초속 25m이상 풍속에선 풍력 블레이드가 손상되지 않도록 날개를 조정한다. 이때 정확한 풍속과 풍향 정보를 비롯, 블레이드의 상태와 운전 정보가 필요하다. 또 날개를 조정하는 신호가 끊김 없이 바로 전달돼야 한다.

이 모든 경우에 센서, 카메라, 신호전달시스템 등 앞선 정보통신기술이 필요하다. 서남해상풍력발전단지는 한국의 앞선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진일보하는 해상풍력발전시설의 면모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밖에도 해상변전소도 서남해상풍력발전단지의 주요 실증사업이다. 당초 위도에 변전소를 건설해도 괜찮지만 해상변전소를 세우기로 했다. 해외 주요 해상풍력발전단지가 섬이 없는 바다 한가운데 설치되기 때문에 수출하려면 해상변전소를 구축, 운영한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익중 한국해상풍력 사업본부장은 “서남해상풍력은 한국의 기계 및 전자, 정보통신기술이 풍력발전과 결합되는 장”이라며 “이들 기술을 통해 해상풍력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을 믿는다”고 역설했다.

서남해상풍력발전단지 개발사업. 사진=한해풍 영문브로셔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