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요건 갖추면 전원개발사업 승인해야“

환경운동연합,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 계획

법조계 “장관 재량" "승인땐 재량 일탈행위”

당진에코파워 석탄발전 건설사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시위하고 있다. 사진=환경운동연합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한국 최대 석탄발전 집적지인 충남 당진에 또하나의 석탄발전이 건설될까?

20일 업계에 따르면 SK가스의 계열사인 당진에코파워가 진행 중인 석탄발전소 건설 사업이 지역주민과 업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석탄발전이 최근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낙인찍인 상황에서 당진에코파워의 앞길에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진에코파워는 전원개발사업 실시 계획을 지난 3일 산업부로부터 승인받은 이래, 지금은 산업부 장관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전원개발사업 실시 계획 승인을 처음 요청한지 1년 6개월만에 비로소 사업 성사를 앞두고 있는 셈이다.

당진에코파워는 예전에는 '동부하슬라'로 불렸다. SK가스가 동부그룹으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했으며, 인수 금액은 정확히 알려지 않았지만 2000억~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당진에코파워는 산업부 장관의 최종 승인만 이뤄지면 곧바로 석탄발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현재로서는 불안한 기운이 감돌도 있다. 그 사이 석탄발전에 대한 국민 여론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올들어 피해가 더욱 심해진 미세먼지로 인해 그 주범의 하나로 꼽히는 석탄발전의 입지는 앞으로 더욱 좁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회 환노위에 따르면 올 1~3월 중 전국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횟수는 총 130회로 전년 동기 76회 대비 72%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횟수는 86회로 전년 동기대비 82.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발전사업이 진행될 때 경제성뿐 아니라 환경성과 안전성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3월 통과된 것도 당진에코파워로선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황사 등 중국 탓만 하다가 국내 미세먼지 주요 오염원인 경유차와 석탄발전에 대한 규제가 미진했다는 시민단체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당진에코파워 석탄발전 사업 승인을 주민투표로 결정하자는 청원마저 등장했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충남 당진이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의 어기구 의원과 안희정 충남지사를 중심으로 충남 당진에 더이상 석탄발전이 들어서서는 안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산업부가 당진에코파워 석탄발전사업의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을 승인하자 환경운동연합 등 석탄발전 반대 진영은 급기야 공익감사청구서를 지난 18일 감사원에 제출하는 등 반발을 노골화하고 있다.

어기구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가동되는 석탄발전 59기 중 충남지역에만 29기가 가동 중이며, 이 가운데 10기가 당진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충남 당진은 지난해 당진화력 9, 10호기의 완공으로 이미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석탄화력 밀집지역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가 이러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당진에코파워에 관한 전원개발사업 실시 계획을 승인한 근거는 법적 요건을 갖춘데다 발전소가 들어서는 석문면 주민의 대다수가 이를 찬성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우태희 산업부 2차관은 데일리한국과의 통화에서 “당진에코파워는 1년 6개월전에 전원개발사업 승인 신청을 냈으며, 법적 요건을 갖췄기 때문에 현행 법체계상 결정이 불가피했다"면서 "공무원들은 법을 집행하는 곳이어서 무작정 승인을 늦출 수는 없었다”고 승인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등 반대 진영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산업부가 당진에코파워가 법률 요건을 갖춰오면 승인해야 하는 ‘기속행위’인 듯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장관의 재량행위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석탄발전 건설이 석문면만의 일이 아니라 충남 당진지역 전체의 일이기 때문에 충남 당진시는 물론 도민 전체의 의견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라고 환경운동단체들은 강조하고 있다. 석탄발전이 만들어내는 미세먼지가 사회문제이기 때문에 설령 전원개발사업 실시 계획이 승인됐더라도 장관이 최종 승인을 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이들 환경단체의 입장인 셈이다.

익명을 요구하는 법조계의 한 인사는 이에 대해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과 관련된 모든 판례에서 ‘재량권 일탈과 남용’에 관해 다루기 때문에 재량행위에 해당된다”는 입장을 밝혔디.

그는 “산업부 장관이 승인처분을 할 때 국토자연환경 보전에 관한 사항과 안전성 결함 등 다양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재량권을 행사해야 하기 때문에 당진에코파워를 승인하면 안될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는 “산업부가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을 기속행위로 잘못 이해하고 제대로 된 환경적 검토 없이 실시계획 승인을 할 경우에는 그러한 승인처분의 위법성을 다투는 행정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같은 주장은 우 차관의 설명과는 다른 것이어서 향후 어떤 방향으로 이 문제가 가닥을 잡을지 주목된다.

환경운동연합 등 석탄발전 반대 진영 관계자에 따르면 산업부는 당진에코파워의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이 기속행위임을 적시한 문건을 만들어 관련 기관과 단체를 설득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우태희 2차관은 “선거 전이기 때문에 계속 의견을 수렴해서 더 나은 대책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고 지역민과 환경단체에서 갖고 있는 불만사항을 파악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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