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유통업체 5곳 2만 3000여 개 매장과 협업해 시범사업

한은측, 작년 동전 제조에만 약 600억 원 소요-낭비 줄일수 있어

[데일리한국 조진수 기자] 소비자들이 현금 결제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인 주머니 속 동전. 이 동전들을 없애기 위한 '동전없는 사회' 시범사업이 20일부터 실시됐다.

한국은행이 유통업체 5곳 2만 3000여 개 매장과 협업해 실시하는 이번 시범사업은 주요 편의점과 마트에서 거스름돈을 동전 대신 포인트로 적립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전국 주요 편의점(CU, 세븐일레븐, 위드미)과 대형 마트(이마트, 롯데백화점·마트·슈퍼)에서 동전 거스름돈을 교통카드나 멤버십카드 포인트로 쌓을 수 있다.

구매자는 거스름돈을 기존처럼 동전으로 받거나 포인트로 적립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만약 적립할 수 있는 카드나 스마트폰 바코드를 제시하면, 계산대 화면에서 거스름돈 수령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시범사업에 앞서 지난 19일 한은 근처 편의점에서 시연에 참여한 한 시민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고 쉽게 잔돈 처리가 가능했다고 느낌을 전했다.

이렇게 적립된 거스름돈은 각 업체 포인트와 똑같이 사용 가능하다. 특히 일부 포인트(신한 FAN머니, 하나머니, 네이버페이 등)는 잔돈을 계좌로 송금할 수도 있어 편리함을 더한다.

한국은행은 이번 시범 운영 결과에 따라 동전 거스름돈을 포인트 전환 없이 바로 계좌로 송금하는 시스템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오는 2020년까지 대상 사업장을 확대해 수 년 안에 진정한 의미의 동전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한은이 이토록 동전 줄이기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동전 유통 및 관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한은측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동전 제조에만 약 600억 원이 소요됐다.

게다가 소비자들의 주 결제 수단이 점점 현금에서 카드로 옮겨가는 기조 역시 동전을 줄이려는 한은의 시도에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지난해 현금 결제율은 신용카드(50.6%)의 절반 수준인 26%에 그쳤다.

물론 동전을 무조건 없앤다고 능사는 아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노점상이나 재래시장 등 아직도 현금 위주의 결제가 활발한 사업장들의 소외 현상이 예상된다.

또 일각에서는 거스름돈 적립 시 기존 적립이나 거래내역이 노출돼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동전이 없어지면 생필품 등 물건 가격이 1000원 단위로 책정돼 물가 상승에 일조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그러나 한은 관계자는 동전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며, 물가 상승 우려 역시 오히려 선불카드 사용 등으로 10원 단위의 더 세세한 가격 책정이 가능해 물가가 상승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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